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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동행할 수 있는 최소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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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단식, 동행할 수 있는 최소한이었다"

[인터뷰] '기륭전자 해결' 동조 단식 이정희 민노당 의원

"사실 개인적인 이유가 크다"고 했다. "마음이 너무 아프고 무거워 동행하고 싶었는데 그러기 위해 최소한 나도 단식은 해야 할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본인도 곡기를 끊고 있으면서 "사람은 살리고 봐야하지 않겠냐"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국회의원으로서 이제 고작 몇 달을 보낸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이 단식을 하는 이유였다.

뜨거운 땡볕 아래 기륭전자 여성 노동자의 단식이 60일 가까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 사이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까지 나서 3년 넘게 이어진 문제의 해결책을 모색했지만 오히려 더 꼬이기만 했다. "노사 모두 지금은 시간이 별로 없다"고 호소하는 이정희 의원을 단식 사흘 째였던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 앞 단식농성장에서 만났다.

"아침을 맞을 때마다 오늘 하루는 버틸 수 있을까 생각한다"
▲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 ⓒ프레시안

이정희 의원이 단식 농성을 하고 있는 천막은 아침 일찍부터 뜨거웠다. 특별한 회의가 있는 것이 아니면 농성장을 떠나지 않고 잠도 그 곳에서 잔다는 이정희 의원은 "몸은 아직 괜찮다"고 했다.

오히려 "나는 문제될 것은 없는데 기륭전자 여성 노동자들이 진짜 걱정"이라고 했다.

"하루 하루 아침을 맞을 때마다 오늘 하루는 버틸 수 있을까 생각한다. 교섭이 빨리 진행돼서 결말을 보고 마음 편히 내려올 수 있도록 주변에서 만들어줘야 하는데, 안타깝고 답답하다."

천막을 찾았을 때 이정희 의원은 전투경찰법과 집시법 관련 자료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최근 촛불 정국을 계기로 관련법의 개정안을 준비 중이기 때문이다. "9월 국회가 열리기 전에 기륭문제부터 해결하고 가자는 마음"이라지만, 국회의원으로 기륭문제 말고도 할 일이 많다. 그런데도 굳이 그가 단식을 결심한 것은 왜일까?

"마음이 너무 아프고 무거웠다. 만에 하나라도 이러다 정말 떠나보내게 되면 평생 한이 될 것 같았다. 같이 걸어가고 싶었다. 같이 걸으려면 최소한 나도 단식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분들 상황이 너무 어려워서, 그래서 택한 것이다."

"어떤 우연과 우연이 만나 나는 여기에, 그 분들은 거기에 있을까"

"누구를 탓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같이 도와보자, 살려보자고 호소하고 기륭전자 여성 노동자들을 조금이라도 위로하고 싶었다"는 이정희 의원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민주노동당에서도 노동 문제는 그의 '영역'은 아니다. 노동계 출신인 홍희덕 의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의원은 "기륭전자 여성 노동자들이 내 또래"라고 '인연'을 설명했다.

"만나보니 모두 30~40대 여성 노동자였다. 그 또래 여성들이 아이 키우고 지내다가 특별한 전문적 기술이 없이 취직하려면 다 파견, 용역 그런 일자리뿐이다. 그런데 나는 어떤 우연으로 여기에 와 있고 이 분들을 또 어떤 우연으로 거기에 있는 것일까. 한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인데 우연과 우연이 만나 나는 여기에, 그들은 거기 있다 싶었다. 그것이 마음에 계속 걸려 있었는데 단식한다는 얘기를 듣고 시간만 자꾸 가는 것이 나도 힘들었다."

또 그는 국회의원 배지를 달기 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여성복지위원장으로 2년 넘게 일을 하며 여성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렇다하더라도 국회의원은 그 나름의 역할과 책임이 있다. 일각에서는 "같이 단식한다고 해결이 되겠냐. 차라리 다른 방법으로 도와야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이정희 의원도 "고민을 많이 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어진 설명은 동조 단식이 할 수 있는 행동의 최대치가 아니라 최소치라는 것이었다.

이미 야3당 여성 의원들과 함께 조속한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던 이 의원은 단식 중에 회사 측도 만나고 동료 의원들에게 일일이 편지도 보냈다.

"노사 모두 시간이 별로 없다"
▲ ⓒ프레시안

그의 단식은 '무기한'이다. "기륭전자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하겠다"는 것이다. 기륭전자 노사는 최근에도 홍준표 원내대표 등 한나라당 의원들의 주선으로 몇 차례 만났지만 교섭은 늘 평행선을 달리며 좀처럼 좁혀질 줄을 몰랐다. 현 상황에서 이 의원이 생각하는 해법은 어디 있을까?

