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굵었다. 만남 시간은 15분, 만나서 한 얘기는 독도뿐이었다. 일본이 중학교 신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의 일본 영유권 주장을 명기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데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 게 전부였다.
왜였을까? 이명박 대통령은 왜 느닷없이 만나 독도문제만 콕 찍어 언급했을까?
두 개의 단서가 있다. 하나는 <중앙일보> 사설이다. "일본이…'독도는 일본 영토'라고 명기할지의 여부를 다음 주 최종 결정"한다고 한다. 다른 하나는 후쿠다 총리의 답변이다. "한국 정부의 처지를 충분히 알고 있다"고 했단다.
조합하면 이렇다. 이명박 대통령으로선 '심각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일본이 '독도는 일본 영토'라고 명기하면 그렇게 된다. 이명박 대통령의 '처지'가 곤란해진다.
4월 17일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미·일 순방에 앞서 가진 외신기자회견에서 "나 자신은 (일본에) '사과하라, 반성하라'는 말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가 논란을 산 적이 있다. 5월 29일이었다.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 발간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우리가 일본도 용서하는데…"라고 말했다가 비난을 산 적이 있다.
부메랑이 된다. 일본이 '독도는 일본 영토'라고 명기하는 순간 이명박 대통령의 과거 발언이 부메랑이 된다. 일본에 대한 미온적인 태도가 망발과 도발을 야기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이러면 곤란해진다. 쇠고기 문제로 위축된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적 처지가 더 나빠질 수 있다. 반대로 '균형외교' 대신 '편향외교'를, '실리외교' 대신 '굴종외교'를 하고 있다는 일각의 비판은 힘을 얻게 된다.
피해야 한다. 가뜩이나 '내우'에 시달리는데 '외환'까지 겹치면 안 된다. 일본의 '독도는 일본 영토' 명기를 막아야 하고 그게 어려우면 국내의 정치적 공세라도 막아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명박 대통령 자신이 '정치적 독도'에 유폐된다.
시간이 없다. 어차피 다음 주면 모든 게 드러난다. 일본의 망발과 도발이 국내의 반발을 야기할지 아닐지가 판가름 난다. 최대한 신속하게, 그리고 최대한 효과적으로 차단막과 방어막을 쳐야 한다.
이런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느닷없는 만남'에서 '한 화두' 만을 꺼낸 곡절이 이런 것이다. 국민이 거세게 반발하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정치적 '알리바이'를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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