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회의 정연주 사장 해임안 상정에 반대해 이사회 도중 퇴장한 남윤인순, 이기욱, 이지영 이사는 KBS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공영방송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날"이라고 이사회의 사장 해임안 가결을 비판했다.
이기욱 이사는 "이사회가 현행 (이사회에 해임 제청권을 부여하지 않은) 방송법을 무시하고 상정하는 것에 반대하고 이사회장을 나왔다"며 "이사회의 위상과 권위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감사원이 운영 부실 등의 사유로 해임제청을 요구한 건 위법"이라며 "중립성을 보장해야 할 감사원이 이런 일을 한 것은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감사원의 해임 건의는 방송의 공공성, 독립성을 해치고 언론장악에 악용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남윤인순 이사는 "안건 상정 자체가 부당하고 공영방송과 민주주의의 역사에 치욕적인 일이라고 주장했지만 문제제기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3층 이사회장은 경찰에 봉쇄되다시피 했는데, 경찰이 이사회장을 지키고 있는 것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일"이라며 "안건도 부당한데 무리하게 이사회를 열면 충돌이 생긴다고 철회를 요구했지만 유재천 이사장은 이사회를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지영 이사는 "통상 이사회가 안건을 상정할 때 회사 집행부에 통보하고 상의하는 절차를 밟는데 그런 절차도 무시했다. 이정도 안건이라면 집행부가 함께 참석해서 회의하고 토론해서 옳고 그른지를 가늠해야 한다"며 "이런 주장을 했지만 유 이사장은 '논의 자체가 불필요하다'고 했다. 거수기가 되는 것에 동의하지 못해 퇴장했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결국 해임안이 가결된 것에 대해 "이사회에 남아있던 6명의 이사들은 양심에 거스르는 행동을 한 것"이라며 "민주주의 사수와 공영방송 사수에 한계를 느낀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한편 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도 이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KBS 이사회의 결정을 맹비난했다.
언론노조위원장 출신인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은 "KBS 동료들과 언론운동을 한 사람으로써 KBS 구성원들은 이명박 정부에 맞서 제일 먼저 싸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KBS 구성원들은 국민이 밀어주고 있다"며 이같이 독려했다.
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우리나라 언론사상 가장 치욕적인 날"이라며 "경찰이 대거 투입돼서 이사회를 강행하고 억지로 사장 퇴진 결정을 내린 것은 언론 역사상 수치이고 국제적으로도 야만성을 드러낸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언론장악저지범국민대책위의 촛불집회에 결합하는 한편 다른 야당과의 공조 방안도 모색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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