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불온한(?)' 소리를 자주 하기로 유명한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와 우석훈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이 최근 국방부가 발표한 일명 '불온서적' 리스트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왜 자신들이 쓴 책은 이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았냐는 의문이다.
진중권 "국방부 선정과정에 출판사 측과 거래가 있었던 거 아니냐"
진 교수는 지난 1일 진보신당 당원게시판에 '국방장관의 해명을 촉구한다'는 글을 올려, 자신의 책이 불온한 서적으로 분류되지 않은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방부를 비꼬는 우스갯소리를 통해 국방부의 이번 조치를 비판한 셈이다.
진 교수는 <미학 오디세이>, <앙겔루스 노부스> 등 미학 관련 서적 외에도 <폭력과 상스러움>,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 <호모 코레아니쿠스> 등의 사회비판 서적을 쓴 바 있다.
진 교수는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의 저자 소개를 보면 노골적으로 적화를 선동하고 있는데 왜 그 책이 배제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 <빨간 바이러스>의 경우 '빨간' 색깔을 적나라하게 노출하고 '바이러스'까지 붙여 강력한 전염성을 경고했음에도 국방부 리스트에서 제외됐다"며 "누가 봐도 형평성에 문제가 있는 조처"라고 했다.
진 교수는 나아가 "국방부는 23권 선정 과정에서 출판사측과 검은 거래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도서 선정의 기준과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우석훈 "막스 베버 책 보고 맑스 책이냐며 잡아가던 시대가 돌아왔나"
이에 앞서 <88만 원 세대>, <촌놈들의 제국주의>, <직선들의 대한민국> 등을 쓴 우석훈 연구위원은 지난달 31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노래를 하더니, 순식간에 30년 전으로 돌아가는 기가 막힌 경험을 했다"며 "사회과학이 금서가 되는 시기가 돌아왔으니, 사회과학이 찬란하게 꽃피던 사회과학 르네상스가 정말로 오기는 올 것 같다"고 국방부의 행태를 비판했다.
지난 1970~80년대 정부가 사회과학 서적들을 지금처럼 불온한 서적으로 분류해 역설적으로 당시 학생운동권을 중심으로 이들 서적이 활발하게 읽힌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는 특히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반정부-반미' 항목 서적으로 분류된 것을 두고 "경천동지할 일이다. 전세계 경제학계 최대의 경천동지할 사건이다"라며 "막스 베버의 책을 '맑스 책 아니냐'고 하며 잡아가던 80년대를 회상하게 한다"고 했다. 우 연구위원에 따르면 장하준 교수는 경제학계 내부에서 "중도 우파 학자로 후기 케인스주의자와 제도학파, 그리고 독일 역사학파 어딘가에 있는 사람"이다.
우 연구위원은 마지막으로 자신의 책이 불온서적에 포함되지 않은 것을 두고 "정말 깊이 반성했다. 이 시대착오의 세상에 '너무 말랑말랑하게 쓴 것이 아닌가', 정말 마음 속 깊이 반성한다"고 했다.
한편 국방부는 최근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나쁜 사마리아인들>, <대한민국 史> 등 총 23권의 '불온도서 목록'을 발표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시대착오적 행태'라는 비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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