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11일부터 한 달 가까이 집단 단식 투쟁을 벌이고 있는 기륭전자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을 후원하는 미술전이 열리고 있다. 민족미술인협회가 주관하고 '기륭여성 비정규투쟁 승리를 위한 공대위(공대위)'가 주최하는 '기륭투쟁 승리와 비정규직 철폐 연대기금 마련 미술전-한 발짝만 앞으로'가 지난 4일부터 서울 종로 와룡동 갤러리 '눈' 창덕궁점에서 열리고 있다.
김윤기, 배인석, 손문상, 이종구, 이윤엽 등 민미협 소속 작가를 포함해 총 60명의 미술인이 참여했다. 고 구본주 작가의 조각을 비롯해 회화, 조각, 판화 작품이 빼곡하게 들어찬 전시 공간은 참여 열기를 실감케 한다. 미술인 100인이 함께 기륭전자 조합원들의 얼굴을 그린 조각을 모은 걸개그림도 만날 수 있다.
"870만 이웃에 작은 의지가 되길 바라며"
민미협 회원을 비롯해 미술인들은 지난 5월 기륭전자 파업 1000일을 맞아 기륭전자 앞에서 천막 미술관을 여는 등 지지 활동을 벌여왔다. 공대위에 참여하고 있는 송경동 시인은 "이렇게 많은 미술인들이 한 가지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역량을 집중하는 건 모처럼만의 일"이라며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비정규직 철폐를 지지하는 예술가 60인'이라는 이름으로 모인 미술인들은 지난 4일 기자회견문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노동자 민중의 억센 심장, 아픈 팔뚝질에 우리의 창의를 집중하기로 했다"며 "기륭전자 조합원들이 이기지 않으면 우리도 결코 사람일 수 없다는 생각으로 우리가 할 일을 찾아보았다"며 전시회를 연 배경을 설명했다.
이들은 "우리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이 870만에 다다른 내 가난한 이웃들의 설움과 분노와 희망에 작은 의지가 되길 원한다"며 "우리의 작품이 앞서 싸우는 이나 이 작품을 사랑해 주고 소장해 주는 모두에게 삶의 아름다움을 깨우는 작은 매개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기륭전자, 코스콤, 이랜드 뉴코아, 자동차 사내 하청, 재능교육, 그리고 87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 우리 시대 십자가 같은 이름 앞에 이 땅의 미술과 예술의 빛이 광장의 촛불처럼 환하게 비춰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에서 조성된 기금은 전액 기륭전자 조합원을 비롯해 비정규직 투쟁사업장에 전달될 예정이다. 전시는 오는 9일까지 계속되며 입장은 무료다.
문의는 갤러리 '눈'(02-747-7277 / www.110011.co.kr) 또는 민미협(http://cafe.naver.com/sminart/516)을 통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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