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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

[박상표 칼럼] 美 쇠고기 협의의 진실

쇠고기 수입 재개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선결 조건 중 하나라는 사실은 새삼 거론할 필요도 없이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쇠고기 협상과 두 차례의 추가 협상이 미국 축산업계가 요구한 내용을 충실하게 수용한 것이라는 사실은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우선 2007년 5월 25일 공개된 미국 농업무역정책자문위원회(APAC)의 보고서를 살펴보자. 미국 축산업계는 한미 FTA 협상이 끝난 이후, 다음과 같은 3가지 내용의 조속한 처리를 주문했다.
  
농업무역정책자문위원회(APAC) 보고서
  
  한국은 과학에 근거한 국제 기준에 일치하게 미국산 쇠고기 시장을 완전히 개방해야 한다. (이를 위해) 처리해야 할 3가지 주요 이슈는 아래와 같다.
  
  1. 쇠고기 도축장 검사의 동등성(Beef pant inspection "equivalency")
  2. 한국 수입 검역 증명서 (Korean import certificate language, and)
  3. 매우 중요하게, 농업유통국(AMS)에서 승인한 미국 농무부 생산 과정 증명 프로그램 인정(very importanly, Korean recognition of USDA Process Vereified Programs(PVP's) as approved by the Agricultural Marketing Service(AMS)

  이명박 정부는 지난 4월 18일 쇠고기 협상에서 이 3가지를 모두 들어줘 미국 축산업계를 만족시켰다.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방미 중이던 이명박 대통령은 4월 18일 미국 상공회의소 주최 만찬에서 "한미 FTA에 걸림돌이 됐던 쇠고기 문제가 합의됐다는 전화 보고를 농림수산식품부장관에게 받았다"고 발표해 미국 CEO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쇠고기 도축장 검사의 동등성'은 미국 농무부가 승인한 도축장을 한국 정부가 별도의 승인 절차 없이 동등하게 안전하다고 인정하는 것을 뜻한다. 이렇게 되면 수출용 도축장의 승인권, 취소권을 미국 정부가 갖게 된다.
  
  수입 검역 증명서 기재 내용도 2006년보다 훨씬 간소화되었다. 2006년에 미국 정부는 아래와 같은 내용을 보증함을 수입 검역 증명서에 기재해야 했다. "수출 쇠고기를 생산하기 위한 소(도축 소)는 광우병 감염이 의심되거나 광우병 감염이 확인된 소 또는 국제수역사무국의 육상동물위생규약에서 규정된 광우병 감염소의 새끼와 새끼로 의심되는 소 또는 동거소가 아니어야 한다(수입위생조건 19(1)항, 10항)." 또 이뿐만 아니라 검역 증명서에 반드시 월령도 표시해야 했다.
  
  매우 중요한 이슈라는 PVP는 QSA보다 한 단계 높은 프로그램
  
  세 번째 이슈인 미국 농무부 생산 과정 증명 프로그램(PVP)은 미국 축산업자들이 아주 중요하게(very importantly) 여기는 요구 사항이었다. 미국 축산업자들은 검역 방법을 미국 정부가 직접 보증하는 강제적 프로그램인 수출 증명(EV) 프로그램을 없애버리고, 민간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생산 과정 증명 프로그램(PVP)으로 바꾸기를 원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5월과 6월에 두 차례에 걸쳐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와 벌인 쇠고기 추가 협의에서 미국 축산업자들이 원했던 생산 과정 증명 프로그램(PVP)보다 훨씬 더 못한 품질 체계 평가(QSA)를 관철시켰다.
  
  생산 과정 증명 프로그램(PVP)과 QSA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미국 농무부 농업유통국(AMS) 홈페이지에 올라있는 다음과 같은 비교표를 통해 알 수 있다.
  
비교 항목생산 과정 증명 프로그램(PVP)품질 체계 평가(QSA)
포함될 수 있는 시장의 요구월령(나이)
  출처
  유전적 증명
  사료급여
  동물취급방법
  미 농무부 농업판촉국의 승인을 받는 것과 같은 추가적 요구사항, 예를 들면 성장호르몬비처치(NHTC)
월령(나이)
  출처
  성장호르몬비처치(NHTC)
PVP 및 QSA의 승인 및 상품 판촉에 활용미 농무부 웹사이트 상에 게시. 회사에서 상품에 "미 농무부 생산과정 증명받음(USDA Process Verified)" 문장을 명시하여 사용 가능단지(only) 미 농무부 웹사이트 상에만 게시만 가능. 상품에 "USDA Process Verified" 문장 사용할 수 없음
품질 관리 매뉴얼 요건요구함(Yes)요구함(Yes)
ISO 9001:2000 요건
  
ISO 9001의 모든 중요한 요소와 부차적 요소에 관한 특정한 정보를 요구함.ISO 9001의 모든 요소를 요구하지 않음.
미 농무부의 특정한 요건
  
요구함(Yes)
  
요구함(Yes)
  
범 위
  
더 자세한 광범위한 요건 및 시장 요구에 대한 광범위한 범위를 충족
  
제한된 범위 및 아주 특정한 시장 요구
  

  기본적으로 생산 과정 증명 프로그램(PVP)과 QSA는 비슷하다. 민간 기업이 이들 프로그램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며, 미국 정부는 간접적으로 보증해준다.
  
