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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의 비리차단막, 너무 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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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의 비리차단막, 너무 얇다

[김종배의 it] '굶주린 10년'이 '폭식'을 불러

'김옥희 사건'과 '유한열 사건'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두 주인공이 기실 주인공이 아니라는 점이 첫 번째 공통점이다. 두 주인공은 주체가 아니다. 공천 결정권자가 아니고 납품 결재권자가 아니다. 김옥희 씨나 유한열 한나라당 고문 모두 중개인에 불과하다. 공천 결정권자에게, 그리고 납품 결재권자에게 힘을 써주겠다고 말하고 돈을 챙긴 일종의 브로커에 불과하다.

두 주인공 밑에 '하위 브로커'가 존재한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김옥희 씨에겐 '브로커 김모 씨'가, 유한열 고문에겐 이명박 캠프 등에서 활동한 3명의 '소개꾼'이 붙어있다.

두 주인공이 결정권자에게 직방으로 힘을 쓰겠다고 말한 바가 없다는 점도 같다. 두 주인공은 모두 '2차 경로'를 언급했다. 김옥희 씨는 '누군가'를 통해 공천심사위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고 했고, 유한열 고문은 맹형규 청와대 정무수석과 공성진 한나라당 최고위원을 통해 국방부에 힘을 쓰겠다고 했다.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주인공은 해결사를 자임했다. 자신들의 역할을 매파의 그것으로 한정하지 않고 '풀 서비스'를 호언장담하며 돈을 챙겼다. '소개비'만 챙긴 게 아니라 '성공 보수'까지 선금으로 받았다.

이 네 가지 공통점을 모으면 계통도가 나온다. 청탁자→하위 브로커→상위 브로커→권력실세→결정권자로 이어지는 다단계 계통도다.
▲ ⓒ뉴시스

역시 백번 말하느니 한번 그리는 게 낫다. 이렇게 계통도를 그리니까 확연해진다. 김옥희 씨나 유한열 고문 모두 상층을 점하는 존재가 아니다. 기껏해야 사슬의 중간 지점을 점하는 '상위 브로커'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두 브로커는 자신했다. 민원 해결을 자신했다. 청탁자도 확신했다. 두 브로커가 반드시 민원을 해결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왜였을까? 꼭지점의 약속을 받아도 시원치 않을 판에 브로커의 역할을 자타가 확신한 이유가 뭘까?

이렇게 묻는 게 어리석다. 권력 실세를 움직이면 안 되는 게 없다는 정치 상식을 놓고 보면 그렇다. 두 브로커가 권력 실세 지근거리에 있다고 자타가 모두 확신한 점을 놓고 봐도 그렇다. 이건 물을 사항이 아니다.

점검해야 할 점은 따로 있다. 이명박 정부의 비리 차단막이다.

그리 튼튼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곳곳이 지뢰밭'이라고 평하는 게 타당해 보인다.

다단계인 게 문제다. 무려 5단계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이러면 등장인물이 많아지고 그만큼 관리가 힘들어진다. 누가 어디서 어떤 사고를 칠지 예측하고 관리하는 게 어려워진다.

특정할 문제는 물론 아니다. 이런 구조가 이명박 정부에서만 나타난다고 단정할 근거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의 비리 방어막에 대한 우려를 거둘 수 없다. 이명박 정부를 규정하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10년 만의 정권 교체'라는 특수성이다.

'10년 만의 정권 교체' 때문에 자고 나면 중앙부처의 회전의자 주인이 바뀌고 공기업의 사장 명패가 교체된다. 그래서 낯설다. 청탁자가 보기엔 권력 지형에 포진한 인물들의 면면이 낯설다. 이런 상황에서 '동아줄'과 '썩은줄'을 구분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가장 좋은 방법은 '고래 심줄'을 잡는 것이다. 바로 권력 실세다.

하지만 용이하지 않다. 권력 실세 대부분은 10년 동안 야당 생활을 해온 사람들이다. 청탁자의 입장에선 10년 동안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인물들이다. 그만큼 심리적 거리도, 물리적 거리도 멀다. 어쩌겠는가? 멀면 다리를 놓아야 한다. 한 다리를 두 다리로 늘려야 한다.
▲ ⓒ연합

청탁자만이 아니다. 권력 실세 입장에서도 '10년 만의 정권교체'가 새롭다. '권력을 잃어버린 10년', '이권을 잃어버린 10년'은 '정권 탈환'의 영광으로 보상 받는다 쳐도 다른 건 쉽게 떨칠 수 없다. '잃어버린 10년', '야당 생활 10년' 동안 자신을 음으로 양으로 지원해준 사람을 나 몰라라 하긴 어렵다. 고진감래를 이뤘는데 감탄고토하는 건 인정상 야박한 일 아니겠는가? 청탁이 없더라도 먼저 보은해야 할 판이다.

상황이 이렇다. 이명박 정부의 비리 차단막은 곳곳에서 박리현상을 보일 개연성이 있다.

다른 방법은 없다. 불거진 사건을 엄단하고 불거질지도 모를 사건을 예방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강력한 도덕의지로 징벌하고 경계하는 것 외에는 도리가 없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 외에는 뾰족수가 없다.

이미 불거진 '김옥희 사건'이나 '유한열 사건'은 어쩔 수 없이 검찰 손에 맡긴다 해도 근본 처방을 함께 실시해야 한다.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 같은 상설기구를 설치해 상시 감시·징벌체제를 가동하는 것 말이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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