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최고위원은 23일 오전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IMF 때는 퇴직금도 있었고 집마다 나름 조그만 저축이라도 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퇴직금도 없고 예금도 없는 상황"이라며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어려움은 IMF 때보다도 훨씬 더 심각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허태열 "정부, 신뢰 확신 줄 수 있는 답변이 없다"
허 최고위원은 이어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가계대출 잔액이 490조 원에 달한다고 하는데, 가구당 부채규모로 하면 IMF 때의 3배 규모이고, 주택담보대출도 약 230조 원이 된다"며 "최근 변동금리에 의해 금리가 9%까지 올라갔다고 하는데, 이대로 가다간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한국에도 오지 않겠는가"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허 최고위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내년 하반기면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고 했지만 이번 긴급현안질의에서 질문하는 의원들의 내용도 그렇고 답변하는 정부 측에서도 어떤 신뢰나 확신을 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며 "정부는 경기 진작을 위한 '마스터 플랜'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허 최고위원은 "IMF 때는 금 모으기 캠페인도 벌이는 비장함이 있었는데, 지금 정부는 정부대로 절약한다면서 절약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고, 국민들에게 고통을 분담하자면서 고통분담안을 제시한다든지 아무런 종합적인 대책이 없는 상황으로 계속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허 최고위원은 그 예로 "에너지 고소비 산업구조를 차제에 바꿔나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이 이미 마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구체적으로 종합적인 판을 내놓지 못하니 태양광 발전한다고 온 기업들이 절반은 나가떨어지고 있다"며 "정부가 총체적인 컨트롤 타워가 없는 것인지, 이래서 이 난국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인지 진심으로 걱정된다"고 말했다.
박순자 최고위원은 도시가스, 전기요금 인상의 재검토 필요성을 제시했다. 박 최고위원은 "공공요금처럼 서민생활과 직결되는 요금의 인상은 다른 요금의 인플레를 견인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진행해야 한다"며 "가정용 30%, 산업용 50% 등의 인상안에 대해 다시 재조정하고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당에서 철저히 정책적 검토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홍준표 "정국 현안 알릴 것 알렸다"
이에 비해 홍준표 원내대표는 정부의 긴급현안질의 답변에 대해 후한 평가를 내려 대조를 이뤘다. 홍 원내대표는 "나흘 동안 일부 시비가 있기는 했지만, 그 사이에 정부나 당이 정국 현안에 대해서 비교적 소상하게 국민들에게 알릴 것은 알리고 또 잘못된 것은 바로 잡은 것으로 자체 평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또 "쇠고기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같은 경우에는 오히려 우리 측에서 소위 MBC <PD수첩>이나 인터넷 괴담을 통해서 정부가 잘못된 정보가 무분별하게 확산된 경위를 제대로 설명했다"며 "쇠고기 합의 이면에는 노무현 정부 때 이미 30개월 이상 소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는 점이 현재 서서히 밝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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