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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나쁜 자와 덜 나쁜 자가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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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나쁜 자와 덜 나쁜 자가 있을 뿐'

[핫피플]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곽경택 감독

곽경택 감독은 2005년 이후 다소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그는 그때 워낙 '큰 싸움'을 벌였다. 장동건과 이정재를 데리고 첩보드라마를 해양 블록버스터로 결합시킨 <태풍>이란 영화로 진을 빼도 제대로 한번 뺐다. 흥행은 했지만 워낙 큰 돈을 들였고, 그래서 감독으로서는 성공했지만 그에게 돈을 댄 투자자들은 사업적으로는 그리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곽경택은, 일은 잘 벌리고, 남보다 늘 한움큼 앞서가는 인물이지만 때론 비즈니스적으로 위험하다는 경고장이 붙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곽경택이 미학적으로 독특한 장기를 발휘할 때는 '작은 영화'에서다. 그는 이번 신작 <눈에는 눈, 이에는 이>까지 모두 8편의 작품을 만들었는데, 초기작인 <억수탕>, 그리고 공전의 히트작<친구>와 그 이후 만든 <똥개> 등은 곽경택이 만만찮은 작가적 야심을 가진 감독임을 드러내는 작품들이다. <태풍>이후 기력이 빠진 듯 곽경택은 지난 해 <사랑>이란 작품을 내놨다. <친구>의 속편 격 혹은 그 언저리의 이야기를 들춰낸 듯한 이 영화는,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 해도 곽 감독이 다소 중언부언한 듯한, 자기복제를 한 듯한 작품이었다. 별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이번 신작 <눈에 눈, 이에는 이>는 그래서인 듯, 곽 감독이 다소 '작심한 듯' 변화를 보인다. 예전의 그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인다. 장르도 미스터리 액션스릴러다. 그는 어떻게 변했을까. 왜 변했을까. 곽경택을 만났다.
곽경택 감독
- 스스로도 이번 작품이 이전 작품과 다르다고 했다. "비유해서 말하자면 이전 작품은 도끼를 들고 필름을 뚝뚝 끊어 냈다면 이번 작품은 날카로운 면도칼로 삭삭 베어낸 듯한 작품이다. 기존의 내 영화는 남자들끼리의 우정, 의리 등등 다소 묵직한 느낌의 아우라가 강했다. 이번 작품엔 그런 게 없다. 드라이하고 무엇보다 빠르다. 이번에 난 속도를 좀 냈다." - 이번 영화의 컨셉, 모티프는 맨 마지막 장면에 담겨져 있다. 수사관들은 백 반장(한석규)에게 안현민(차승원)을 놔준 건지, 풀어준 건지를 묻는다. 그때 백반장의 대답이 걸작이다. "어이 박형사. 내가 풀어준 것 같아, 놔준 것 같아?" 백 반장과 안현민의 관계는 형사와 범죄자의 관계인가, 파트너의 관계인가, 승부와 경쟁의 관계인가? "그 모두의 관계라는 것이 이 영화를 보는 정확한 눈썰미가 된다. 잘봤다. 그 부분에 이 영화의 주제가 많은 부분 들어가 있다. 두 사람은 좇고 쫓기는 관계지만 어떤 때는 앞뒤 위치가 서로 바뀐다. 둘은 치열하게 싸우지만, 서로를 가장 잘 알고 또 이해하는 인물들이다. 선과 악은 때론 그 구별이 모호한 것이다. 세상은 나쁜 자와 좀 덜 나쁜 자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 누가 더 나쁜지는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곽경택 감독
- 이건 복수의 얘기인가? "범죄를 통해 복수를 하려는 자가 있고 그 범인을 잡는 척 더 큰 악을 좇으려는 자가 있다. 그 두 이야기가 나선형으로 얽혀 있다. 설마 줄거리를 설명해 달라고 하시지는 않겠지. 복잡하다. 직접 보시기들 바란다." - 영화의 전면엔 차승원이 내세워지는 척, 사실은 한석규의 캐릭터가 돋보인다. "한석규 씨의 캐릭터가 야누스적이어서 그렇다. 그는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정통의 형사이고 100% 검거율을 자랑하는 민완 형사지만 어딘가 복잡한 내면을 가지고 있다. 그는 때론 승부욕으로 범인을 좇는다. 그건 쥐를 좇는 고양이의 심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그가 선택하는 것은 큰 틀에서 보면 악한 쪽이 아니다. 선하지는 않지만 악한 쪽은 아니다. 그런 면이야 말로 한석규 씨가 맡은 백 반장 캐릭터의 묘미다. 한석규 씨는 그 역을 제대로 해냈다. 그는 정말 훌륭한 배우다." - 잘 언급되지 않지만 극중 또 다른 악한 역을 맡은 송영창 씨의 연기가 발군이다. "맞다. 진짜 발군의 연기력을 선보였다. 송영창 씨 캐릭터에는 있는 그대로 정통의 악마 이미지를 붙였다. 그런데 이 역할은 한석규, 차승원과 절묘한 균형의 삼각축을 이루어야 한다. 캐릭터의 파워가 넘쳐서도 곤란하고 모자라서도 곤란하다. 그런 면에서 송영창 씨는 노련하고 노회한 연기자라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 당초 이 영화의 감독이 아니었다. 중간에 교체됐다. 우리 영화계에서 보기 드문 일이다. "원래 내 조감독 출신인 안권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싶지 않지만 우여곡절 끝에 중간에 내가 투입됐다.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영화는 감독 혼자서 만드는 것이 아니고 제작자와 투자자, 수많은 스탭들이 함께 하는 것이다. 교체라기 보다는 공동감독이라는 표현이 맞다. 그게 더 좋다. 어쨌든 우리 둘의 역할 분담은 비교적 정확했다. 안 감독은 전투를 잘했다. 나는 고지를 탈환했다. 그렇게 이해를 해달라."
곽경택 감독
- 진부한 질문 하나. 이 영화를 통해서 하고 싶었던 얘기는 뭔가? "이 영화를 보면서 자신의 상황을 반추해 볼 수 있기를 바랐다. 나에게 있어 돈이란 무엇인가, 나에게 있어 세상에 대한 복수란 어떤 의미인가, 나는 지금 이 엄혹한 세상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가 등등. 영화를 다 보고 나오면서 그런 생각들이 드신다면 내가 이 영화를 만든 이유의 상당 부분을 달성한 셈이 될 것이다." - 감독들이 영화를 다 만들고 나면 처음에 드는 느낌이 있다고 했다. 찝찝하다든가 다시 찍고 싶다든가, 개봉을 안했으면 싶다든가, 아니면 기분이 아주 좋다든가. 어느 쪽이었나? "후련했다. 후회없이 찍었다고 생각했다. 만족감이 들었다." - 여름 전쟁에서 살아나길 바란다. "(웃음) 맞다. 전쟁이다.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게끔 많이 응원들 해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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