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음식점. 한적하던 이곳이 갑자기 기자들로 붐볐다.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회장과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재계·의료계 인사 30여 명이 이곳에서 미국산 쇠고기 시식회를 마련했기 때문. 이들은 "광우병에 대한 국민 불안 해소에 도움을 주기 위해" 이 행사를 열었다고 밝혔다.
보건의료연합 "미국 쇠고기 시식회에 참가한 의사들이 창피하다"
그리고 다음날인 10일자 <조선일보>에는 "의사들이 먹는 미국 쇠고기"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의사의 전문성과 권위를 빌어 미국산 쇠고기의 안정성을 강조하는 제목인 셈이다.
하지만 9일 시식회를 다룬 이 기사는 중요한 내용을 빠뜨렸다. 같은 날 나온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등 5개 단체 연합, 이하 보건의료연합)의 성명이다.
보건의료연합은 이날 성명에서 "의사들이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에 대해 경고를 하기는 커녕, 오히려 시식회를 하는 것은 한마디로 의사들의 창피"라고 규정했다.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한 의료계 대표들…"시식한 쇠고기는 30개월 미만 살코기"
이어 보건의료연합은 시식회에 참가한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미국산 쇠고기 제품을 먹고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은 실질적으로(really) 0%"라며 "추가협상을 통해 30개월 령 미만 쇠고기만 들어오고 여기에 SRM을 제거했으므로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은 더 낮다"라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보건의료연합은 "이렇게 가능성이 작다면 유럽과 일본, 다른 나라들은 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전면개방하지 않는 것이냐"라며 "주 회장 등이 시식한 이날 쇠고기는 새로운 수입위생조건에 따른 쇠고기가 아니라 과거 수입위생조건에 따른 30개월 미만의 살코기다"라고 지적했다.
보건의료연합은 "미국산 쇠고기 시식회에 참석한 의료계 인사들이 기본적인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것에 분노를 느낀다"라고 덧붙였다.
"의사협회 대표가 한국 의사들의 명예를 떨어뜨렸다"
그리고 보건의료연합은 "한국 의사들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광우병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제대로 묻지 않은 상태에서 의사협회나 의학회의 대표들이 마치 한국의 의사들이 모두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고 행동한 것은 현 의사협회와 의학회 집행진들의 명백한 월권행위이다"라며 "다른 의사들의 의견은 묻지 않은 채 마치 의사를 대표하는 것처럼 행동한 것은 한국의 의사와 보건의료인들의 명예를 심대하게 실추시킨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보건의료연합은 "이에 대해 책임을 지고 시식회에 출석한 인사들은 모두 사퇴하라고 강력히 요구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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