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전권을 갖고 진행한 4시간 협상의 결과물이 청와대와의 30분 통화 끝에 휴지조각이 돼 버렸다. 민주당의 원혜영 원내대표 앞에서 뒷머리를 긁적였고, 그 순간 홍준표 원내대표의 체통과 체면은 무너져 내렸다. 여권 내 실력자라는 이미지도 동시에 손상을 입었다.
쉽게 회복될 상처가 아니다. 야당의 이른바 '몽니'로 그랬다면 욕이라도 하고, 합리화라도 하련만 상대가 청와대니 대놓고 그렇게 할 수가 없다. '벙어리 냉가슴 앓듯' 해야 하니 타박상이 화병으로 번지지 않으면 오히려 그게 다행일 정도다.
난감한 일은 이것만이 아니다. 앞날이 더 문제다. 자칫하다간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끼는 신세'가 될지 모른다. 홍준표 원내대표를 둘러싼 정치환경이 그렇게 '운명 교향곡'을 연주할지 모른다.
한나라당은 172석의 공룡 여당이다. 홍준표 원내대표에겐 이게 큰 힘이 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오히려 족쇄가 될 공산도 있다.
의석수를 믿고 밀어붙이면 홍준표 원내대표는 '난폭운전자'가 된다. 상생의 정치를 무시하는 '안하무인 정치인'이 된다.
좋을 게 없다. 원내대표만 하고 정계를 떠날 거라면 모를까 혹여 '큰 꿈'을 꾸고 있다면 결코 자신에게 좋은 일이 아니다. 그에 반비례해서 국민 지지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야당을 마냥 껴안을 수도 없다. 그러면 '무능' 딱지가 붙는다. 172석의 의석을 갖고도 정부의 이른바 '개혁 정책'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무력한 원내대표로 낙인찍힌다. 더불어 여권 내의 입지가 축소된다.
이번 원구성 '해프닝'은 홍준표 원내대표의 이런 '끼인 신세'를 확인하는 전주곡에 불과하다. 앞으로도 이런 일이 여러 차례 반복될 여지는 충분히 있다.
당장 청와대의 기세가 그렇다. 미국 지명위원회가 독도 영유권 표기를 원상회복하고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공정택 후보가 당선되자 목소리 톤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제 개혁에 박차를 가할 때라고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 말하고 있다.
인사청문특위에 대해 '법과 원칙대로'를 외쳤던 청와대가 다른 사안에 대해 '공약과 정책대로'를 외칠 가능성은 차고 넘친다. 먼 훗날의 이야기가 아니다. 9월에 개회되는 정기국회에서 드라이브를 걸 공산이 크다.
'개인 플레이'는 더 이상 발휘할 수 없다. '반값아파트'나 '이중국적'에서 쌓아올린 '명성(?)'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더 이상 '스타 플레이어'가 아니다. 무조건 우승을 원하는 구단주 밑에서 백전 무패를 책임져야 하는 감독일 뿐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홍준표 원내대표는 어떻게 앞날을 헤쳐나갈 것인가?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제야 비로소 정치적 계체량을 재는 저울 위에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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