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습니까? '보수의 혁신'을 통해 한나라당을 환골탈태시키고 싶었다고요? 함께 하기 위해 혼자라도 먼저 시작해야 할 때가 많았다고요?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원희룡 의원이 제 글에 대한 '댓글'에서 밝힌 입장을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이 점만 강조하겠습니다.
저는 원희룡 의원을 향해 "왜 한나라당에 있는가?"라고 질문한 적이 없습니다. "당과 맞지 않으면 떠나라"는 공격도 한 일이 없습니다. 원희룡 의원이 왜 한나라당에 입당했냐고 비판한 적은 더더욱 없습니다.
그건 원희룡 의원의 자유의지에 속하는 문제입니다. 작금의 정치지형을 볼 때 원희룡 의원이 한나라당 밖으로 뛰쳐나가는 것보다 안에서 할 일이 더 많다고도 생각합니다.
그래서 비판했고 당부했습니다. 한나라당 안에서 세를 모아 견제를 하라고, '과속 방지턱'의 역할을 하라고 부탁했습니다.
접점은 딱 하나입니다. 원희룡 의원과 제가 차분히 논의해야 할 주제는 이것입니다. "함께 하기 위해 혼자라도 먼저 시작하는 (일)", 그 다음의 전략과 세력입니다.
원희룡 의원은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만이 한나라당을 거듭나게 만들 것"이라며 "대의명분을 세우고 치밀한 전략 위에서 힘과 세력을 조직해 현실에 굳게 발 디디고 서서 실효성 있게 문제를 풀어가고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가는 정치를 할 것"이라고 다짐했습니다.
좋습니다. 바로 그것입니다. 원희룡 의원을 지지하는 사람, 그리고 애정 어린 비판을 하는 사람들이 바라는 게 바로 그것일 겁니다.
대전제에 대해서는 공감을 이룬 것 같으니 구체적인 사례를 갖고 얘기했으면 합니다. 원희룡 의원이 직접 거론한 YTN 문제입니다. 그에 대해 원희룡 의원이 세워야 할 전략과 조직해야 할 세력은 뭘까요?
대의명분은 논할 필요가 없습니다. 원희룡 의원 스스로 "경선 당시 특보라는, 소위 '주홍글씨'가 새겨져 있는 인사를 (YTN 사장으로) 임명하는 것은 선을 넘은 것"이라고 지적했고 저 또한 그런 지적에 동의합니다.
자,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선을 넘은" 인사를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을까요? 그것을 위한 전략이 뭘까요?
원희룡 의원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 전략이란 것을 제시했습니다. "자진사퇴가 가능하다면 그것이 가장 좋은 해법"이라고 했습니다.
이게 전부입니다. 원희룡 의원이 제시한 전략은 오직 이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것이 전략이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그건 '제3자의 하나마나 한 훈수'라고 봅니다.
이렇게 되묻고 싶군요. 구본홍 YTN 사장이 자진사퇴할까요? 원희룡 의원은 그게 정말 가능하다고 믿는 건가요?
그렇게 생각한다면 너무 순진합니다. 3선의 관록에 견주면 순진하다는 지적보다는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더 타당하겠네요.
구본홍 사장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YTN 사원들이 사장실에 대못질을 하고 사옥 앞에서 출근저지를 하는데도 미동도 않고 있습니다. 구본홍 사장 본인의 입장에선 '수모'라면 '수모'일 수도 있는 일을 겪으면서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설령 구본홍 사장 본인이 자진 사퇴할 의사가 있다 하더라도 함부로 움직일 처지가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원희룡 의원 스스로 쓴 표현, 즉 정부의 "방송장악" 전략에 따르면 YTN은 하나의 고비입니다. 이 고비를 넘지 못하면, YTN 사원과 국민의 반대에 막혀 뒤로 물러서면 다른 "방송장악" 구상도 흔들릴 테니까요.
제가 보기엔 구본홍 사장의 자진사퇴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작금의 현실을 보면서도 그렇게 믿는다면 그건 현실을 호도하는 것이거나 외면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원희룡 의원이 "자진 사퇴"를 주장하며 내건 "가능하다면"이란 가정이 성립하지 않으면 그 다음 전략으로 뭘 제시할 건가요?
