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노무현 대통령이 민주노총을 겨냥해 '그들만의 노동운동'이라고 비판한 후 김대환 노동부장관도 바통을 이어받아 노동계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17일 쏟아냈다. 당초 김 장관 취임을 쌍수 들어 환영하며 노사정회의 복귀까지 검토했던 노동계와 김장관간 갈등이 막다른 골목으로 가는 모양새다.
***김대환 장관, "노동운동, 과격하고 비현실적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김대환 장관은 17일 정례브리핑에서 "(민주노총이) 지난 87년 민주화가 노동운동만으로 이뤄졌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라며 "이런 착각이 노동운동을 과격하고 비현실적인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장관은 이어 "87년 가을 노동자 대투쟁도 (노동계) 스스로 이룬 게 아니라 대학생·넥타이부대·야당·재야세력 등이 나서서 만든 민주화 공간에 편승한 것"이라며 평가절하했다. 그는 또 "대기업 노조의 경우 노력에 비해 과도한 과실을 따먹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 장관은 또한 민주노총 총파업에 대해서도 엄정대응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민주노총이 오는 26일 파업을 예고했고, 한국노총도 가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이번 파업은 실정법상 명백한 불법행위로 파업 강행시 형사고발 등으로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지도부를 형사 고발할 것이며 사법당국의 인지수사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혀 민주노총 지도부까지 형사고발 대상임을 시사했다.
그는 이어 "현재 국회에 정부안 뿐만 아니라 노동계 입장을 반영한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 발의 법안도 함께 제출돼 있다. 노동계는 시대착오적인 총파업을 벌일 것이 아니라 국회 안팎에서 토론과 설득에 나서야 할 것"이라며 "가급적 총파업과 그에 따른 엄정한 법집행 같은 사태가 없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비정규 관련 법안이 입법예고된 지난 9월11일 이후 노동계 뿐만 아니라 시민사회가 강하게 반발하며 지속적 대화요구를 했음에도 묵묵부답했던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대화와 토론' 보다 '공권력을 통한 실력저지'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파악된다.
***민주노총, "김장관, 합리화는 좋지만, 노동운동을 희생양으로 삼지마라"**
민주노총은 즉각 논평을 통해 "김대환 장관은 함부로 노동운동을 말할 자격이 없다"고 반박했다.
민주노총은 김 장관 발언과 관련, "우리는 노동자의 힘만으로 민주화가 이뤄졌다고 주장한 적이 있느냐"며 "오히려 민주노총 역시 경제적 전투주의를 극복하고 전체 노동계급의 단결을 위해 비정규직이라는 사회제도적 개선을 걸고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민주노총은 또 "민주화 공간 역시 전태일 열사나 YH 어린 여공의 희생없이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며, 그 결과 민주정부가 들어서고 소위 참여정부까지 들어섰다"며 "지식인들은 그 과실을 충분히 향유했을지 몰라도 노동자·민중의 삶은 악화됐다"고 반박했다.
민주노총은 이어 "학자에서 관료로 바뀐다고 객관적 역사도 바뀌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민중들의 생존환경이 더 악화되고 있는 지금 무슨 체면으로 자신의 정당성만 주장하는가"라고 맹비난했다.
민주노총은 끝으로 "노동운동도 많은 한계와 오류도 있지만, 이를 바로 잡기 위한 피어린 투쟁이 있었고, 대중운동은 전진하고 있다"며 "일개 학자출신 장관이 함부로 폄하할 일은 아니며, 자신의 처지를 합리화하는 것은 좋지만 그 희생양으로 노동운동을 삼는 것은 이제 그만둬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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