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경찰청이 촛불 집회 등 '불법 집회' 참가자를 검거한 경찰관에게 건수별로 포상금을 지급한다고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자 급히 이 계획을 취소한다고 6일 오후 밝혔다. 경찰은 애초 시위 검거자가 구속될 경우 1명당 5만 원, 불구속입건·즉심회부·훈방의 경우 1명당 2만 원을 건별로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같은 계획이 공개되고 '인간 사냥'이라는 비난이 거세게 일자 경찰은 방침을 바꿔 시위자를 검거할 때마다 포상금 대신 마일리지 점수를 주겠다고 발표했다. 즉 일정 기간의 누적 점수가 기준 이상에 도달한 경찰관들에 한해 표창이나 상품권 지급 등의 포상을 하기로 했다는 것.
또 경찰은 지난 5월부터 계속된 촛불 집회 검거 실적을 소급 적용해 포상금을 주겠다고 했던 계획도 백지화하고 향후 검거 실적만을 포상한다고 밝혔다.
한 경찰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포상 계획의 취지는 불법·폭력시위의 고리를 끊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그동안 경찰관들이 개인적으로 충당했던 교통비 정도를 지급해주겠다는 의도에서 시작된 것"이라며 "현장 경관들에 대한 철저한 교양 실시로 무차별적 연행이나 인권에 반하는 행위를 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시행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조삼모사…말바꾸기…"이제 거리 나오지 말라는 거냐"
경찰의 이 같은 발표를 두고 '인간 사냥' 비난을 피하기 위한 옹색한 조처라는 비난이 또 다시 쏟아지고 있다. 애초 현금으로 주려던 포상을 마일리지로 바꾼 건 '조삼모사'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천주교인권위원회 배여진 활동가는 "사실 마일리지, 포상금이나 별로 다를게 없는 것인데, 마일리지도 보상은 마찬가지 아닌가"라며 "한마디로 말바꾸기"라고 꼬집었다. 그는 "경찰관 기동대를 새롭게 투입했는데, 이들을 활용해보려는 것 아니겠나"라며 "시민들이 가지는 반감은 더 커질 거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인권운동사랑방 명숙 활동가도 "경찰의 '포상 계획'은 집회를 아예 봉쇄하고,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 같다"며 "사실상 거리로 나오지 말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현금에서 마일리지로 방식이 바뀌었다고 계획의 의도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며 "더군다나 구속 시에 더 높은 포상을 한다는 것은 시민의 구속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경찰이 여러 노력을 할 것이라는 뜻밖에 안된다"라고 지적했다.
인권단체연석회의는 7일 서울 서대문 경찰청 앞에서 경찰의 계획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경찰은 지난 5월 1일부터 지난 달 31일까지 촛불 집회에서 1042명을 연행해 이 중 9명을 구속하고 946명을 불구속 입건했으며 56명을 즉심에 넘기고 31명을 훈방했다. 이 기간 중 검거 실적을 올린 경찰은 모두 766명이며 이 가운데 전·의경이 390명, 직업 경찰관이 376명이다. 또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방한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진 지난 5일에는 167명에 달하는 시민이 무차별 연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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