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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정동영, '권토중래'의 날은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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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정동영, '권토중래'의 날은 올까?

'DJ의 길'이냐 '昌의 길'이냐…와신상담의 반면교사

지난 2일 17대 대선의 민주당 후보였던 정동영 전 장관이 미국으로 떠났다. 이틀 뒤인 4일, 민주당의 18대 총선을 이끌었던 손학규 대표가 사실상 임기를 마감했다. 집권여당에서 한 때 대권을 놓고 자웅을 겨뤘던 이들의 퇴장으로 숨 가빴던 민주당의 '한 시즌'도 막을 내렸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정계은퇴'라기보다는 '재기'를 위한 일보 후퇴다. 손 대표가 47년생, 정 전 장관이 53년생. '욕심'을 비우기도 젊은 나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당 안팎 인사들은 이들이 과연 파괴력 있는 '대권카드'로 복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자신을 돌아보겠다"…"그림을 한번 그려보겠다"

손학규 대표는 4일 오전 서울 영등포 중앙당사에서 퇴임 기자회견에서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진정으로 나 자신을 벌거벗고 돌아보면서 과연 이 사회가 손학규를 필요로 하는지, 내가 할 일은 무엇인지, 비울 수 있을 때까지 비우고 나 자신을 돌아보겠다"고 답했다. 사회가 필요로 한다면 언제든 복귀하겠다는 뜻이다. 이어진 기자들과의 오찬에서는 "새로운 사회의 동력에 대해 천착(穿鑿)하겠다"고 강조했다.
▲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4일 당산동 당사에서 퇴임기자회견을 통해 "이명박 정부가 잘못하더라도 국민이 통합민주당에게 의지할 수 있도록 대안정당으로서의 기대와 신뢰를 국민에게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동영 전 장관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6개월, 중국에서 6개월을 머물 예정인 정 장관은 출국길에서 "미국이 왜 변화를 표방한 버락 오바마에게 열광하는지 지켜보기 위해 미 대선 전당대회도 가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또 "훌륭한 정치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공부하고 책도 보고 사람도 만나 제 나름으로 그림을 한 번 그려보겠다"고 복귀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권토중래의 필요충분조건

참모들도 "성급하지만 않으면 때가 오는 게 정치"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이 두 '퇴역 선장'들이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다시 정치의 중심에 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반드시 정동영이어야 하는', 혹은 '반드시 손학규여야 하는' 리더십을 사람들에게 각인시켰는가에서 회의적이다. DJ가 92년 대선에서 패배한 후 93년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영국으로 떠났다가 복귀해 79석의 소수 야당을 가지고 97년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전례가 있지만 이들과 견줄 바는 못된다.

오랜 세월 DJ와 풍찬노숙을 같이 한 동교동계와 같은 '운명공동체'가 이들에겐 남아있지 않아 보인다. DJ가 일군 호남과 개혁이라는 '전통적 지지세력'도 대선과 총선을 거치며 상당부분 형해화됐다. 그렇다고 민심의 새로운 '결'을 창조하고 있는 '촛불세력'이 이들의 컴백을 외쳐줄 것 같지도 않다. 정치 재개를 위한 정치적 자본이 그다지 두툼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휴지기는 그만큼 위험부담이 크다는 얘기다.

한 재선 의원은 "그들이 이대로 퇴장할 것인지 속단할 수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민주당 대선경선 전까지만 해도 누가 대선후보가 될 줄 알았겠느냐"고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도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정치10단이었다"고 뼈 있는 말을 더했다.
▲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이 부인 민혜경씨와 함께 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며 환송 나온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정 전 장관은 노스캐롤라이나주 듀크대에서 6개월간 초청교수 자격으로 머물며 연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따라서 두 사람이 이런 약점을 상쇄하기 위해 더욱 견고하게 갖춰야 할 필요충분조건은 민심의 방향을 정확히 읽어내고 그에 걸맞는 숙성된 정치철학을 선보이는 수밖에 없다. DJ가 정계은퇴 선언 번복이라는 비난 속에서도 'DJ노믹스'와 '햇볕정책'으로 대표되는 준비된 미래비전으로 민심을 끌어당겼던 것처럼.

손학규 대표는 "21세기의 새로운 진보적 가치"를 나열하며 "유능한 진보"를 마지막 당부로 남겼다. 그러나 그가 주장하는 '새로운 진보'는 그간 온탕과 냉탕을 오가며 일관성에서 의심을 샀다. 한미 FTA의 적극적 찬성론과 쇠고기 수입 반대론이라는 가치의 충돌을 묻는 질문을 단지 "협상의 잘못 때문"이라는 답으로 피해가기도 했다.

정동영 전 장관도 궤적이 비슷했다. 지난해 대선 당시 정 전 장관은 상황에 따라 '개혁'과 '실용'의 강조점을 달리한 점이 두고두고 비판을 받았다. 지난 2006년 5.31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독일체류길에 올랐다가 복귀해 내놓은 '신중도' 노선은 꺼내자마자 잊혀진 상품이 됐다.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두 사람의 과거다. 현재로선 민주당에선 두 사람에 버금가는 대중성과 정치력을 가진 '대어'를 찾아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것이 두 사람에겐 훗날 정치재개 조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엄연한 현재의 낙관일 뿐.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정계복귀는 과거보다 못한 미래를 맛보게 할 수도 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전 총재의 현재가 정계은퇴 번복 전의 처지보다 나아보이지 않는 이유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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