"기본적으로 기륭전자가 불법파견을 했던 만큼 정규직화라는 여성 노동자들의 입장이 관철돼야 한다고 본다. 아쉬운 것은 불법파견 판정이 났던 그 시점에 이뤄졌더라면 오히려 더 쉬웠을 일이 오랜 시간 풀리지 않으면서 더 많이 꼬여버렸다는 점이다. 어쨌든 지금은 그 사이 기륭전자 노동자들이 겪은 고통을 다독이는 방향으로 해결책을 찾아야한다는 원칙 아래 양 측이 의견차를 좁혀나가야 한다."

이 의원은 "노사 모두 시간이 별로 없다"고 강조했다.

"이미 57일을 넘긴 단식이 며칠을 더 갈 수 있을까. 이러다 혹시라도 사람이 죽으면 정말 끝이다. 사 측도 도덕적으로 엄청난 책임을 질 수밖에 없고 노조도 큰 상처가 남을 것이다."

기륭전자 여성 노동자들의 몸 상태는 이미 의학적 한계치에 다다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식 중인 김소연 분회장 등 2명의 몸무게는 30kg대로 떨어졌고 가슴의 통증과 심각한 어지럼증이 반복되고 있다. 혈당도 40 이하로 떨어졌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함께 단식하는 대신 단식은 일단 중단하고 교섭으로 풀어보자는 얘기는 해 봤나"는 질문에 이 의원은 고개를 저었다. "단식하는 사람의 마음을 알기 때문에 할 수 없었다"고 답했다.

"지난해 이시우 작가 변호인으로 46일 단식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때 '내가 지켜줘야 할 것이 과연 무엇일까'를 많이 생각했다. 그렇게 오래 곡기를 끊으면서 스스로가 지키고 싶은 것이 있다. 그것을 지키도록 도와주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단식부터 중단하라는 말은 당신이 지키고 싶은 양심과 권리 등을 일단 포기하라는 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하는 사람은 호의에서 비롯된 말이지만, 당사자에게는 내치기도 어렵고 받아들일 수도 없는 말"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법이 비어있는 곳 있지만, '정규직화' 요구 법 논리상 당연한 원칙"
▲ ⓒ프레시안

사 측 입장은 현재까지는 완강하다. "불법파견에 대해 과태료도 물었고 대법원에서도 승소해 법적인 책임도 없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이에 대해 "법에 엄청나게 큰 구멍이 뚫려 있는, 법이 비어 있는 곳"이라고 표현했다.

"현행법이 그렇다고 다 잘된 것이 아니라 문제가 있으면 법을 고쳐야 하는 것이다. 불법해고라면 원직복직이 당연한 것이듯이 불법파견이면 정규직화가 법 논리상 당연한 것이다. 더욱이 파견법에서 불법파견을 규정한 것은 불법파견을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 아닌가. 그러려면 정규직화 강제하는 것이 불법파견을 없애는 길이다."

이 의원은 "당장 법 개정은 못하더라도 원칙이 그렇다면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문제부터 풀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사실 협상의 문제가 아니라 원칙의 문제"라고 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기륭전자 여성 노동자들이 홍준표 원내대표 등 정치권에 호소하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이 의원도 정치권의 역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집권여당 원내대표여서 그런지 홍준표 의원이 나서니 당장 서울지방노동청장이 달려 오고, 회사가 달려 왔다. 그러면서 생각지 못한 곳에서 풀리겠다는 기대가 있었다. 홍준표 원내대표가 '보증하겠다'고 약속도 했다. 그런데 오히려 이전보다 더 후퇴된 안이 나왔다."

지난달 23일, 홍준표 원내대표가 직접 최동열 기륭전자 회장을 만난 뒤 사 측이 들고 나온 안은 기존에 노사가 잠정적으로 합의했던 안에서 '1년 후 정규직화' 약속이 빠져 있는 것이었다. 이 의원은 그래서 홍 대표가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본인이 책임진다 해 놓고 사 측 얘기만 일방적으로 듣고 중재안을 마련했으니 공정하지 못했다. 기륭전자 여성 노동자 입장에서는 기대가 컸던 만큼 더 원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홍 대표가 개입해 오히려 틀어진 부분을 바로 잡아야 할 책임이 있다."

노사는 7일 오후 3시 다시 교섭장에 마주 앉았다. 3년 넘게 끌어 온 기륭전자 문제가 여성 노동자들의 생명을 건 단식 끝에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이 의원은 간단히 대답했다.

"해결돼야 한다. 누구도 그 명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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