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 서울시 초·중·고등학교 교육을 책임지는 서울시 교육감 선거가 주민 직선제로 치러진다.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에 따라 지난 2004년까지 학교운영위원들이 뽑던 교육감 선거가 올해부터 주민이 참여하는 직선제로 바뀐 것. 이번 선거에서 가장 크게 우려되는 것은 바로 낮은 인지도와 투표율이다. 가뜩이나 처음 시행되는 주민 직선제인데다 선거일이 휴가철인 점 등 여러 가지 장애 요소가 많다. 그러나 서울시 교육감이라는 직책의 중요성을 염두에 두면 이런 낮은 인지도와 투표율은 또 다른 '재앙'을 부를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 교육감은 한해 6조 원이 넘는 예산을 다루고, 약 10만 명의 교직원 인사권을 가지며, 현 정부 들어 대폭 확대된 서울시내 초·중등 교육 정책권을 가지게 된다. 서울시 교육 정책이 타 시·도 정책에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하면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교육계에서 "서울시 교육감을 잘못 뽑으면 또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으는 것도 이 때문이다. 3일 현재 서울시 교육감 예비후보는 총 9명이 등록돼 있다. △공정택 서울시교육감 △김성동 한국교육문화포럼 회장 △박장옥 한국청소년연합 자문위원 △이규석 중앙대 겸임교수 △이영만 호원대 겸임교수 △이인규 아름다운학교운동본부 상임대표 △장희철 '장희철행정사무소' 대표 △조창섭 서울대 명예교수 △주경복 건국대 교수가 그들이다. 이중 공정택 현 교육감은 이명박 정부의 교육 정책을 대폭 지지하는 정책을 펴온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주경복 교수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학부모회 등 교육단체가 공개 지지를 표명해 주목을 받았다. '반이명박, 반전교조'를 표방한 표방한 이인규 대표도 주목을 받는 후보 중 하나다. 이인규 대표 선본의 이범 정책위원장이 <프레시안>에 주경복 후보에게 토론을 제안하는 글을 보내왔다. <프레시안>은 다가오는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과 논란을 촉발할 수 있는 계기로 판단해 이인규 후보의 이범 정책위원장의 글을 싣는다. 주경복 후보 측과 다른 후보의 반론이 올 경우 똑같은 비중으로 실을 예정이다. <편집자> |
주경복 서울시교육감 후보, 촛불을 하이재킹하려 하는가?
- 교원평가 거부? 학교선택권 박탈? 획일적 교육 옹호?, 외고 폐지?…
- 선거는 전교조의 모험주의적 정책을 실험하는 장이 아니다!
주경복 후보님께
주경복 후보님, 저는 사상 최초로 주민직선으로 치러지는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이인규 후보 선본에서 정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범입니다. 저는 몇년 전까지 학원가의 스타강사로 불리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어찌된 운명인지 지난 겨울부터 세번 연속 선거에 관여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정동영 후보의 TV 지지유세 연설원으로 나서 이명박 교육정책의 위험성과 후진성을 경고했고, 총선에서는 진보신당 심상정 후보의 교육공약(핀란드형 공립자율학교 특구)에 대해 지지를 선언하고 열흘 연속 유세를 했으며,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는 '반(反)이명박 국민후보'를 표방하고 나선 이인규 후보의 정책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미쳐가는' 한국 교육에서 뭔가 새로운 전환의 계기를 마련하지 않으면 안되겠기에, 손에 잡히는대로 일하다 보니 선거마다 관여하게 되었습니다.
이인규 선생님과는 작년에 대선 후보 교육공약 평가모임에서 처음 만나 친분을 갖게 된 사이입니다. 그런데 총선이 끝난 4월 중순에 저에게 "이범 선생, 이명박 정부가 하는 짓거리를 보니까 도저히 못참겠어, 내가 교육감 후보로 나설테니 도와줬으면 좋겠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정말 과분하게도 이인규 후보 선본의 정책위원장을 맡게 되었고, 이후 정책 개발과 정리작업에 몰두했습니다.
촛불을 모아 모험주의적 시도를?
