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 치러지는 서울시 교육감 선거가 엿새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 보수 언론의 여론몰이 강도가 점차 세지고 있다.
촛불집회 이후 치러지는 이번 선거가 '이명박 정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띠고 전개되자 초반부터 '전교조 대 반전교조' 구도로 몰아가던 이들 신문은 최근 들어 더욱 여론을 죄고 있다. 특히 지난 23일 <조선일보> 여론 조사에서 진보 진영의 지지를 받는 주경복 후보가 현 교육감인 공정택 후보를 제치고 선두를 달리는 것으로 나타나자 보수 언론들이 노골적인 견제에 나섰다.
<조선> "주경복 후보, 교육자 자격 없다"
24일 <조선일보>는 "주경복 후보, 3년 전 '6·25는 통일전쟁'"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이 신문은 "주 후보는 지난 2005년 10월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회장 자격으로 언론비평주간신문인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6·25는 통일전쟁이라는 강정구 동국대 교수의 주장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침략전쟁은 국가 사이에 벌어지는 전쟁이고, 통일전쟁은 한 국가 내에서 이념적 차이 등으로 발생한 전쟁을 의미하는 학술적 용어'라고 답변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건국대 교수인 주경복 후보가 지난 학기에 A학점을 35% 이상 주지 못하도록 돼 있는 학교 규정을 어기고, 자신의 수업을 들은 학생 모두에게 A학점을 줬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와 <문화일보>도 같은 내용을 각각 23일자에 보도했다. 이들 보도는 지난 22일 저녁 공정택 후보 측이 교육감 선거 취재기자들에게 일괄 발송한 '동료 교수 제보 자료'의 내용과 일치한다.
또 이들 신문은 사설과 칼럼으로 주 후보를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수강생 전원 'A학점' 준 교수가 서울시교육감 되면'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싣고 "주 후보는 교육자 자격이 없다고 할 수밖에 없다"고 못박았다. 이 신문은 "수강생 모두 A 학점을 주면 학생들은 너도나도 그런 강의를 들으려 할 것"이라며 "이런 풍조가 확산되면 강의는 그럭저럭 하고 학점 잘 주는 교수만 살아남게 된다"고 주장했다.
또 <조선일보>는 "주 후보의 선거공약도 인기영합적인 것들이 많다"며 교원평가제 반대, 학교 선택제 백지화, 학력평가 폐지를 예로 들었다. 바로 전날 <조선일보>가 발표한 여론 조사에서 오히려 정반대 의견, 즉 교원평가제, 학교 선택제 찬성 등이 더 높은 지지를 얻었던 결과와 정반대의 논리인 셈이다.
이어 이 신문은 "교수로서 수강생 모두에게 평등하게 A 학점을 주는 것은 수강생을 망치고 나아가 그 대학을 망치는 일이 된다"며 "교육감으로서 사이비(似而非) 평등교육 정책을 펴게 되면 서울시 교육, 나아가 대한민국 교육을 망칠 수가 있다"는 주장을 폈다.
<동아> "주 후보 당선되면 평둔화(平鈍化) 펼쳐져"
<동아일보>도 같은 내용의 논설을 실었다. 허문명 논설위원은 'A학점 선심(善心)'이라는 칼럼으로 "주 후보의 '평등한 최고학점' 부여는 학생들의 경쟁심과 성취동기를 약화시켜 결국 실력 있는 인재 배출에 역행한다"며 주 후보를 비난했다. 허 위원은 "주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다수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는 고교 선택제, 자립형 사립고 설립, 특목고 추가 설립 등에도 반대하며 '평준화 교육의 완성'을 외친다"며 "그대로 하면 평준화가 아니라 모든 학생의 평둔화(平鈍化)가 눈앞에 펼쳐지지 않을까"라고 우려했다.
한편, <동아일보>는 공정택 후보 명의로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5월 강남 수서 지역 임대아파트 건립을 놓고 재고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한 것에 대해서는 보도하지 않았다. 대신 이 신문은 지난 23일 보수 단체들이 "이대로라면 전교조 지지 후보가 교육감이 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며 공 후보를 중심으로 후보 단일화 협상을 요구한 사실을 비중있게 보도했다.
보수 진영의 위기감과 세결집 주문을 보수 신문이 보도와 사설을 통해 반복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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