  다만 QSA는 미국 농무부 웹사이트 상에만 승인 여부를 게시할 뿐이고, 생산 과정 증명 프로그램(PVP)은 여기에 더해 "미국 농무부 생산 과정 증명을 받음(USDA Process Verified)"이라는 글귀가 적힌 문장을 사용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생산 과정 증명 프로그램(PVP)은 '인증 마크'를 활용할 수 있다. 그리고 인증하는 범위에 있어서도 생산 과정 증명 프로그램(PVP)이 좀 더 포괄적이고 광범위하다.
  
  그러므로 지난 6월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추가협상의 성과라고 과장해서 발표한 QSA는 미국 축산업계가 요구해 온 생산 과정 증명 프로그램(PVP)보다도 더 수준이 낮은 단계일 뿐이다. 실제로 미국 축산업계는 자신들의 요청에 의해 '한국을 위한 30개월 미만의 QSA'가 도입되었다는 성명을 공동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게다가 수출 증명(EV)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으면 미국 정부가 수출 검역증을 발급해주지 않았으나, 미국 정부가 관보에 게시한 것처럼 QSA는 수출 검역증 발급 요건이 결코 아니다. 그래서 미국 축산업계에서는 "생산 과정 증명 프로그램(PVP)과 QSA는 시장 진출의 더 없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환영하고 있는 것이다.
  
  QSA 잠정 조치 =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
  
  쇠고기 협상의 본질을 규명하는 데 중요한 단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4월 18일 미국 상공회의소 주최 만찬에서 "한미 FTA에 걸림돌이 됐던 쇠고기 문제가 합의됐다는 전화 보고를 농림수산식품부장관에게 받았다"고 발표하여 참석자들이 박수를 친 사실과 청와대가 그러한 보도를 막으려했던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해 2월 7일, 김종훈 당시 한미 FTA 협상 대표는 전경련 주최 강연에서 쇠고기 문제를 '한미 FTA의 장애'라며 농림부에 '검역 기준 완화'를 노골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4월 18일 쇠고기 협상 이후 '재협상' 요구를 일관되게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바로 이러한 인식을 가진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걸린 위생검역 현안 문제에 협상대표로 참석하여 한미 FTA 협상을 담당했던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 두 차례의 추가 협의 또는 추가 협상을 했다는 사실 그 자체에서 쇠고기 협상의 본질을 간파할 수도 있다.
  
  일본의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9일 "(후쿠다 야스오) 총리가 '다케시마를 표기하지 않을수 없다'고 알리고,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달라'고 요구했다.(首相が「竹島を書かざるを得ない」と告げると、大統領は「今は困る。待って欲しい」と求めたという)"고 보도해서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
  
  한미 정부는 QSA를 '잠정 조치(transitional measure)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잠정 조치라는 말을 다시 쉽게 풀어 쓰면 "지금은 (촛불 시위) 때문에 곤란하다. (촛불 시위가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뜻이다.
  
  쇠고기 문제는 결코 끝나지 않았다
  
  18대 국회는 개원을 하자마자 한미 쇠고기 협상에 대한 국정조사를 벌이기로 여야가 합의했다. 그런데 본격적인 국정조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은 <신동아> 8월호와의 인터뷰에서 "고시도 관보에 게재했고 (미국산) 쇠고기도 팔리고 있지 않나"며 "쇠고기 문제는 끝났다"고 말했다.
  
  박재완 수석의 이러한 발언은 전혀 놀랍거나 새로운 일도 아니다. 왜냐하면 지난 5월 13일에도 한나라당의 안상수 원내대표는 "미국에서 광우병 발생 시 대한민국이 즉시 수입 중단하겠다는 것을 (미국이) 수용했다"면서 '미국산 쇠고기 협상 논란의 종식'을 선언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5월 13일 이후 촛불 집회는 더욱 불타올랐다. 6월 10일에는 10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모여 '재협상'을 외쳤다. 7월 5일에는 5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모여 경찰과 검찰을 동원한 공안정국 시도를 무력화시키고 '재협상'을 외쳤다.
  
  결국 이명박 정부는 국민들의 이러한 거대한 분노에 주춤거리며 1차 추가협의에 이은 2차 추가협상을 벌일 수밖에 없었으며, 한나라당도 야당의 요구를 수용하여 한미 쇠고기 협상에 대한 국정조사를 실시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촛불이 꺼지지 않는 한 광우병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정부의 역할을 저버리고 검역주권마저 포기한 한미 쇠고기 굴욕 협상의 진실을 규명하는 문제는 결코 한나라당과 청와대의 뜻대로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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