그런데 5월 하순께 전교조 서울지부를 비롯한 여러 단체들에서 주경복 교수님을 교육감 후보로 추대할 것이라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촛불 민심을 교육감 선거에 모아내어 주경복 후보님을 당선시키려는 거대한 세력의 결집을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주류 운동권 계열과 거리를 두고있는 이인규 후보나 저로서는 그저 소문을 확인하고 바라만 볼 뿐입니다.
아시다시피 교육감은 '교육대통령'이라고 불릴 정도로 그 권한이 막강합니다. 학생들을 가혹한 경쟁으로 내몰고 사교육비를 치솟게 만드는 이명박식 교육정책을 충분히 막아낼 수 있습니다. 아무리 정부가 자사고 100개를 만들고 싶어도 교육감이 인가해주지 않으면 꼼짝 못합니다. 0교시, 우열반, 수준별 이동수업, 일제고사, 영어몰입교육 등 이명박표 교육정책들의 운명이 대부분 교육감에 달려있습니다. 그러니 촛불 민심이 '미친 교육'에 대한 대안으로 반(反)이명박 성향의 교육감 후보를 찾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보입니다.
이인규 후보는 '반(反)이명박 국민후보'로 부족함이 없습니다. 출마하겠다는 동기 자체가 이명박 교육정책을 저지하려는 것이었고, 0교시, 우열반, 영어몰입교육, 특목고·자사고 확대 등 '미친 교육'을 모두 반대합니다. 저를 비롯한 저희 선본 구성원들은 모두 이인규 후보를 당선시켜 이명박 교육정책에 쐐기를 박으려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주경복 후보님 또한 전교조를 비롯한 많은 지지단체들을 기반으로 반(反)이명박 '촛불 후보' 또는 '시민 후보'가 되려 하시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기자들이 저에게 '주경복 후보와의 차이가 뭐냐'는 질문을 많이 해왔는데, 얼마 전까지는 주경복 후보님 선본의 관계자를 만나보아도 정책공약을 얻을 수 없었기 때문에 이런 질문에 단정적으로 답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드디어 주경복 후보님의 공약이 발표되었고, 저는 기자들에게 자신있게 설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주경복 후보의 정책은 촛불 민심을 하이재킹하려는 전교조의 모험주의적 시도"라고 말입니다.
주경복 후보님도 잘 알고 계시겠지만, 이번에 선출되는 서울시 교육감의 임기는 1년 10개월에 불과합니다. 2010년부터 교육감 선거는 지자체 선거가 함께 치러지게 되고, 이때 재신임을 받아야 비로소 4년의 정상적인 임기를 새로 시작할 수 있는 것이 차기 서울시 교육감의 운명입니다. 즉 이번에 선출되는 교육감은 짧은 시간에 일반 학부모들이 공감하는 합리적인 정책을 성공시키지 않으면 안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주경복 후보님은 초·중·고교 교육현장의 경험이 전혀 없으십니다. 그래서인지 발표된 정책 가운데 매우 거칠고,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본 적이 있는지 의심스럽게 만드는 대목이 여럿 있습니다. 상당한 분란이 예상되는 공약을 내걸고 짧은 임기동안 이를 추진하다가 또다시 혼란에 빠진다면, 2010년의 선거에서 어떤 결과가 초래될 지는 뻔한 것 아니겠습니까?
교원평가 반대, 이게 어떻게 진보적인가? 과연 타당한가? 혹은 진보적인가?
일단 주경복 후보님이 교원평가에 반대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교원평가는 저희 이인규 후보 선본의 핵심 공약 중 하나입니다. 물론 교원평가가 여러가지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책임한 학교교육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교원평가가 필수적으로 필요합니다. 수업시간에 "학원에서 다 배웠지?", 뭔가 물어보러 가면 "학원선생한테 물어봐라", 학부모와 상담하며 "학원좀 보내세요" 라고 말하는 '믿기지 않는' 교사들이 엄존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전교조가 교원평가에 반대하여 결과적으로 나태하고 무책임한 '웰빙 교사들'을 지켜주는 현실을 계속 용인하실 것입니까? 공공서비스 노동자가 수요자로부터 평가받지 않겠다는 것은, 마치 수도검침원의 친절도를 주민들로부터 평가받지 않겠다는 것과 같습니다. 대학교수들도 강의평가를 받는 세상에 말입니다.
