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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은 캐나다 소, 다 어디로 갔을까?"

[박상표 칼럼] 美 캐나다 소 검역 체계 '구멍'

美 농무부 감사보고서, 캐나다산 수입 소 관리 부실 지적

"내 눈의 들보는 안보이고 남의 티끌만 보인다." 미국 정부와 미국 축산업계의 광우병 예방 및 쇠고기 수·출입 정책은 바로 이런 속담에 딱 들어맞지 않나 싶다.

지난 7월 14일 공개된 미국 농무부의 감사 보고서를 보면, 미국 농무부는 광우병 발병 우려가 제기되는 캐나다산 수입소를 부실하게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미국 축산업계는 "미국 소비자를 질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마련될 때까지 (30개월 이상 캐나다산 소의) 수입 완화 조치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미국 축산업계의 이런 태도는 이중적이다. 미국 축산업계는 줄곧 광우병 위험으로부터 한국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보호 조치 마련을 염두에 두지 않고 30개월 이상의 쇠고기와 혀, 곱창, 회수육, 분쇄육까지 한국이 수입하도록 노골적인 압력을 행사해 왔고, 결국 목적을 달성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211마리 건강 기록 없어, 9660마리 승인 없이 수입

미국 농무부 감사국(OIG)은 올 3월 동식물검역국(APHIS)과 식품안전국(FSIS)을 대상으로 '미국 농무부의 생가축 수입 및 이송 관리(USDA's Controls Over the Importation and Movement of Live Animals)' 감사 결과를 보고했다.

총 62쪽에 이르는 보고서는 8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21개항의 권고 사항을 제시했다. 광우병 안전과 관련하여 특히 주목되는 지적은 "캐나다산 소에 대한 출생지 등 감정과 질병기록을 요구하는 연방정부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수백 마리가 그런 기록 없이 캐나다로부터 수입했다"는 것. 보고서는 "동식물검역국이 수입된 소의 추적을 제대로 하지 않았고,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수입 규정 위반을 전체적으로 분석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캐나다산 소 211마리가 적절한 확인과 건강 기록 등을 갖추지 않은 채 수입됐다. 또 2005년 10월부터 2006년 9월까지 캐나다로부터 수입된 161차례 선적분의 소가 미국 정부 당국의 승인을 거치지 않고 미국으로 들어왔다. 일반적으로 한 번 60마리의 소를 선적하므로 모두 9660마리의 캐나다산 소가 승인 없이 미국으로 수입된 것이다. 아울러 436마리의 소가 도축 목적으로 수입되었으나 도축 사실을 입증할 수 없었다.

캐나다에서는 지금까지 모두 13차례의 광우병 확진 소가 보고되었으며, 2003년 12월 미국 워싱턴 주에서 광우병이 확인된 사례도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수입된 소로 밝혀졌다. 따라서 이번 보고서의 지적은 캐나다뿐만 아니라 미국을 포함한 북미 대륙 전체가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으며, 미국의 광우병 안전 대책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110만 마리의 캐나다산 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감사보고서를 더 꼼꼼히 살펴보면 미국의 광우병 안전 시스템의 더 많은 허점이 드러난다. 미국은 한 해에 2000만 두 가량의 가축을 수입한다. 살아 있는 상태로 수입하는 가축의 99.9%는 국경이 맞닿아 잇는 캐나다와 멕시코로부터 들여온다. 미국은 2005년 10월~2006년 9월 동안 230만 두의 생우(生牛)를 수입했는데, 그 중에서 110만 두를 캐나다에서 수입했다.

2006년 회계연도의 경우 수입된 가축의 70%가 비육 목적으로 수입되었으며, 약 17%만이 도축되었다. 2006년에 수입된 가축 중에서 340만 두가 도축되었는데, 그 중에서 캐나다산 돼지가 240만 두였다고 한다. 즉시 도축된 멕시코산 돼지까지 고려한다면 캐나다산 수입 소의 대부분은 미국에서 비육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올해 6월까지도 광우병이 발생하고 있는 캐나다에서 수입된 소가 광우병 인자에 감염되어 임상 증상을 나타내지 않은 상태로 푸드 체인이나 사료 체계 속으로 편입될 수 있다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미국 정부가 광우병이 발생하더라도 그 소가 어느 농장에서 태어났는지도 추적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7월 23일자 <시카고 트리뷴>도 지적했듯이, 미국 정부는 2005년 텍사스 주와 2006년 앨라배마 주에서 확인된 광우병 소의 출생지가 어디인지, 정확한 나이가 몇 살인지를 전혀 밝혀내지 못한 바 있다.

또 <시카고 트리뷴>은 미국 정부가 2003년 광우병 발생이 확인된 이후 2004년부터 연간 약 40만 두의 광우병 검사를 실시하다가 2006년부터는 광우병 검사 건수를 4만 두로 무려 10분의 1이나 줄였다고 밝혔다.

일본에서 100% 전수검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전체 도축소의 50% 가량을 검사하고 있다. 이와 견주어 미국의 검사 비율은 턱없이 부족하다. 2004년부터 연간 도축 소의 1% 가량을 검사하다가 2006년부터는 기껏해야 0.1%만을 검사하고 있을 뿐이다.

이명박 정부, 캐나다산 소도 100일 지나면 미국산으로 둔갑 수입 허용

한편, 이명박 정부는 지난 4월 18일 한미 쇠고기 협상에서 캐나다산 소라고 할지라도 100일만 지나면 미국산으로 원산지가 변경되어 수입될 수 있도록 허용하였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국제수역사무국(OIE)으로부터 미국과 함께 '광우병 통제 국가' 등급을 받은 캐나다산 쇠고기의 수입도 허용하는 방침을 내부적으로 결정해두고 있다.

그러므로 미국 축산업자들조차 광우병 위험이 있다고 주장하는 캐나다산 쇠고기의 국내 상륙은 이제 시간문제에 불과할 뿐이다. 어디 그 뿐이겠는가. 뼈까지 통째로 수입되는 '2MB표 미국산 쇠고기'에도 캐나다산 쇠고기가 섞여 들어오더라도 우리 국민들은 제대로 된 원산지 정보를 알지도 못한 채 섭취를 할 수 밖에 없다.

미국 축산업자들의 눈에는 30개월 이상의 캐나다산 소의 광우병 위험만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기껏해야 티끌에 불과할 뿐이다. 미국 축산업자들의 눈에는 더 큰 들보가 박혀있다.

이번 18대 국회에는 한미 쇠고기 협상 국정조사에서 바로 이 문제의 들보를 들어내야 할 막중한 역사적 책무가 부여되었다. 우리 국민들은 18대 국회가 지난 3개월 동안 온 국민이 촛불을 밝혀 똑똑히 보여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 티끌과 들보를 모두 제거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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