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2회를 맞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지난 18일 개막돼 갑작스런 태풍에도 불구하고 순항중이다. 다음은 18일에 있었던 개막식과 행사 중반까지의 표정을 스케치한 것이다.
개막식 개막식 30분 전부터 영화제를 찾은 게스트들이 레드카펫을 밟고 개막식장에 입장하여 레드카펫 주변에 포진하고 있던 시민들로부터 환영의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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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내가 어수선한 가운데 퍼포먼스 아티스트인 신용구 작가의 공연으로 약 10분 늦게 시작된 개막식은 배우이기도 한 방은진 감독의 사회로 진행됐다. 영화제 조직위원장인 홍건표 부천시장의 개막선언과 한상준 집행위원장의 인사말에 이어 올해 '피판 레이디'로 영화제의 홍보대사를 맡은 배우 유진이 무대에 올라 피판 레이디로 선정된 소감과 포부를 밝혔다. 개막 축하공연으로는 전통문화집단 '비나리'가 대고 연주와 전통악기 연주를 선보였다. 올해 부천영화제의 심사위원장을 맡은 이두용 감독을 비롯해 장, 단편 부문 심사위원단들도 무대에 올라 환영의 박수를 받았으며, 올해 개막작으로 선정된 <바시르의 왈츠를>에서 애니메이션 파트의 연출을 맡은 요니 굿맨 감독도 무대에 올라 <바시르와 왈츠를>이 부천영화제를 통해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것에 대한 감회를 밝혔다. 영화의 총연출을 맡은 아리 폴먼 감독은 <바시르와 왈츠를>이 초청된 다른 영화제를 방문하느라 부천영화제 개막식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개막작인 <바시르와 왈츠를>은 이스라엘의 다큐멘터리 감독인 아리 폴먼이 잃어버린 기억을 추적해 들어가는 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이자, 이를 실사영화가 아닌 애니메이션으로 완성한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이다. 80년대 초 베이루트 전투 중 벌어진 대학살에 자신도 참가했다는 사실을 친구로부터 듣고 자신이 대학살에 대한 기억을 완전히 지우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감독은 당시 함께 전투에 참가했던 옛 전우들을 찾아다니며 자신의 행적을 쫓는다. 아리 폴먼 감독은 이 과정을 촬영한 화면들을 그대로 편집해 실사영화로 만들지 않고 애니메이션 감독인 요니 굿맨과 함께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다. 이 영화는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여 비록 수상은 하지 못했지만 평단으로부터 호평과 지지를 받았다. 이스라엘이 저지른 대학살에 대하여 이스라엘인인 감독 스스로 자성과 성찰을 하고 나아가 전쟁의 상처를 다뤘다는 점에서 특히 박수를 받았던 작품. 국내에는 모 영화사를 통해 이미수입되어 올해 내 개봉이 예정돼 있는 작품이다. 한편 개막식이 시작될 즈음 개막식장 바깥의 시민회관 로비에서는 정진우 감독을 비롯한 원로 영화인들이 "영화제가 원로 영화인들을 홀대한다"며 반말과 고성으로 항의해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행사장에서 자원활동가가 자리를 잘못 인도하는 바람에 자신들의 자리가 마련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원로영화인들 중 일부가 개막식 불참을 선언하며 식장을 떠나려다가 영화제측에서 나서서 간곡한 사과와 함께 이들을 만류하여 소란이 가까스로 진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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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첫 주말 영화제 기간 중 가장 피크여야 할 주말, 부천영화제는 태풍 갈매기에 따른 집중 호우로 영화제 주말치고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고정적인 매니아 관객층을 거느리고 있는 만큼 웬만한 상영작들은 현장판매분까지 모두 일찌감치 매진을 기록하는 등 부천영화제 특유의 저력을 과시했다. 특히 국내에도 상당한 팬층을 거느린 아이돌스타 에이타 주연으로 예매 초기부터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던 영화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는 주말 이틀간 각각 한 차례씩 상영과 GV가 있었던 만큼 에이타를 직접 보려는 10대 팬층이 대거 몰려들었다. 우천 때문에 야외행사 등은 모두 취소되었으며, 본격적인 영화제 상영의 첫날인 토요일부터 상영예정이었던 <환 幻 - 내 안의 두 번째 그림자>와 <홍콩서 온 장마담> 등도 필름 수급 문제로 상영이 취소되었다. 한편 올해 부천영화제가 의욕적으로 출범시킨 '판타스틱영화 제작네트워크(NAFF 2008)'도 개막식 다음날인 20일(토요일) 개막했다. 전문가 워크숍 프로그램인 '환상영화학교 2008'가 공식 일정을 시작했으며 부천프리머스 7관을 중심으로 인더스트리 스크리닝 프로그램인 '판타스틱 영화 인더스트리 쇼케이스'도 상영을 시작했다. 그러나 올해 부천영화제는 그간 내환의 여파가 아직도 가시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12회를 맞는 영화제치고는 운영상의 미숙함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영화제 개막 직후라 실수가 많을 수밖에 없음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게스트들에게 제공되는 게스트 가이드북에는 게스트 전용 셔틀버스의 정거장이 잘못 표기되어 있고, 프레스센터에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취재기자들에게 정보 제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미리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가 되었다고는 하나 본격적인 상영 첫날부터 상영취소작이 나온 데다 이같은 사실이 홈페이지에서만 공지가 됐을 뿐 당일 티켓부스에서 제대로 공지되지 않는 등, 소소한 부분에서 잦은 실수와 미숙함이 눈에 띄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영화제 상영관 중 하나인 부천 프리머스가 위치해 있는 복합쇼핑몰인 '소풍'의 경우 건물이 크고 내부가 복잡한 만큼 자원활동가가 상당수 배치되어 있어야 함에도 제대로 눈에 띄지 않아 영화상영에 참석하려는 게스트들이 건물 내부에서 헤매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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