열린우리당이 추진하다가 한나라당이 바톤을 이어받은 교원평가제는, 이제 18대 국회에서 가장 먼저 법제화될 법안입니다. 17대 국회가 끝나면서 자동폐기된 법안들이 18대 국회가 열리면 우선적으로 상정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빠르면 올 여름~가을 사이에 교원평가 법안이 상정되어 통과되겠지요. 교원평가의 구체적인 실행방식은 많은 부분 교육감의 재량에 맡겨지겠지만, 어쨌든 실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자사고 같은 것은 애초에 교육감에게 인가권이 있기 때문에 인가를 안해주면 그만이지만, 법률화된 제도를 무시하는 것은 위법입니다. 교원평가라는 것이 위법을 감수하고서라도 막아야 하는 제도인지에 대하여 저희는 회의적입니다.
교원평가와 관련하여 저희가 가진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교원평가(교사평가)는 중·고교에서 학생들에 의한 수업평가를 중심으로 한다, ②학부모와 교사에 의한 교장평가를 동시에 실시한다, ③관료들에 의해 좌우되는 교원승진제도(근무평정제도)와 교장임용제도를 개혁하기 위해 법개정 또는 입법청원운동을 전개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주경복 후보님의 답변을 기대합니다.
외고 문제의 대안은 '폐지'가 아니라 '적극적 정상화'여야
두번째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주경복 후보님의 공약 가운데 '외고 폐지' 문제입니다. 외고는 '외국어 특기자 양성'이라는 목표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물론 외고가 이러한 목적에 부합되게 운영되고있지 않다는 것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이건 상식을 가진 대한민국 국민들이라면 모두 인정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다음 수순은 무엇일까요? '외고 폐지'가 아니라 '외고 기능 정상화'이겠죠. 물론 여태까지 여러번 외고 기능 정상화를 위한 정책이 시행되었지만, 제가 보기엔 도무지 정상화할 의지를 담은 정책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 교육관료들의 무사안일을 잘 보여주는 엄청나게 많은 사례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이제는 제대로 된, 적극적인 기능정상화 방안을 추진할 때가 아니겠습니까?
저희 이인규 후보의 정책위원회에서는 외고 기능의 정상화를 위해 정교한 정책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 정책을 그대로 시행하면 일단 입학정원이 절반으로 줄고, 선발경쟁과 사교육이 크게 감소하며, 미래지향적인 글로벌 전문가를 키워낼 수 있습니다. 그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정교한 방안을 애써 만들어 놓았지만, 고심 끝에 저희 정책자료집에는 '공약'이 아닌 '복안'으로서 밝혀놓았습니다(☞이인규 후보 홈페이지 바로가기). 그리고 공약은 '당선되면 즉시 외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겠다'는 선으로 정리하였습니다.
왜 그랬냐구요? 서울시 교육감 선거의 투표율은 냉정하게 봐서 20%를 넘기 힘들 것입니다. 처음 주민직선으로 치러진 부산의 투표율이 17%였습니다. 그런데 외고 문제에 관한 폭넓은 대중적 토론이나 의견수렴이 없었던 상황에서, 겨우 투표율 10여% 짜리 선거에서 당선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외고 문제처럼 논란의 소지가 큰 문제를 일방적으로 처리하는 것은 민주주의적 원칙에 어긋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여론조사를 해보면 특목고를 '확대'해야 한다는 데 60% 정도의 찬성률을 보입니다. 당연히 보다 폭넓은 토론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것입니다. 게다가 원래 교육 문제가 무척 민감한 영역 아닙니까?
'외고 기능 정상화'를 주장하는 저희도 이렇게 조심스러운데, 한술 더 떠서 '외고 폐지'라니오? 이건 정말 느닷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것은 '대운하' 공약으로 당선되었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대운하를 추진하는 이명박대통령의 행태를, 교육계에서 되풀이하는 것입니다. 전형적인 모험주의적 태도이지요. 게다가 주경복 후보님의 공약대로 외고를 일반고로 전환시킨다면 지금 외고에 재학중이거나 내년에 외고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불안은 어찌할 셈인가요? 그들은 소중한 대한민국의 학생들이 아닙니까?
