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세계적인 화두는 '식량 안보(food security)'가 아니라 '식량 주권(food sovereignty)'으로 옮겨가고 있다. 각국의 소비자 단체와 농민 단체들은 농업 분야가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에서 빠져야 된다며 운동을 펼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 같은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길 바란다."
미국 소비자연맹(Consumers Union)의 수석과학자인 마이클 핸슨 박사는 6일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국회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 공청회'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4일 한국을 찾은 그는 이날 보건의료단체연합,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참여연대 등이 주최한 초청 좌담회에 참석했다. 핸슨 박사는 이 자리에서 광우병의 위험성을 또 한번 낱낱이 지적하는 한편, '식량 주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관련 기사 : "美 수의사는 손자에게 햄버거 안 먹인다" )
"광우병 발생 기다리는 것보다 예방이 훨씬 중요"
핸슨 박사는 검찰의 <PD수첩> 수사와 더불어 국내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다우너 소(주저앉은 소)와 광우병과의 관계', '크로이츠펠트-야코브병(CJD)과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코브병(vCJD) 오역' 등에 대해 다시 한 번 언급했다.
그는 "다우너 소가 인간 식품에 들어가는 걸 금지했던 이유는 바로 광우병 때문이었다"며 "휴메인 소사이어티의 비디오 상에서는 광우병 소였다는 것을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그것은 대부분의 소들이 광우병 검사를 받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한국의 방송이 아레사 빈슨의 병을 vCJD라고 했던 것은 특이한 경우였나"라는 질문에 대해 "아니다. 만약 MRI와 뇌파 검사상 신경과 의사가 빈슨을 vCJD라고 진단했다면 방송은 솔직한 근거에 의했던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산발성 CJD(sCJD·일반적으로 CJD라고 표기)라고 해도 최근 형질전환된 쥐에 인간광우병 물질을 투여했을 경우, 그 쥐로부터 vCJD뿐만 아니라 sCJD 위험도 나온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며 "설사 빈슨의 사인이 sCJD라고 해서 완전히 별개의 질병인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핸슨 박사는 현재 한국에서 활발히 벌어지고 있는 광우병 논의와 관련해 "유럽이나 미국의 상황보다 훨씬 바람직하다"고 평했다.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최근 퇴임 기념으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세계에서 유일한 광우병 공포국가가 됐다"고 일갈한 바 있다.
핸슨 박사는 "영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 공황 상태가 됐는데도 다른 유럽 국가는 자신들의 일이 아니라며 무관심했다"며 "그러나 10년 뒤 그들은 같은 상황을 겪었고, 미국 또한 아무런 대처 없이 있다가 광우병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광우병이 발생하기를 기다린 뒤 이에 대처하는 것보다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훨씬 지혜로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계속 美 쇠고기 관심가져달라"
또 핸슨 박사는 한국인들이 계속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미국 정부는 맥도날드, 카길, 과학자, 시민단체들이 그토록 권고해도 바꾸지 않았던 사료 정책을 한국 정부가 요구하자 바꿨다"며 "수출국인 한국이 미국 내 어떤 주체도 이루지 못한 것을 이뤘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한국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할 식품 현안으로 '식량 주권' 문제와 함께 유전자조작(GM) 식품, 복제 동물, 나노 기술을 이용한 식품 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그는 국회 공청회에 참여한 소감에 대해 "(한나라당 의원들에 대해선) 별로 깊은 인상이 없었다"며 "그들은 굉장히 사소하고 독특한 질문만 내게 했다"고 말했다. 또 "공무원 가운데에서도 예리한 질문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 준비하고 있었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공청회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핸슨 박사에게 "전공이 무엇인가", "누구의 부탁으로 한국에 왔나" 등을 물으며 그의 자격을 문제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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