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전략의 승리였다. 막판을 위해 힘을 아끼던 종전의 영법을 버리고 남자 자유형 400m 최강자를 자부하던 그랜트 해켓(28·호주)과 초반 경쟁을 마다하지 않고 치고 나간 게 승리의 원동력이었다.
반면 장린은 박태환이 과거에 즐겨 사용했던 '막판 스퍼트' 작전을 그대로 흉내냈으나 초반 레이스에서 뒤져 아시안 게임에 이어 다시 한 번 박태환에 무릎을 꿇었다.
새 전략의 승리…초반 스퍼트가 승리 원동력
이번 올림픽 전까지만 해도 박태환 영법의 핵심은 막판 스퍼트였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빠른 체력회복력을 바탕에 두고 막판에 경기 향방을 뒤집는 게 특기였다. 실제 박태환은 지난해 열린 세계선수권 대회에서도 결승 50m를 남겨놓고 그랜트 해켓을 따라잡는 놀라운 스퍼트를 선보였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 결승전에서 박태환은 초반부터 승부수를 던졌다. 유난히 빠른 출발 반응을 무기로 초중반부터 스피드를 내기 시작했다. 박태환은 결승 레이스에서도 0.69초의 출발 반응을 보여 가장 먼저 물에 뛰어들었다.
첫 턴을 할 때까지만 해도 해켓에 뒤지던 박태환은 100m가 지난 후 더 강한 힘을 내며 해켓을 2위로 밀어냈다. 이후 그는 점차 스피드를 내며 상대 선수들과의 격차를 늘려 단 한 번도 선두자리를 내주지 않은 채 결승선을 터치했다. 장거리에 강한 해켓은 초반 오버페이스한 탓인지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스피드를 잃어 6위의 저조한 성적을 내는 데 그쳤다.
장린의 박태환 따라잡기
아시아 선수 두 명이 금메달과 은메달을 휩쓸었다. 올림픽 자유형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중국의 장린은 3분42초44로 개인 최고기록을 세웠지만 새로운 아시아 기록을 쓴 박태환(3분41초86)에는 미치지 못했다.
장린의 은메달 작전은 '박태환 따라하기'였다. 장린은 초반 레이스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으나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스퍼트를 내며 해켓, 라슨 젠슨(미국·동메달) 등을 차례로 제쳤다. 결승선 50m를 앞둔 지점에서는 막판 스퍼트를 내며 무서운 뒷심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아시아 최고를 자부하던 장린은 끝내 박태환을 넘어서지 못했다. 지난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박태환에게 200m, 400m, 1500m 금메달을 모두 내주며 2인자의 설움을 맛봤던 그는 올림픽을 앞두고 세 달 간 그랜트 해켓의 스승이었던 데니스 토터렐 코치(호주)의 특훈을 받는 등 절치부심했다. 하지만 박태환의 작전을 그대로 흉내 내는 모습을 보였음에도 자신의 최고 기록을 세우는 데 만족해야 했다.
두 아시아 라이벌의 대결은 이번이 끝이 아니다. 다가오는 자유형 200m와 1500m에서도 박태환과 장린의 대결이 예상된다. 물론 금메달에 가장 가깝게 다가간 선수는 '수영천재' 마이클 펠프스(미국)지만 두 아시아의 자존심 역시 메달을 따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박태환의 자유형 200m 최고기록은 1분46초26으로 올해 기준으로 세계 8위다. 장린은 1분47초63으로 박태환에 비해 많이 뒤쳐진다. 이 부문 세계 신기록은 마이클 펠프스가 지난해 작성한 1분43초86이다.
둘의 대결은 1500m에서 더 볼만할 것으로 보인다. 장린이 그랜트 해켓과 마찬가지로 장거리에 강점을 가진 선수기 때문이다. 올해 장린의 남자 자유형 1500m 기록은 14분55초98이다. 장린은 지난해만 하더라도 14분 59초02로 박태환의 14분58초43에 비해 뒤쳐졌으나 불과 1년 사이에 몰라볼 정도로 기량을 향상시켰다. 이 부문 세계 기록은 그랜트 해켓이 지난 2001년에 세운 14분34초56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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