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알겠다. 이명박 대통령의 '심모원려'를 이제야 이해할 수 있겠다.
<동아일보>의 표현을 빌리면 "공기업 썩는 냄새"가 진동한다. 감사원이 29개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을 감사한 결과 규정을 어기고 과다 지급한 퇴직금만 454억원이었다. 도로공사는 집을 가진 직원들에게 전세보증금 25억원을 대출해줬다.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룸살롱에서 법인카드로 긁은 돈이 수억원이었고, 승차권 대신 직원신분증 내밀고 기차에 무임승차한 액수가 백수십억원에 달했다.
이런 후진적인 운영실태에 '선진화'의 칼을 빼들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끼리끼리 나눠먹고 끼리끼리 눈감아주는 퇴행적인 조직문화에 '선진화'의 철퇴를 가하지 않는 건 직무유기에 가깝다.
'선진화'는 당위다. 투명성은 요체다. 인사와 예산에서 투명성을 극대화하면 모든 게 드러난다. 인사 투명성을 확보하면 '끼리끼리'를 해체할 수 있다. 예산 투명성을 높이면 '뒷돈'이 사라진다.
'민영화'는 이런 투명성을 높이는 여러 방편 중 하나일 뿐이다. '민영화'보다 선행해야 하는 건 감시와 견제다. 외부에서 감시하고 내부에서 견제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 이것이 우선이다. 그러려면 균형을 이뤄야 한다. 특정 인사, 특정 세력이 주도하고 전횡하는 것을 막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림이 멋지다. 공기업 개혁의 핵심을 한마디로 압축한 것 같다. '선진화'란 표현은 그래서 상징적이다.
이렇게 오해를 풀고, 이렇게 공감을 표하면서 정부를 돌아본다. 근데 웬일일까? 또 다시 뜬금없고 또 다시 뜨악하다. 어이없기까지 하다.
<한국일보>가 조사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새로 인선된 50명의 공공기관장을 분석했다. 19명이 대선 캠프나 대통령직 인수위에 참여했던 인물이었고, 29명이 영남 출신이었으며, 22명이 관료 출신이었다.
전형적인 '끼리끼리' 인사다. 감시와 견제를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하는 인사다.
최고 인사권자와 코드를 맞춘 인물, 그 덕분에 정치권에 여러 줄을 대고 있는 인물이 회전의자에 버티고 앉으면 외부의 감시는 위축된다. 관리감독 부처 출신 관료가 낙하산 타고 착지하면 그 낙하산을 차단막으로 재활용하기 십상이다. 특정 지역 인사가 또 다시 '끼리끼리' 인사를 행하면 조직의 인사지형이 한 지역으로 쏠린다.
길게 평할 게 못 된다. <조선일보>의 평을 옮기는 것으로 족하다. "조용히 넘어갈 것으로 생각했다면 한심한 일이고, 알고도 이러는 것이라면 제정신이라고 할 수가 없(는)" 인사다. '선진화' 하고는 애당초 궁합이 맞지 않는 전형적인 후진국형 인사다.
이쯤에서 정리를 해도 될 것 같다. 말로만 떠드는 공기업 '선진화'? 싹수가 노랗다. '안 봐도 비디오'다.
이왕 말이 나온 김에 하나 덧붙이자. 싹수가 노란 게 공기업 '선진화' 뿐일까?
<조선일보>는 그렇게 보지 않는 모양이다. 우려가 상당히 크다. "'고소영' '강부자' 시비를 낳은 빗나간 인사가 국민의 마음을 돌아서게 했(던)" "뼈아픈 경험"을 되새기면서 편중인사를 계속 하면 "정부가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기능 마비 상태에 빠져들 수도" 있고 "국민의 마음은 정말 완전히 닫히고 말 것"이라고 걱정한다. 아주 진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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