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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 대한 少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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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 대한 少考

[신기주의 이야기 속으로] 김지운 감독이 칸 버전과 한국 버전을 다르게 편집한 이유

엔터테인먼트 격주간지 '프리미어'의 신기주 기자 글을 정기적으로 게재한다. 신기주 기자는 영화전문지 FILM2.0를 거쳐 남성 패션지 GQ에서 기자생활을 했으며, 현재 엔터테인먼트 격주간지인 프리미어의 수석기자로 활동중이다. 신기주 기자는 영화와 패션, 음식, 와인, 책읽기 등 자신의 트렌디한 감각을 프레시안 독자에게 정기적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 편집자
김지운 감독이 전해 준 이야기다. 마틴 스콜세지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보고 싶다고 연락을 해왔다. 그런데 어떤 놈을 보내 줄 지가 고민이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한 놈이 아니다. 버전이 여러 개란 뜻이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지난 5월 24일 깐느에서 처음 선보였다. 이른 아침 깐느 뤼미에르 극장은 북새통이었다. 관객들은 영화의 폭풍 같은 속도감에 다들 나자빠졌다. 대평원 추격 장면이 끝난 다음엔 박수까지 쳐댔다. 그게 깐느 버전이다. 김지운 감독은 깐느 프리미에르가 끝난 다음에도 거듭 편집을 했다. 그게 지난 7월 7일 용산CGV에서 공개됐던 한국 버전이다. 한국 버전 1.1 도 있다. 김지운 감독은 기자 시사회가 끝난 다음에도 또 편집을 했다. 마지막 극장 개봉 버전이다. 김지운 감독은 마틴 스콜세지한테 깐느 버전을 보내 줄 작정이다. 그는 말했다. "아무래도 여러 버전 가운데 깐느 버전이 가장 마음이 드니까 그걸 스콜세지한테 보내겠다는 거 아니겠나." 김지운 감독이 가장 좋아하는 놈은 깐느 버전이다. 그러나 관객들은 한국 버전 1.1을 보고 있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이 놈 저 놈 버전들의 차이는 속도다. 깐느 버전은 시속 200킬로미터로 달린다. 군더더기 설명이 없다. 정우성과 이병헌과 송강호의 관계나 사연 따위에 연연하지 않는다. 한국 버전은 시속 150킬로미터쯤 된다. 한국 버전 1.1은 몇몇 액션 장면을 편집해서 속도를 10킬로미터쯤 올렸다. 김지운 감독은 이렇게 설명했다. "깐느 버전은 인물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게 스타카토 갔다. 하지만 이건 대중 오락 영화니까. 관객들한테 조금 더 설명적이고 친절할 필요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무척 스타일리시한 영화로 받아들일 거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속도에 대해 아쉬운 부분은... 나한텐 깐느 버전이 있으니까." 관객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는 건 대중예술가에게 주어진 의무이자 억압이다. 김지운 감독은 관객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브레이크를 밟았다. 영화의 가속도를 꺾은 건 좀 더 설명적이고 친절해야 한다는 대중의 억압이었다. 자신들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는 자본과 대중의 요구였다. 한국 관객들은 시속 200킬로미터를 즐길 자격이 있다. 그러나 안전속도를 유지하고 싶어하는 자본과 길 안내를 해줄 뿐만 아니라 팔까지 잡아주는 친절까지 강요하는 대중은 내달리던 말의 꼬삐를 당겼다. 자동차 회사들이 내수용과 수출용을 따로 만드는 것과 같다. 한국의 운전자들도 더 날쌘 차를 더 싸게 탈 자격이 있지만 운전자들 스스로 크고 비싼 차를 선호하고 자동차 회사들은 그 눈높이는 복제하고 확장한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눈높이에 대한 두려움과 강박과 억압은 창작자의 진정한 자유를 빼앗는다. 어떤 영화평은 흔히 창작자의 자의식을 꼬집곤 한다. 자기 안에 매몰됐다는 식이다.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했다고도 한다. 그런데 한국사회가 초자본주의로 접어든 다음엔 영화평보다 관객평이 더 무서워졌다. 인터넷의 역할도 컸다. 관객들은 단 돈 7천 원을 쓰면서도 자신의 모든 욕구를 충족시켜주길 원한다. 더 이상 앨범을 통째로 사지 않는다. 자신이 원하는 곡만 따로 다운로드 받는다. 초자본주의는 사람들이 돈을 쓰면서 자신의 욕망에 철저하게 충실하도록 만든다. 조금이라도 불만이면 바로 응징이다. 김지운 감독은 그런 억압과 의무감을 문득 피력했다. "다들 내 영화가 2% 부족하다고 하니까. 서사가 없고 이미지만 있다고 하니까."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끝으로 그는 좀 더 서사적인 영화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그는 다음 십 년이란 표현을 썼다. 만든 이는 아쉬운지 몰라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 몰려드는 관객들을 보면 대중이 느끼는 영화의 체감 속도는 이미 충분히 200킬로미터를 넘어선 게 아닌가 싶다. 어쨌든 말이다. 그러나 거침없이 내달리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고삐를 잡은 게 바로 한국 사회에서 대중 문화가 소비되는 방식이란 것도 분명하다. 김지운 감독은 깐느 버전을 좀 더 손 봐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해외 버전을 따로 만들 작정이다. 해외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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