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가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영화제를 개괄하는 행사 및 프로그램과 상영작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정동일 조직위원장과 이덕화 운영위원장, 차승재 기획위원장, 그리고 지세연, 기준영 프로그래머가 참석했다. 발견, 복원, 창조를 기치로 하는 충무로영화제에서 올해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작년에는 없었던 국제경쟁부문이 신설됐다는 점. <디어 헌터>의 마이클 치미노 감독을 심사위원장으로 하여 이명세 감독, 평론가 테라와키 켄 등 5명의 심사위원단이 국제경쟁부문에 오른 영화 11편을 심사하여 대상과 심사위원 특별상, 올해의 발견상 등을 시상하게 된다. 또한 관객들에게 가장 큰 지지를 받은 영화에게는 관객상도 수여된다. 개막작은 히구치 신지 감독의 <숨은 요새의 세 악인>이 선정됐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전설적인 사무라이극을 리메이크한 영화로서, 마츠모토 준과 나가사와 마사미가 주연을 맡았다. 원작과는 달리 다케조와 유키히메의 로맨스가 추가됐다. 충무로영화제가 간판 프로그램으로 내세우고 있는 'CHIFFS 매스터즈'의 주인공으로는 <2001년 스페이스 오딧세이>, <미지와의 조우>, <블레이드 러너> 등에서 시각효과를 담당했고 직접 영화를 연출하기도 한 더글라스 트럼블 감독이 선정됐다. <미지와의 조우>와 그가 직접 연출을 맡은 <브레인스톰> 등의 작품들이 상영될 예정이다. 또한 공식 초청부문 중 최근 복원작으로는 막스 오퓔스 감독의 <롤라 몬테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성난 황소> 등 4편이 상영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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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영화제 기자회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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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린 감독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기획전도 마련됐다. <밀회>와 <위대한 유산>, <아라비아의 로렌스>, <닥터 지바고> 등 데이비드 린 감독의 주옥같은 작품들이 상영될 예정. 또한 2007년 파킨슨 병으로 사망한 여배우 데보라 카의 출연작들을 모아 상영할 계획이다. 마이클 파웰 감독의 <검은 수선화>, 프레드 진네만 감독의 <지상에서 영원으로> 등의 작품들이 이미 상영이 확정됐다. 충무로영화제가 마련한 올해의 특별전은 독일영화의 역사를 훑는 '독일영화사 특별전'이다. 표현주의 영화 시대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F.W. 무르나우 감독의 <노스페라투>와 프리츠 랑 감독의 <엠>부터 뉴 저먼 시네마의 기수 베르너 헤어조크 감독의 <카스퍼 하우저의 신비>와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감독의 <사랑은 죽음보다 차갑다>, <마리아 브라운의 결혼> 등과 같은 작품들, 마가레트 본 트로타 감독의 <독일 자매>와 폴커 슐렌도르프 감독의 <양철북>, 빔 벤더스 감독의 <베를린 천사의 시>, 현대 독일영화 씬에서 활약하고 있는 톰 티크베어 감독의 <롤라 런>, 파티 아킨 감독의 <미치고 싶을 때>, 틸 슈바이거 감독의 <귀 없는 토끼> 등 총 40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이 중에는 국내 관객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퍼시 애들론 감독의 <바그다드 카페>가 뉴 디렉터즈 컷으로 상영될 예정이다. 또 하나의 특별전으로 올해 40주년을 맞은 '칸영화제 감독주간' 섹션을 기념해 이 섹션에 출품되었던 작품들 중 22편을 모아 상영한다. 로베르 브레송 감독의 <아마도 악마가>, 루이 말 감독의 <캘커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비열한 거리>, 켄 로치 감독의 <하층민들>, 아톰 에고얀 감독의 <어져스터> 등 칸영화제를 통해 더욱 명성을 높인 고전 걸작들을 한자리에 모을 예정. 이광모 감독의 <아름다운 시절>과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 류승완 감독의 <주먹이 운다>, 임상수 감독의 <그때 그 사람들> 등 우리영화 4편도 포함됐다. '무성영화의 향연' 섹션에서는 올해 초 필름이 발굴, 복원되어 한국 최고(最古) 영화로 기록된 안종화 감독의 <청춘의 십자로>가 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KOFA 개막식 때와 마찬가지로 변사들의 공연과 함께 상영되며, 에른스트 루비치 감독의 <황태자의 첫사랑>과 버스터 키튼 감독의 영화 세 편도 즉석 라이브연주와 함께 상영될 예정. 올해의 아시아 감독으로는 이치가와 곤 감독이 선정되어 그가 연출한 작품 중 <버마의 하프>, <이누가미 일족> 등 9편과 이와이 슈운지 감독이 이치가와 곤 감독의 영화세계에 대하여 만든 다큐멘터리 <이치가와 곤 이야기>가 상영된다. 한편 올해 충무로영화제에서는 <우묵배미의 사랑>, <꽃잎>, <너에게 나를 보낸다> 등을 만든 장선우 감독의 전작을 모은 '장선우-전'도 열린다. 선우완 감독과 공동연출을 했던 <서울예수>부터 2002년작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까지 장선우 감독의 전작을 아우르며, 그가 배우로 출연했던 김수현 감독의 <귀여워>와 평론가 토니 레인즈가 만든 <장선우 변주곡> 등도 함께 상영될 예정이다. 작년 1회 때 '고전 영화제'로 위상을 드러내며 차별화를 꾀했던 충무로영화제는 올해도 여전히 '차별성'에 대한 질문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새로 신설된 국제경쟁부문에 대하여 '미래에 고전이 될 작품을 발굴한다'는 취지를 두었으나 경쟁부문을 운영하고 있는 여타의 다른 영화제들 역시 특별전과 회고전을 메인 프로그램으로 두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고전영화제'로 시작했던 충무로영화제가 2회를 맞으며 오히려 그 성격이 퇴색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드는 것이 사실이다. 한편으로 "고전영화는 어렵다, 매니아들의 전유물이다"라는 일각의 시선과 함께 일반 시민들, 특히 '지역 축제'로서 중구 주민들을 적극적으로 영화에 참여시켜야 한다는 숙제를 함께 떠안으며 고심을 한 흔적도 눈에 띈다. 차승재 기획위원장은 "오늘날의 고전이 당대에는 대부분 재미있는 오락영화들"이었음을 주지시키며 고전영화들 역시 현재의 영화들 못지 않은 재미를 줄 수 있다고 강조했지만, 충무로영화제의 정체성과 차별성을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 충무로영화제 측이 풀어야 할 가장 긴급한 과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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