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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전문가로 산다는 것

[기고] 보수 언론의 저열한 정치 공작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예민한 문제에 대해서 정부나 거대 기업에서 취하는 방법은 주제의 논점을 흐려놓아 사람들을 혼란시키는 것으로서 현 상황을 유지하고 덮으려는 사람들이 가장 즐겨 쓰는 수법이다. 물 타기하는 방법은 항상 똑 같다. 연구 보고서에는 다른 연구 보고서를, 전문가들 사이에 소득 없는 싸움을 붙인다. 또한 공평성이 있어야 한다는 명목으로 언론매체를 통해 억지 주장도 상대방 주장과 똑같은 가치를 부여한다.' 이는 거대 기업에 대한 고발로 잘 알려진 작가 윌리암 레이몽의 말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보다 더 유치한 방법이 있다. 종종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되는 수단인 상대방 흠집 내기이다. 최근 미국 쇠고기 수입 굴욕 협상과 관련하여 비판적 의견을 제시한 나를 놓고 보수 언론은 논문 수를 언급하며 광우병 전문가가 아니라는 보도를 했다. 이와 동시에 여당 의원도 연구 보고서 내용이 부족하며 표절도 했다는 황당한 내용의 보도 자료를 내 흠집 내기에 애를 썼다. 광우병과 관련되어 수년간 연구해왔고 대학원 강의도 하고 있어도 관련 논문이 두 편이라서 그들의 기준으로는 전문가가 아닐지 모르지만 이런 기사의 목적은 단 하나다. 상대방의 전문성을 낮춤으로서 주장의 신뢰성을 떨어뜨리자는 의도이다. 이는 마치 정부가 <PD수첩>의 전체 내용보다는 일부분을 확대, 과장하여 고소 소동을 벌이는 방송 흠집 내기와 유사하다.
  
  하지만 이들 주장의 광우병 전문가라는 것은 매우 허황된 것이다. 국내에는 아직 공식적인 광우병 발생 사례가 없다. 또 정부가 1996년부터 2007년까지의 총 12년간 실시한 광우병 검사 두수는 매년 몇 십만 마리의 도축 소 중 연평균 2500마리도 안 된다. 뿐만 아니라 광우병 연구용의 특별실험실을 갖춘 대학은 전국 대학교 중에 단 한 군데도 없다. 그동안 정부가 국민들에게 무조건 안전하다는 입장을 주장하면서 관련 연구 체제나 시설 투자를 전혀 하지 않은 까닭이다.
  
  이러한 국내 상황에서 광우병 연구도 많이 하고 관련 논문이 그렇게 많은 광우병 전문가가 국내에 있다면 그는 사기꾼에 불과할 것이다. 또 여당 의원의 말처럼 국내에 광우병 전문가가 있다면 쇠고기 논란으로 국민들이 혼란스러워할 때 그는 전문가적 견해도 밝히지 않고 침묵했다는 점에서 매우 비겁한 인물이기도 하다.
  
  한편, 상대방 흠집 내기란 상대의 주장에 대하여 논리적으로 대항하지 못할 때 늘 사용되는 수법이다. 상대의 주장이 잘못되었다면 간단히 그 잘못된 점을 지적하면 될 것이고 굳이 전문가 여부를 따지거나 인신공격을 할 필요 없다. 이들은 내용의 진위를 떠나 언제나 전문가라는 권위에 굴복하는 인간일지는 모르지만, 정부나 보수 언론이 내가 주장한 내용보다는 굳이 연구자 자격에 초점을 맞추려한 것은 쇠고기 수입 논란에 있어서 과학적으로나 논리적으로나 반론하기 어렵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렇게 자신들의 입장에 따라 저열한 정치 수단의 한 방법으로 연구자를 매도하는 정부는 깊이 반성해야 한다. 정치적 목적으로 학문을 재단해서는 안 된다. 과거 대미 협상에서 자주 인용하던 한림대 김용선 박사의 충실한 논문도 정권의 입장이 바뀐 것 하나로 얼마나 폄하되었는가. 정부에 비판적이라는 것 하나로 말하는 내용에 대한 반박은 하지 못하고 연구 부실이니, 보고서 표절이니, 전문가 아니니 따위의 유치한 연출은 초라한 짓이다. 나는 언제고 주한 미국 대사 버시바우와 미국 전문가와는 공개 토론을 하겠지만, 미국의 입장을 앵무새처럼 대변하는 허수아비에 불과한 정부의 비겁한 사기꾼 전문가와는 전혀 토론할 가치마저 못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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