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민영화의 시발점인 제주 영리병원 허용추진 즉각 중단하라
이명박 정부와 김태환 도지사가 내일부터 이틀간 제주도내 국내 영리병원 허용에 대한 도민의 찬반을 묻는 제주도민 여론조사를 강행하려 하고 있다. 국내 영리병원은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도입되었던 적이 없는 제도로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의 공적 성격을 붕괴시키고 의료민영화를 초래할 중대한 제도변화다. 우리는 이러한 중대한 제도변화를 제주도민만의 졸속 여론조사로 결정짓는 것에 반대한다.
더욱이 여론조사는 공정성이 생명이다. 그런데 제주도는 일방적인 관제 여론몰이로 제주도민의 여론을 왜곡하려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모든 공무원을 동원하는 것도 모자라 공무원 부인까지 동원한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찬반토론을 한다면서 도내 363 곳의 읍면동단위 모든 곳에서 임시반상회를 열어 일방적 영리병원 찬성홍보물을 나누어주었을 뿐 아니라 TV를 통한 김태환 도지사의 영리병원 찬성연설을 도민들에게 듣도록 강요했다. 이는 70년대식 관제여론몰이에 지나지 않는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찬반내용을 충분히 도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할 것, 일방적 홍보행위를 중단할 것, 공동여론수렴기구를 만들어 여론조사를 할 것 등을 제의한 제주 노동·시민단체들의 제안은 도청에 의해 단 한 가지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관제여론몰이와 여론조작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어제 밝혀진 사실에 의하면 제주도청은 공무원들에게 영리병원을 반대하는 자들은 "결국 김정일편을 드는 것...반미·친북을 주장하는 세력", "대한민국이나 북의 인민공화국의 의료는...사회주의 체제"라고 주장하는 황당한 문건을 공무원들에게 주민교육 참고자료용으로 배포하는 등 도 예산으로 상식이하의 행동까지 일삼고 있다. 더욱이 지난번에 제주도가 시행한 도민대상 1차 설문조사는 70%이상의 도민의 찬성을 얻어냈다. 그러나 그 설문은 극히 편향적이었다. 같은 시기 한라일보의 여론조사는 영리병원 반대여론이 더 높았다. 이번 여론조사도 도 단독으로 시행한다. 결과는 안보아도 분명하다.
제주도당국의 영리병원 허용논리도 사실상 전혀 근거가 없거나 거짓말이다. 제주도청이 도민들에게 뿌린 홍보물을 보면 '제주도에 영리병원이 설립되어도 의료비 상승은 없다' '제주도 영리병원은 의료 인프라가 취약한 제주도에 양질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준다' '제주도의 신성장 동력인 의료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 '영리병원 허용은 의료민영화와 상관없다' 등의 주장을 한다.
첫째, 영리병원이 들어서더라도 의료비 상승은 없다는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
영리병원은 비영리병원과는 달리 자본이 지분을 가지고 참여하고 이 지분에 대한 이윤배분을 받는 병원, 한마디로 주식회사 병원이다. 제주도는 '제주도에 새로운 자본을 유치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지금까지 안 들어오던 새로운 자본이 왜 들어오겠는가? 결국 이윤배분을 하려면 의료비상승은 필연적이다. 건강보험지정으로 의료수가는 똑같이 규제할 것이라는 점을 제주도는 내세우지만 이윤추구가 그 본질인 영리병원은 과잉진료와 비보험적용 서비스개발 등 얼마든지 의료비를 높여 받을 수 있다. 의료비가 안 오르기는커녕 의료비는 폭등할 것이다.
둘째, 영리병원이 제주도민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도 근거가 없다
정부는 항상 영리병원은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말을 한다. 그러나 미국의 베스트 20개 병원 모두가 비영리병원이다. 전세계의 수많은 연구에 의하면 영리병원은 비영리병원에 비해 의료의 질도 떨어지고 사망률도 높다. 이윤상승과 비용절감을 위해 의료인력을 줄이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중병에 걸리면 서울로 올라가는 비용과 불편을 줄일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대형병원은 어차피 가만두어도 올라올 제주도민들인데 인구 50만명의 제주도까지 내려올 필요가 없다. 제주도에 영리병원이 들어선다면 지금 제주도에 있는 병원들이 전환 또는 분원을 내거나 또는 휴가도 즐기고, 관광도 하고, 수술도 받을 수 있는 질환, 예를 들어 미용성형이나, 라식이나 척추수술 등의 특정 클리닉에 한정될 것이다. 이 질병들은 지금도 제주도에서 치료가 가능한 질병이다. 다만 그 비용은 부대서비스제공 등으로 앞으로 엄청나게 비싸질 뿐이다.
