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뉴타운 개발 사업이 점차 속도를 내면서 조합과 세입자간 다툼도 잦아지고 있다. 갈등의 주요 원인은 몇몇 세부 조항의 해석 차이에 있다. 대부분은 권력구도상 절대 우위에 있는 조합이 법을 무시하고 사업을 강행하려는 데서 발생한다.
그러나 처음 이 사업을 계획한 서울시는 이들의 다툼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볼 뿐이다. 관련기관으로서 져야 할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
점점 갈등 커지는 세입자 문제
최근 들어 뉴타운 사업 지역에서 갈등을 일으키는 주된 이유는 세입자 자격 범위와 주거이전비 보상 기준 월이다. (☞ 관련 기사 : "법 좀 지켜라"…비명지르는 뉴타운 세입자)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과 '공익사업을위한토지등의취득및보상에관한법률'(토지보상법)에 따르면 주거이전비를 받을 수 있는 세입자 자격은 '정비구역지정 공람 3개월 전, 혹은 사업시행인가 3개월 이전 거주자'이다. 그러나 대부분 개발지역에서 조합은 정비구역지정 공람 3개월 이전에 살던 거주자만 세입자 자격을 인정해주고 있다.
사업시행인가는 정비구역지정 공람이 끝나 재개발 사업지로 결정되는 단계다. 따라서 정비구역지정 공람 이전 거주자로 세입자를 한정하면 그만큼 주거이전비 지급 대상자 수도 줄어든다. 조합에는 이익이다.
국토해양부 역시 조합과 같은 입장이다. "재개발 공람이 나는 순간 철거 예정 지역임이 확인되니 이를 뻔히 알고 이주해 온 사람에게도 세입자 지위를 인정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게 국토해양부 입장이다.
서울시 "민간사업이니 조합이 알아서 할 일"
주거이전비 보상 개월 수에 대해서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토지보상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조합은 이주를 원하는 세입자에게 임대아파트 입주권과 4개월 분의 주거이전비(4개월 분의 도시민 가계지출비), 동산이전비(이사를 위해 드는 비용)를 지급해야 한다.
이는 서울시 역시 확답을 내린 사안이다. 30일 서울시 뉴타운사업기획관 관계자는 "주거이전비는 4개월 분을 지급하는 게 맞다. 동산이전비도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 조합이 지난해 4월 개정되기 이전 법을 근거로 3개월 치의 주거이전비만 지급하는 상황이다.
가재울 뉴타운 3구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야 하는 세입자 박찬성(가명) 씨는 "처음에 조합에서 '법대로 하라'며 완강한 태도를 보이다 나중에 주거이전비를 주겠다고 말하긴 했다. 그런데 3개월 분만 준다고 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조합의 위법 사항이 자행되는데도 관계부처는 뒷짐만 지고 있다. "민간사업이니 관에서 관계할 일이 아니다. 조합이 알아서 할 일"이라는 식이다.
"서울시, 갈등 원인 제공해 놓고 책임 없다니…"
하지만 이는 관계기관의 책임 방기다. 백준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시에서 처음 계획한 사업이다. 당연히 시에서 관련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도정법과 토지보상법이 적용된다는 것 자체가 이 사업이 민간사업이 아니라 공공사업 임을 증명하는데도 시가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에 아무런 제스처를 취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백 교수는 특히 뉴타운 사업지 곳곳에서 갈등이 생기는 근본 원인은 시에서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처음 사업시행 계획을 인가할 때 법에서 정한 거주자 임시수용시설, 주거대책비 지급 월수, 임대주택계획 등을 조합이 제대로 준수했는지 시에서 감시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전형적인 자치단체의 직무유기이자 허술 행정 사례"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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