이렇게 말하는 게 더 낫겠네요. 구본홍 사장이 "자진 사퇴"하면 만사가 끝나는 건가요? 원희룡 의원은 "자진 사퇴"가 "가장 좋은 해법"이라고 했지만 제가 보기엔 이 인식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자진 사퇴"는 "가장 좋은 해법"이 아니라 '미봉책'에 불과합니다.
왜냐고요? 원희룡 의원의 다른 말에 그 근거가 있습니다.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랬죠? 정연주 KBS 사장에 대한 사퇴 압력에 대해 "KBS를 정상화 하고 언론 독립성을 살리는 방향에서 사장 교체를 주장하는 것은 몰라도 한나라당 정권 만들기에 앞장섰던 인사들이 방송을 장악하기 위해 이를 요구하는 식은 안 된다"고요.
상반된 두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는 발언으로 이해합니다만 아무래도 좋습니다. 원희룡 의원의 말에 따르면 "독립성"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당위이니까요. 이 점만 확인하고 말을 잇겠습니다.
YTN 사장 선임 문제는 곁가지입니다. 줄기는, 본질은 정권의 "방송장악" 욕심에 있습니다. 이런 욕심이 "선을 넘은" 인사를 부르고 있습니다. 이런 욕심이 YTN 뿐만 아니라 '스카이 라이프'와 '아리랑TV'에 특보 출신 사장을 앉혔고, KBS 사장을 몰아내려 합니다. 세간에선 이렇게 읽고 있습니다.
원희룡 의원이 전략을 세우고 세력을 조직화해야 할 문제가 바로 이것입니다. "자진 사퇴"와 같은 땜질식 처방을 무기력하게 읊조릴 게 아니라 정부와 한나라당의 방송정책에 대해 전면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그 방지책을 내놔야 합니다. 물론 이런 주장이 힘을 얻도록 세를 규합해야 겠지요.
원희룡 의원의 진단에 따르면 KBS는 약간 다를지 몰라도 종국적인 처방은 다르지 않을 겁니다. 정연주 사장을 쫓아내든 말든 "독립성"은 반드시 보장해야 하니까요.
어떻습니까? 행동에 나서 보시지요. 이참에 정부와 한나라당의 방송관련 법률안에 대해 총체적인 입장을 내놔 보시지요. 그 입장을 의원총회에 회부해 당론으로 채택해 달라고 원내대표에게 요청해 보시지요. 이런 요청이 힘을 받을 수 있도록 같은 당 동료의원들의 연서명을 받아 보시지요. 그게 원희룡 의원이 밝힌 "혼자라도 먼저 시작"하는 것이고, 뒤를 잇는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일 것입니다.
나아가 대안적 성격의 입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홍역을 앓는 우리 방송의 현실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방송의 독립성을 담보할 수 있는 인사제도안을 입법화해 보시지요. 그게 아니라면 인사권자의 "선을 넘은" 인사권 행사를 제한할 수 있는 보완책도 좋습니다. 물론 10명 이상의 의원 서명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다른 당이 아니라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의 서명을 받아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그러면 원희룡 의원의 문제의식이 세력을 조직화할 수 있는지, 나아가 원희룡 의원이 자평한대로 한나라당이 "꾸준히 변화해 왔(는지)"를 잴 수 있을 테니까요.
제가 원희룡 의원에게 문제제기를 한 게 바로 이것입니다. 원희룡 의원의 '댓글'에도 불구하고 애초의 문제제기를 거둘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원희룡 의원이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바른말'이 힘을 얻으려면, 그래서 한나라당을 바꾸고 세상을 변화시키려면 원희룡 의원 먼저 '바른말'을 몸소 실천해야 할 것입니다.
'답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원희룡 의원이 제 '답글'에 대해 다시 입장을 밝혀주신다면 성심성의껏 '재답글'을 올리겠다는 약속을 드리면서 이만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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