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각 일대에서 유세를 벌이는 주경복 후보에게 한 시민이 대뜸 던진 말이다. 사교육비 절감과 핀란드식 교육제도를 공약으로 내세운 주 후보에게 시민들은 사교육의 고리를 끊어달라는 주문을 했다.
서울시 교육감 선거를 하루 앞둔 29일, 13일 간의 유세일정을 마무리하는 후보들은 막판 표심 잡기에 여념이 없었다. 주경복 후보도 전날 자정에 홍대 앞에서 유세를 시작해 오전 중에 구로공단역, 영등포역에서의 유세를 벌인 데 이어 오후에는 강북으로 옮겨 광화문, 종각, 종로, 명동 일대에서 유세를 벌였다.
"MB 복제판 교육감은 안돼"
주경복 후보는 이번 교육감선거에서 'MB정책 심판'을 전면에 내세웠다.
주 후보는 "이명박 정부의 무능과 독선을 심판하기 위해서는 서울 시민이 '투표권'을 꼭 행사해야 한다"며 "촛불집회에서 보여줬던 힘을 모아 내일 투표장에서 보여달라"고 말했다. 촛불을 통해 절정에 오른 반MB 정서를 십분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주 후보는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과 꼭 닮은 '복제판 교육감'이 당선될 거라 생각해서 교육에 대한 예산과 권한을 교육감에게 다 줬다"며 "시민들은 벼랑으로 갈지, 저를 따라 큰 길로 갈지 잘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주 후보는 그 '복제판 교육감'인 공정택 후보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갔다. 그는 "지난 4년 동안 서울은 매년 학원이 500개씩 늘고 서울시 교육청은 전국 330개 공공기관 중에서 청렴도 조사에서 지난 3년 간 꼴찌를 계속하고 있다"며 현 서울시 교육감인 공정택 후보의 임기 간 행적에 대해 비판했다. 또 주 후보는 '교육경쟁력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우는 공 후보를 겨냥해 "경쟁에 매달리지 말고 잠재력을 개발하여 학부모와 자녀 모두 행복해져야 한다"며 "대안형 공립학교 등 핀란드형 교육제도를 한 발 앞서 서울에서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유권자에게 통하는 'MB정책 심판'
교육감 선거임에도 교육정책보다도 MB 심판을 더 전면에 내세우는 이 같은 선거 전략이 시민들에게는 더 호소력을 갖는 듯했다.
유세장 옆을 지나던 김병수 씨는 주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에 대해 "이명박 정부와 다른 부분이 많아서 지지한다"며 "0교시, 야간자율학습, 영어사교육 등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촛불에서 드러난 반(反)MB 정서가 이번 교육감 선거에도 분명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적어도 저 개인으로서는 그렇다"고 말했다.
종각에서 벌어진 유세현장을 떠나지 않고 지켜보던 50대 김 모 씨도 "주 후보가 제시하는 구체적인 공약은 잘 알지 못한다"며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 대부분에 반대하기 때문에 진보적인 성향의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유세장 옆을 지나가던 서 모 씨는 "학교 다양화 정책을 지지하는데 주 후보 공약에는 그게 없어 아쉽다"며 "그렇지만 MB정책에는 반대하기 때문에 진보 성향의 강력한 후보인 주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한 선거운동원도 "젊은 사람들은 선거 전단지를 안 받고 지나가려다가도 'MB 정권을 심판합시다'라고 말하면 멈춰 서서 전단지를 받아간다"고 귀뜸해줬다.
"사교육비를 줄이겠습니다"
주경복 후보는 '사교육비 절감'을 강조했다. 주 후보는 "사교육비가 한 해 동안 16%나 올랐다"며 "실용을 앞세우고 경쟁을 외치는 가운데 사교육비만 치솟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교육감 선거가 이념 논쟁과 정당색으로 얼룩진 선거라고 비판을 받고 있긴 하지만 유세 현장에서 시민들은 주 후보에게 교육 불평등 해소와 사교육비 절감을 실현해 달라고 호소했다.
주 후보 지지 발언에 나선 봉양순 주부는 "다른 건 다 줄여도 교육비는 줄일 수 없는 게 바로 부모들 심정"이라며 "멈출줄 모르는 사교육비 증가가 서민의 삶을 힘들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린 딸을 데리고 지나가던 주부 이 모 씨는 "아직 우리 애가 어려 당장 당선되는 교육감의 정책에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며 "그러나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게 이번에 당선되는 교육감 임기 중이라 교육감 선거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교육 시장에 의존하게 만드는 교육 정책에는 반대한다'며 "주 후보가 공교육 정상화를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직접 뽑는 교육감…투표율은?
그러나 교육감 선거에 관심이 없는 시민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선거 전단지를 나눠주는 선거운동원의 손에 있는 들린 전단지는 쉽게 줄지 않았다. 시민들은 흔히 길에서 나눠주는 광고전단지 쯤으로 여기고 선거 전단지를 받지 않으려고 했다.
그나마 헌법 1조 가사를 각색한 노래에 맞춰 대학생들로 이뤄진 선거운동원들이 율동을 하자 지나가던 시민들이 가던 길을 멈춰 서며 눈길을 주곤 했다.
취재를 시도하는 기자에게 지나가는 많은 시민들이 손사래를 치며 할 말이 없다거나 관심 없다고 했다. 이 같은 무관심은 35도를 넘는 더운 날씨로 불쾌지수가 한껏 높아진 탓이기도 했겠지만 10~20% 정도의 투표율을 예상하게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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