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양심적 병역거부자 대체복무제를 예정대로 이행하라고 국방부에 요구했다. 이는 정부가 최근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 도입을 사실상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뒤 나온 요구여서 주목된다.
인권위는 21일 "국방부가 2007년 9월에 제시한 '병역이행 관련 소수자의 사회복무제 편입 추진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여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국방부 장관에게 제출했다.
인권위는 의견서에서 "최근 대체복무제도 도입 후퇴 가능성에 대한 일련의 소식들에 대해 깊은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만일 그 같은 가능성이 현실화된다면 대한민국이 국제사회로부터 쌓아올린 인권국가로서의 평가를 후퇴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양심적 병역거부권 인정과 대체복무제도 도입은 오래 전부터 국제사회의 강력한 요구였다"며 "징병제도를 갖고 있는 대만, 덴마크, 독일, 러시아, 브라질, 스웨덴, 스위스 등 대다수 국가도 이미 대체복무제도를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유엔 등 국제기구뿐 아니라, 헌법재판소도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을 보호하라는 권고를 내린 바 있다. 인권위는 "2006년에는 '유엔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위원회'가 한국 정부에게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하라고 권고했고 지난 5월 유엔의 국가별 인권상황 정례검토(UPR) 심의에서도 같은 권고가 되풀이됐다"며 "헌법재판소도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을 보호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하는 방향으로 입법을 보완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 문제로 바라볼 것을 당부했다. 인권위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도의 도입의 문제는 정치 이념이나 이데올로기의 문제가 아니고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 문제"라며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병역기피 등으로 처벌을 받고 이로 인해 취업에 제한을 받는 등 사회생활에 지극히 어려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인권위는 "이들은 군입대 및 집총의 의무를 면할 수 있다면 다른 형태의 사회적 봉사를 기꺼이 수행하겠다는 자세를 갖고 있는 점에서 단순한 병역기피자와 다르다"고 말했다.
2007년 9월 국방부의 추진방안 발표 이후 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로 재판 중인 이들에 대한 재판을 2009년 초 이후로 연기하고 있고 미결 수감 중인 사람들에게는 보석을 허가해 왔다. 인권위는 "국방부의 추진방안이 원점에서 재검토된다면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병역법상의 병역기피죄로 처벌됨으로써 다시 연간 500~800여 명의 전과자를 양산하는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다"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인권위는 지난 2005년 12월 대체복무제도가 '병역 의무'와 '양심적 병역거부권'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제도라고 평가하며 국방부에 이 제도의 도입을 권고한 바 있다. 또 지난해 9월 인권위는 국방부의 추진방안에 대해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여전히 인정하지 않는 등 미흡한 점이 있었지만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보호를 위한 조치로 평가한다"며 환영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