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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사람들을 쇠고기 취급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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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사람들을 쇠고기 취급하지 말라

[뷰포인트] 영화 <패스트 푸드 네이션>이 담고있는 쇠고기 정치학

<비포 선라이즈>와 <비포 선셋> 등 감성적 터치의 영화로 유명한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패스트 푸드 네이션>은 국내에서 가장 뜨거운 정치이슈인 쇠고기 문제를 다룬 영화다. 그렇다고 광우병 이슈를 다룬 것은 아니다. 그보다 더 무서운 쇠고기의 '진실'을 담고 있는 내용이다. 쇠고기가 어떤 진실을 담고 있는지, 또 얼마나 추악한 정치적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링클레이터는 영리한 방법을 쓴다. 일종의 '다중시점'의 방식으로 쇠고기의 진실에 접근하고 있는 것. 그러기 위해 링클레이터는 세가지 갈래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쇠고기를 생산하고 공급하고 유통시키는 사람들, 쇠고기로 노동하는 사람들, 그 쇠고기를 소비하는 사람들. 하지만 기묘하게도 이 쇠고기 문제라는 것은, 생산과 노동과 소비의 삼각축에서조차 하나의 공통된 정치이슈로 모아지게 된다.
패스트 푸드 네이션
이야기의 시작은 멕시코 불법이민자들이 국경을 넘어 애리조나주의 한 마을에 들어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아메리칸 드림의 꿈을 안고 1시간 10달러의 품삯에 희망을 걸고 있는 이들이 처음으로 들어가는 곳은 바로 쇠고기 공장. 조금 젊고 예쁘다 싶은 여자들은 이곳 공장의 감독이 요구하는 '몸'의 대가를 치르고 쇠고기의 좋은 부위를 골라내는 작업장에 배치된다. 자신의 여동생이 몸을 팔면서까지 쇠고기 공장 노동자가 되는 것을 비참한 눈으로 바라보는 실비아(카타리나 산디노 모레노)는 다시는 이런 곳에서 일하지 않겠다며 호텔 객실 청소부가 되지만 연인 사이인 라울(윌머 발더라마)이 가공 이후 만들어지는 지꺼기들을 청소하는 작업반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하자 다시 쇠고기 공장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작업반 가운데 가장 최악이라는 콩팥 제거실에서 끔찍한 장면을 보고 눈물을 흘린다. 이야기의 다른 두가지 축은 햄버거 '빅원'의 회사 믹키스의 마케팅 담당이사 돈 앤더슨(그렉 키니어)의 얘기와 또 이 햄버거를 파는 패스트 푸드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 초년생 앨리스(에이브릴 라빈)의 이야기다. '빅원'은 바로 실비아 등이 만드는 쇠고기를 원료로 현재 미국 전역에서 그야말로 '빅 히트'를 친 제품. 하지만 이 햄버거에서 대장균이 검출됐다는 제보를 받은 믹키스 측은 돈 앤더슨에게 현장 조사를 지시하되, 그 사실을 덮을 수 있는 방안을 연구시킨다. 애리조나 현지 공장을 둘러 본 돈 앤더슨은 점점 더 충격적인 사실을 목격하게 되지만 진실을 밝힐 수 없는 처지대로 다시 자신의 일에 눈감고 복귀한다. 사안의 중대성과 그 진실을 깨닫지만 어쩌지 못하는 것은 앨리스도 마찬가지. 앨리스는 환경생태운동에 눈을 뜬 자신의 대학 동료들과 뭔가 의미있는 일을 벌이려 하지만 아마츄어에 불과한 이들의 행동은 아무런 반향을 이끌어 내지 못한다.
패스트 푸드 네이션
돈 앤더슨에게 '실용적 사고'를 주문하는 쇠고기 공급업자 해리(브루스 윌리스)의 극중 발언은 이 문제를 바라보는 반대편의 시선이 얼마나 단단하게 고정화된 것인가를 보여줘 사뭇 몸서리가 쳐진다. "이 나라는 이게 문제야. 너무 약해졌어. 안전성? 당신은 위험요소가 0%가 되기를 원해? 고기는 다 익혀먹는 거야. 비록 조금 위험한 물질이 섞였다 해도 요리하면 다 괜찮아. 당신 똑똑해 보이는데, 좀더 현실적으로 생각하라구?!" 영화는 초반부와 후반부에 쇠고기가 어떻게 사육되고 또 도륙되는지, 그 비인간성를 충격적으로 보여준다. 아무런 사운드 없이 헬기 부감 샷으로 초반에 보여지는 애리조나 주 광활한 대지의 소 사육지는 미국의 이 쇠고기 산업이 왜 해외시장을 제국주의적으로 탐할 수밖에 없는지를 시각적으로 웅변해 낸다. 이렇게 키워진 소들이 도살장에서 가스총에 맞아 쓰러지고 또 머리가 끊기고 (아직 숨이 붙어있는 상태로 보임에도 불구하고) 사지가 뭉텅뭉텅 잘려 나가는 등 잔인하게 칼질을 당하는 후반부 장면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두눈을 꼭 감게 만든다. 쇠고기의 가공 장면을 세가지 유형의 인물군(群)으로 드라마틱하게 엮어 나감으로써 영화는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이 일상의 음식에 어떠한 사회정치적 의미가 숨겨져 있는 가를 폭로해 낸다. 그것은 꼭 광우병 운운의 쇠고기 안전성에 대한 문제만이 아니다. 거기에는 보다 인문주의적 사고와 철학이 담겨져 있다. 극 마지막 장면에서 콩팥 제거반에 배치된 실비아는 컨베이어 벨트로 자신 앞에 다가오는 소의 육중한 내장들을 바라보며 한움큼 눈물을 떨어뜨린다. 그 내장들이 징그럽고 무서워서일까? 아니면 더럽고 비위생적이어서일까? 그것만이 아닐 것이다. 자신의 삶, 우리 모두의 삶이 어쩌면 이들 소처럼 사육되고, 도륙되는 처지와 비슷하다는 동종의 인식때문일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이 쇠고기 수입에 반대를 하는 것은 쇠고기의 안전성 문제때문만이 아니다. 30개월 미만이든 그 이상이든 인간은 쇠고기처럼 취급받아서는 안된다는 인간적 호소가 그 안에는 담겨져 있다. 쇠고기 문제는 음식의 문제가 아니다. 정치의 문제다. 그 누가 이것이 음식의 문제를 넘어선 정치의 문제이기 때문에 불법적이라고 하는가. 그 누가 그렇게 우매한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인가. <패스트 푸드 네이션>은 조용하지만 단호한 변화의 함성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7월3일 국내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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