셋째, 제주도에서 의료관광이 성공할 것이라는 예상도 근거가 매우 희박하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 발표한 해외환자유치에 대한 보고서(2006)는 유치가능한 해외 환자 주요 대상국인 미국, 일본, 중국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하였다. 그 결과는 미국은 언어장벽과 의료수준으로 인해 소비의향이 낮았고, 일본이나 중국도 미용 등 극히 일부 서비스에서만 소비 의향이 확인되었다.
제주도는 또한 주요 의료관광 소비국인 중국, 일본, 미국 환자 유치를 두고 다른 나라들과 경쟁해야 한다. 의료의 질은 동남아 국가의 영리병원과 차이가 없다. 문제는 인건비와 언어장벽이다. 태국은 우리나라 인건비의 9.6% 인도는 1.6%다. 싱가포르는 영어를 쓰는 국가일 뿐만 아니라 주요고객인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와 언어가 같다. 제주도의 의료관광 경쟁력이 없다는 것은 정부보고서에서도 확인된다.
넷째, 영리병원에 당연지정제가 적용되므로 의료민영화와 상관이 없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제주 영리병원허용의 가장 큰 문제는 영리병원의 전국적 확산이다. 지금까지 제주도에서 제도가 변화되면 이는 경제자유구역에 곧바로 적용되었다. 제주도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이는 곧바로 전국에 있는(대구, 부산, 인천, 광양, 군산, 평택 등) 경제자유구역으로 확산되며 전국적 영리병원 허용도 시간문제다.
전국적으로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이 영리병원에서 쓰는 의료비를 당연지정제 때문에 국가건강보험재정에서 지출해야 한다. 이 의료비폭등을 건강보험재정이 감당할 수 있을까? 건강보험당연지정제가 영리병원에 대해 선별 적용되어 당연지정제가 폐지되거나 건강보험재정이 견디지 못해 붕괴되거나 둘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결국 어느 쪽으로 가나 건강보험 붕괴로 가는 길이다.
제주도의 영리병원 허용은 이렇듯 제주도민에게도 하나도 도움이 안 될뿐더러 건강보험을 붕괴시킬 의료민영화의 첫 시발점일 뿐이다. 제주도의 대안은 섬이라는 특성 때문에 불편을 겪는 제주도민을 위해 자기완결적인 제주의 공공의료체계를 확립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길을 찾기는커녕 제주도 의료비폭등을 일으킬 영리병원 허용을 관제여론몰이에 이은 도청만의 단독 여론조사로 1주일 만에 강행한다? 제주도민의 의견도 민주적으로 수렴되어야 할 것이고 또 이번 사안은 전국민에게 물어야 할 사안이다.
이명박정부에게 묻는다. 이명박 대통령부터 관계부처 장관까지 건강보험민영화 계획이 없다고 말한 것이 한 달 전이다. 그런데 이제 의료민영화의 핵심 정책인 영리병원 허용을 지역발전론을 앞세워 제주도에서부터 시작하려 한다면 이 정부의 말을 국민들이 도대체 어디까지 믿어야 한단 말인가? 우리는 김태환 제주도지사에게 묻는다. 그토록 좋은 정책이라면 무엇이 떳떳하지 못하기에 관제여론몰이를 통해 1주일 만에 졸속, 불공정 여론조사를 하겠다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는 지금 제주도에서 추진 중인 영리병원 허용이 우리나라의 의료민영화의 시발점이라고 판단하며 이를 당장 중단할 것을 이명박정부와 제주도 당국에 강력하게 요구한다.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이는 돌이킬 수 없는 재난이 될 것이다. 이명박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전면개방에 이어 이제는 의료민영화까지 꼼수와 거짓말로 추진하겠다는 것인가? 이명박정부에 대한 국민의 인내는 그 한계를 시험받고 있다. 우리는 이명박정부와 제주도 당국이 스스로 무덤을 파지 말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2008. 7. 23.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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