학생의 학교선택권을 박탈하면서 '촛불'후보?
세번째로 문제삼고 싶은 것은 학교선택제(고교선택제)를 백지화하겠다는 공약입니다. 서울에서는 2010년부터 학군 장벽을 뛰어넘는 선지원 추첨배정 방식의 고교선택제가 시행됩니다. 학생들이 1지망, 2지망, 3지망… 일설에는 무려 7지망까지 지원하는 학교를 적어내면, 이를 이용해 추첨배정하는 프로그램이 개발중입니다. 물론 추첨배정이므로 선발경쟁이나 사교육 걱정을 할 필요는 없지요. 그런데 주경복 후보의 공약을 보면 이것이 '고교를 서열화한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전면 백지화하겠다고 합니다.
잘 모르는 분들은 대입이 수능성적 기준으로 결정되고, 그로 인한 '한줄 서열화'가 나타난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에 대응하여 나타날 고교 서열화를 걱정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미 그러한 시대는 지나가고 있습니다. 올해 대입을 보면 유명대학들이 수능으로 한줄세우기 시켜서 선발하는 정시 정원이 44%입니다. 내신성적과 논술이 주요하게 반영되는 수시 정원이 56%지요. 서울 지역 대학으로 국한시켜 보면 수시 정원이 60% 이상입니다. 앞으로 수시 비중은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이제 '한줄 서열화'가 '여러줄 서열화'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죠.
게다가 최근 대학들은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한다고 난리입니다. 서울대는 자기들이 직접 개발하면 이해집단들에 의해 왜곡될까봐, 아예 미국 코넬대에 입학사정관제 개발을 의뢰했습니다. 입학사정관제의 특징은 잘 아시겠지만 '성적순 선발'에서 벗어난다는 것입니다. 즉 '성적서열' 자체가 상대화되는 것이죠. 실제로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에서는 SAT (최근 2400점 만점으로 변경) 2100점대가 합격하고 2300점대가 떨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납니다. 성적만 높은 학생보다는 자신의 열정과 리더십과 창의성을 여러가지 자료로 입증한 학생을 선호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점수경쟁에만 몰두하는 우리나라 엘리트는 외고를 나와 명문대에 진학해서 고시공부를 하는 반면, 빌 게이츠는 하버드대에 진학했다가도 사업을 위해 자퇴를 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이러한 제도가 왜 새삼스럽게 지금 우리나라에 도입되려는 것일까요? 이제 대학 서열의 지표였던 사법고시가 폐지될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되고 나면 대학들의 서열을 좌우할 요인은 졸업생들의 대기업 정규직 취업률입니다. 그런데 지금 기업들은 고민이 많습니다. 객관식 점수벌레들을 뽑아놓고 보니, 창조적 적응능력이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대기업들은 지난 몇년간의 경험을 통해 얻은 통계적인 결론을 충분히 가지고 있습니다―이미 국내 굴지의 그룹 인사담당 부서에 '강남에 사는 서울대·연고대 출신, 토익성적만 높은 지원자, 지나치게 자격증이 많은 지원자를 주의하라'는 지침이 내려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경쟁에서 4등이나 5등쯤 하고 있는 기업은 열심히 1등을 쫓아가면 됩니다. 하지만 1등을 하고있거나 이제막 1등을 제쳐보려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남들이 안해본 것'을 해야 합니다. 당연히 '남들이 안해본 것을 해볼 수 있는' 창의적인 인재가 필요한 것이지요. 그런데 객관식 점수벌레들은 이런 데 취약한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오랫동안 자기 점수만 관리해오던 사람들이다 보니 조직충성도도 낮아서 툭하면 이직하는데, 이게 기업 입장에서 이만저만 손실이 아닙니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저는 이러한 변화가 모두 바람직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현재의 객관적인 트렌드가 어떤 방향인지를 냉정하게 인식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붕어빵식·주입식 교육은 선진국을 따라가야 하는 입장에서는 일정한 효용이 있었지만, 이제 한국 사회는 여러 영역에서 '마땅히 따라갈 대상이 없는' 상태, 즉 새로운 것을 창조해야만 먹고살 수 있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고용시장의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고, 대입선발의 트렌드도 연동하여 변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이에 발맞춰 초·중·고교 교육이 탐구형·토론형으로 바뀌고 다양화되어야 하는 시점입니다. 학교교육의 다양화와 이에 걸맞는 선발방식(선지원 추첨배정)은 한국 자본주의의 현 상황을 고려할 때 불가피합니다. 저희는 고교선택제에 찬성할 뿐만 아니라, 일정한 준비기간을 거쳐 선지원 추첨배정을 중학교로 확대해야 한다고 봅니다.
