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D : 위험(danger)에 처한 민주주의(democracy)와 이중권력(dual power)
다시, 50만 명이 모였다. 상황은 여전히 시민권력과 정치권력이 첨예하게 맞선 '이중권력(dual power)'의 상황이다. 도저히 질 수 없는 시민권력과 진작 항복해야 했을 것이 마땅한 정치권력의 대결이다. 지난 달 20일, 항복인지 아닌지 아리송했던 제스처를 취하며 겨우 고비를 넘긴 정치권력은 지난주 상식 밖의 잔인한 보복을 단행했다. 진보신당에 백색테러를 가했다.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의 표현을 빌자면, 군사독재정권에서도 차마 '하지 못했던', '할 수 없었던', '해서는 안 된다고 남겨두었던' 그런 수사로 <PD수첩>을 압박하고 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사무실과 간부들에게는 '현대판 마녀사냥'(압수수색, 체포영장)을 했다.
광기에 빠진 정치권력은 국가와 사회의 존립과 안정을 위해 복무하지 않는다.(그것이 무엇인지 궁금하시다면 헌법 전문을 검색하여 참조하시라.) 정치권력은 민주주의에 반하여 시민의 인권과 자유에 맞서고 있다.(집회 탄압, 의사표현의 자유 제한 등) 광장의 개폐(開閉)에 민감할 뿐이다. 공권력은 자꾸 폭력이 된다. 그리하여 정치권력만이 합법화되며, 그 이외의 나머지 모든 것들은 불법화된다.
문제는 여기서 계속된다. 7월 5일 광장은 시민권력의 저력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는 점에서 위력적이었으나 종교의 힘에 기대어 열렸다는 점에서 불완전하다. 정치권력의 폭력이 합법의 외피를 입고, 시민권력의 행동은 무조건 불법이 되는 상황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정치권력이 시민권력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짓고 진압하려는 시도를 계속하는 한 민주주의의 위기는 이번 주에도 급박하다.
두 번째 D : 어려운(difficult) 경제와 더블딥(double dip)
경제 대통령을 표방했고, 747은 충분히 가능하다던 이명박 대통령이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이명박 대통령이 홀로 꿨던 꿈이었거나, 혹은 의도된 거짓부렁이었음이 객관적으로, 과학으로, 지표로 입증되고 있다. 오죽하면, 이명박의 유일한 동지인 조·중·동 마저도 경제를 회의하기 시작했다.
'더블딥(double dip)'이란 경기가 침체한 후 잠시 회복기를 보이다가 다시 하강하는 이중 침체 현상을 말한다. 경기의 "w형 침체"이다. 2001년 미국에서 처음 등장했던 신조어였는데, 미국 경제의 오늘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용어로 통용되고 있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이후 잠깐 안정을 찾는 듯 싶었던 미국 경제가 고유가 위기에 속절없이 '더블딥(double dip)'에 빠져들고 있다.
최근 경제 지표들은 미국이 재채기를 하면 몸살을 앓는다는 한국 경제의 허약한 체력에 대해서 이명박 정부가 아무런 고민이 없었다는 것을, 최소한의 프로그램조차 없었다는 것을 폭로하고 있다. 오로지 주술처럼 7%성장만을 외쳤을 뿐이다. 지금도 기름 값만 탓하며 온 국민이 경제 살리기 횃불을 들자고 호도하고 있을 뿐이다.(횃불도 기름으로 탄다.)
상황은 명백한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다. 물가 상승률은 4%를 훌쩍 뛰어넘는 상황에서 경제 성장률은 4%에 미치지 못하고, 실질 실업률은 10%에 달하고 있다. 고등학교 경제 교과서에 따르면 고물가(인플레이션)와 높은 실직률이 경기 후퇴(스태그네이션)와 동반되는 상황이 바로 스태그플레이션이다. 이제 겨우 기름 값과 촛불을 탓하며 경제가 어렵다는 것까지만 인정한 강만수 경제팀은 이번 주를 어떻게 넘길 것인가?
얼핏 그 무능함에 IMF 직전의 상황이 겹쳐 보이기도 하고,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정치 격언이 생각나기도 한다. 대국민 담화 이후 잠깐 상승한 지지율에 굉장한 자신감을 찾았다는 이명박 정부이다. 이번 주에 셈을 잘못하면, 이명박 정부 자체가 완전한 '더블딥(double dip)'에 빠질 지도 모른다.
세 번째 D : 더러운(dirty) 여론 몰이와 다음(daum)
지난 1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조중동 광고 중단 댓글에 대해 일부 위법 판결을 내리고 삭제를 명했다. 이후 조중동은 포털사이트 '다음'(Daum)에는 뉴스를 공급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다음'의 주가 폭락 등의 기사로 혹독한 보복을 가하고 있다. 그들의 여론 몰이가 더러운 것은 이것이 철저한 정치적, 세대적 분풀이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시사IN>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조중동을 신뢰하는 비율은 전체의 11.5%밖에 안 된다.(조선일보 5.4%, 동아일보 3.5%, 중앙일보 2.6%) 물론, 올드미디어인 신문의 사회적 영향력이 하락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흐름이겠지만, 대한민국 1, 2, 3등 신문을 자부하는 조중동의 위상이 전체 국민 10명 중 1명에게 신뢰받고 있는 수준이라는 것은 참담한 결과다.
조중동은 자신들이 급락한 이유를 성찰하지 못하고 무너진 자존심을 '다음'에 분풀이하는 것으로 회복하려고만 하고 있다. 아고라의 괴담이 사회적 무책임을 조장하고, 사생활 침해, 명예훼손을 자행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와 정보접근을 가로막자는 조중동의 여론몰이는 결국, 뉴미디어까지 넓어진 공론의 장을 다시 오프라인, 아니 조중동으로만 축소하자는 강권이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조중동을 신뢰하는 10%를 대변하는 것을 여론이라고 믿는 이명박 정부가 인터넷 여론 통제에 사활적인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장거리 직통 전화인 DDD(Direct Distance Dialing)정도를 최첨단 기술이라고 배운 세대여서 일까? 방송통신위원회와 조중동은 두 달이 넘도록 하루가 다르게 진화해 간 웹 2.0 촛불의 경이로움을 체험하고서도 여전히 여론이 조작이 가능하리라는 시대착오적 믿음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아고라'를 '아 골 아파'라 하는 이들의 싸움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이중권력(dual power)의 상황과 더블딥(double deep)의 위기에서, 이명박 정부의 다음(daum) 선택은 무엇일까? 이번 주의 열쇳말은 이니셜 'D', 바로 DDD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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