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공격이다. 촛불집회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 대처(그들 표현대로 하면)에 대해서도 이렇게까지 원색적으로 공격하지는 않았다. 도대체 뭐가 조중동을 격노케 만든 걸까?
힌트는 두 구절에 있다. 이번 개각의 '꽃'이라고 할 만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유임에 대해 쏟아낸 비판과 우려에 조중동의 문제의식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중앙일보>가 진단한다. "촛불은 분노한 민심의 일부 표출에 불과하다. 국정 운영에 실망하면서도 침묵해온 민심이 돌아선 것은 아니다"라고 한다.
<조선일보>가 우려한다. 강만수 장관 유임으로 "이제 시중에선 대통령과 강 장관이 같이 다니는 교회를 소재로 한 악성 루머들이 또 판을 치게 될 것이다"라고 한다.
두 개의 힌트를 종합하면 이렇다. 조중동은 민심의 결정적 이반을 우려한다. '위기'라고 느낄 정도로 심각하게 걱정한다. '찔끔 개각'이 '침묵해온 민심'을 격동시킬 것이고, 강만수 장관 유임이 '전체' 민심에 불을 지를 것이라고 염려한다.
일리가 있다. 충분히 현실성이 있는 우려이자 진단이다.
노무현 정부를 되돌아보면 안다. '전체' 민심이 노무현 정부에 등을 돌린 결정적인 계기는 부동산 대란이었다. 부동산 대란이 보수세력의 '세금 폭탄론'을 파생시켰고 지지세력의 '양극화 심화론'을 잉태시켰다.
되풀이될 수 있다. '경제살리기'로 집권한 이명박 정부가 노무현 정부 꼴이 될 수 있다. 경제를 살리기는커녕 오히려 민생을 죽인 정부로 낙인찍힐 수 있다.
피해야 한다. 어떻게든 이런 최악의 상황은 피해야 한다.
극도로 안 좋은 대외환경을 고려할 때 단기간에 '경제살리기'의 성과를 내놓는 건 불가능하다. '성과'로 비판 여론을 상쇄할 수 없다면 '알리바이'라도 확보해야 한다. 악화되는 경제상황을 대외환경 탓, 남 탓으로 돌려 '면책사유'를 확보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민심에 정부의 '불가항력성'을 호소해야 한다.
강만수 장관 교체는 이런 전략을 구현하는 통로였다. 고환율 정책으로 민생에 폭탄을 터뜨린 과오를 세탁함으로써 이명박 정부의 '의지'와 '노력'만은 보호해야 했다. 대통령이 자신의 왼팔마저 잘라가며 민생 안정에 주력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줘야 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장관 대신 차관에게 실정의 책임을 묻는 기괴한 모습을 보였다.
물은 이미 엎질러진 상태, 그 물이 어디로 흘러갈지가 문제다. '위기'가 논해지는 경제상황에도 불구하고 '아집'을 보이는 대통령을 지지할 국민은 많지 않다. 오히려 눈에 쌍심지를 켜기 십상이다. 누가 봐도 경질사유가 분명한 강만수 장관을 싸고도는 모습의 '상식적인' 이유를 <조선일보>의 우려대로 '같은 교회'에 다니는 연줄에서 찾기 쉽다.
이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국민이 가장 민감해 하는 '민생'과 '인사'에서 악수 중의 악수를 뒀으니 '일부' 민심이 아니라 '전체' 민심이 요동칠 수 있다. '민생'에 '무능' 딱지가 붙여지고 '인사'에 '정실' 도장이 찍힐 공산이 다분하다.
이러면 위태로워진다. '잃어버린 10년'을 헤치고 겨우 일궈낸 보수정권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어찌할 것인가? 조중동은 어찌할 것이고, 이명박 대통령은 또 어찌할 것인가? 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갈 것인가?
<중앙일보>는 "이제라도 경제팀 개편을 진지하게 고민하길 바란다"고 당부하지만 정말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설령 그렇게 한다고 해서 국민 눈에 각인된 '좌고우면 현실미봉 보신정부' 이미지를 탈색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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