주경복 후보, '붕어빵 교육'를 옹호하는가?
이태원에 가보면 이슬람 성전 코앞에 있는 학교가 있습니다. 프랑스인이 몰려사는 서래마을에 가보면 역시 한복판에 학교가 있습니다. 저는 이 학교들을 볼때마다 이 학교들의 전체 반, 또는 일부 반에서 아랍어·터키어나 프랑스어 특성화교육을 시킨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그러한 학생들을 선지원 추첨방식으로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너무나 아까운 기회들을 우리는 그냥 사장해 왔습니다. 프랑스어 특성화교육이 이뤄지는 학교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프랑스문화, 불문학, 패션, 예술 등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겠죠. 교사는 프랑스인 선생님, 그리고 정기적으로 이뤄지는 프랑스 학생들과의 교류… 그러면 주경복 후보님이 재직중인 불문학과에도 지원자가 늘어날 것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예체능계 대입 정원에 비해 예고가 턱없이 부족하여, 학생들은 학교수업이 끝나면 지친 몸을 이끌고 학원에 가야 합니다. 홍대앞 미술학원들의 불야성을 보십시오. 일반 학교의 일부 반에서 예체능 집중교육과정을 운영한다면 이러한 불편과 낭비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위해서는 일반학교에 폭넓은 교육과정상의 자율권을 부여하고, 선지원 추첨배정을 해야 합니다.
주경복 후보님의 공약을 보면 '평준화 전면화'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평준화는 의외로 논란의 소지가 큰 개념입니다. 그 의미가 엄밀하게 정의된 것이 아니고, 무려 네가지 의미로 혼용됩니다. 이를 정리해 보면 ①무시험 학교배정, ②공립-사립학교 균등지원, ③획일적 교육과정, ④학력의 균등화 입니다. 아시다시피 이중 ①과 ②는 70년대에 이뤄진 일이죠. 저희가 주장하는 선지원 추첨배정도, 성적순 선발이 아니므로 당연히 ①무시험 학교배정의 원칙을 지키는 것입니다. (거듭 말씀드리는데 선지원 추첨배정 방식에서 절대로 선발경쟁과 사교육이 일어날 수 없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저희는 평준화 원칙을 지지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③획일적 교육을 어떻게 하루빨리 극복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이제 '붕어빵 교육'으로는 아이들의 미래가 없고,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습니다. 저희는 학교교육의 다양화와 이에 대응되는 학교배정방식의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주경복 후보님은 평준화 중 ③획일적 교육에 찬성하는 것이 아니라면 도대체 어떤 의미에서 '평준화 전면화'라는 용어를 사용하는지 명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학교교육의 다양화를 위해 어떤 방안을 가지고있는지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학생들로부터 학생선택권을 박탈하면서까지 얻고자 하는 고귀한 가치가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두발 자율화, '서울시 학생의회'를 통해 풀어내자
마지막으로, 주경복 후보님의 '두발 자율화' 공약에 대해 언급하고자 합니다. 앞에서 제기한 세가지 문제와 달리, 두발 자율화는 저희도 전적으로 찬성합니다. 이인규 후보의 평소 지론이기도 합니다. 두발은 법적으로나 대중적 상식으로나 엄연히 '신체의 일부'이며, 학교가 군대나 교도소도 아닌데 이를 규제하는 것은 부당합니다.
