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집회·시위 진압을 목적으로 조직한 '경찰관 기동대'를 30일 창설했다. 이날 서울 중구 신당동 기동본부에서는 경찰을 공격하는 집회 참가자를 진압하는 시범을 보이는 등 창설식이 진행됐다.
경찰은 이날부터 곧바로 집회·시위 현장에 기동대를 투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동대는 모두 17개 부대, 1700여 명 규모다. 이 중 13개는 신설됐으며, 나머지 4개는 기존 기동대(여경기동대 포함)를 재편했다.
이에 대해 1990년대까지 존속됐던 체포 전담 부대, 즉 '백골단'의 부활과 다름없다는 비난이 즉각 터져나왔다. 애초 경찰은 오는 2013년까지 폐지될 예정인 전·의경제도를 대신해 기동대를 창설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어청수 경찰청장이 지속적으로 2만 여 명의 전·의경 존속을 주장하는 것을 감안하면, 기동대는 사실상 '체포 전담 부대'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3월 경찰청은 청와대 업무 보고에서 "시위 현장에서 경찰관으로 구성된 체포 전담반을 신설해 운용하겠다"며 이들 부대원 일부를 사복 경관으로 운영하는 일명 '사복 체포조' 가동도 검토했다.
대책회의 "이제 '살인 진압'으로 바뀌나"
그간 촛불 집회에 주도적으로 참가했던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기동본부 앞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이제 살인'적' 진압에서 '살인 진압'으로 바뀌는 것"이라며 "기동대를 해체하고 공안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대책회의는 "백골단은 지난 1980~90년대 시위 현장에서 시민들을 잔혹하게 폭행하기로 악명이 높았던 체포 전담 경찰 부대"라며 "이명박 정부가 죽은 줄 알았던 백골단을 10여 년 만에 무덤에서 다시 끄집어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책회의는 "지금까지 촛불 시위에서 보여줬던 폭력도 모자라 백골단으로 '메가톤급' 진압을 하겠다면, 도대체 얼마나 더 끔찍한 '메가톤급' 폭력이 난무할지 생각만 해도 아찔할 정도"라며 "촛불을 끄기 위해 공안 탄압으로 일관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는 백골단처럼 경찰 폭력 말고는 의존할 것이 없었던 독재 정권의 말로를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부하는 경찰은 폭력적 지배도구일 뿐"
전국 39개 인권사회단체로 구성된 인권단체연석회의도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경찰이 결국 백골단을 부활시켰다"며 "시위 현장에서 공격적인 진압과 체포를 전담하게 될 경찰관 기동대는, 지금도 억압받는 집회 시위의 자유를 아예 뿌리째 뽑아놓으려 들 것"이라고 비난했다.
연석회의는 "집회·시위의 자유는 점점 더 위축됐고 최근엔 질식할 지경에 이르렀다"며 "경찰은 시위 참가자를 공격적으로 검거하는 체포전담 부대를 창설함으로써, 탄압의 수위를 한층 더 높였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집회 시위 현장에서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려는 사람들과 경찰 간의 물리적 충돌은 한층 더 격화될 것이 분명하다"며 "경찰과 그 수뇌부들은 이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경찰은 다만 아래로부터의 저항을 억누르고픈 권력자들에게 더욱 충성하고자 더욱 더 큰 폭력을 추구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시민들의 안전을 보호해야 할 경찰 조직이 자본권력과 정치권력에 아부하는 소수의 고위 정치 경찰에 휘둘리며 시민들의 집회 시위를 탄압하는데 열중한다면 그건 그저 민주주의를 분쇄하는 권력의 폭력적 지배 도구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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