하지만 교육감 선거에서 당선되었다는 이유로 마치 선물 주듯이 두발자율화를 허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만약 두발자율화가 '선물'로서 주어진다면, 다음 선거에서 교육감이 다른 분으로 당선되기라도 하면 이 선물이 철회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들은 '참여민주주의 교육'의 일환으로 두발자율화 문제를 풀어가고자 합니다. 저희의 대안은 (학교별이 아닌) 지역별로 '학생의원제'를 도입하고, 학생들이 인터넷 직선투표로 학생의원들을 선출하도록 하며, 이들에게 자율적인 인터넷 미디어 공간을 열어주는 것입니다. 서울시내 구별로 3~4명씩 선출하면 100명에 가까운 학생의원들이 선출됩니다. '서울시 학생의회'는 일단 의결기능이 없는 교육감과의 협의체로 운영되지만, 이들에게 '아고라'를 방불케하는 자율적인 인터넷 미디어 공간을 주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분명합니다.
요즘 아이들이 어떤 아이들입니까? 제일 먼저 촛불 들고 나오지 않았습니까? 학생의원을 선거로 선출하고 이들에게 자율적인 미디어 공간을 열어주면, 두발 문제에 대한 활발한 토론이 이뤄질 것이 분명합니다(그뿐만 아니라 수없이 많은 의제들이 표출되고 토론되겠지요). 이러한 과정이 충분히 진행되고 학생들간의 의견이 상당 수준으로 수렴하면, 그때 교육감이 바톤을 넘겨받아 두발자율화 조례를 지정하면 됩니다. 이것이 진정한 민주시민을 키워내고 헌법정신을 구현하는 교육자로서의 태도가 아닐까요?
두발자율화는 학생들 스스로가 성취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두발자율화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 한다면 일정 수준의 최소규제를 둘 것인지 두지 않을 것인지, 스스로 정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이 진정한 참여민주주의 교육입니다. 학생의원제를 매개로 학생들의 민주적 의식이 고양되고 자신의 권리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지며 부당한 침해에 대한 저항의식이 생긴다면, 나중에 이인규 후보나 주경복 후보와 정 반대 성향의 교육감이 당선된다 할지라도 두발자율화를 감히 철회하지 못하게 됩니다.
전교조가 대필해준 듯한 주경복 후보의 공약
저희 선본은 정치적으로 다양한 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민노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민주당,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뒤섞여 일합니다. 자유선진당원으로서 도움을 주고 계신 분도 있습니다. 기이할 정도의 생태적 다양성입니다. 이토록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는데, 이인규 후보의 정책목표에 대해 아무런 이의가 없습니다. 학생경쟁과 사교육 자극요인을 체계적으로 경감하고, 교육관료(교육감·교장)가 독점한 자율권을 학생과 교사에게 할애하며, 학교 교육을 창의적으로 다양화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육에 있어서 '반(反)이명박'은 상당수의 한나라당 지지자들조차 공감하는 대의명분이고, 이 점에 있어 정치적 좌우 이념을 떠나 의견이 일치합니다. 아마 다른 영역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일일 것입니다. 교육문제가 주택문제와 더불어 공공적 성격이 매우 강한 영역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겠지요. 이인규 후보 선본에서는 '교육은 정치이지만 정치가 아니기도 하다' 라는 기묘한 역설을 매일매일 경험하게 됩니다.
주경복 후보님은 전교조 서울지부의 추대를 받으셨습니다. 그런데 저희 선본과 전교조와의 관계는 그야말로 애증이 교차되는 관계입니다. 이인규 후보 자신이 전교조 참교육실천위원장 출신이고, 저희 선본 정책위원회의 경우 저를 제외한 전원(3명)이 전교조 교사 출신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전교조의 모습에 대해서는 상당히 비판적입니다. 교원평가를 거부하고, 학생의 학교선택권을 박탈하고, 붕어빵 교육을 옹호하고, 외고를 폐지해버리는 주경복 후보님의 공약은 전교조의 평소 주장을 그대로 받아쓰기한 것이 아닙니까?
주경복 후보님이 저희의 문제제기에 대하여 합리적으로 토론하고 전향적인 자세를 보인다면, 만일 이인규 후보 대신 주경복 후보님이 당선되어도 '엄청나게' 섭섭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주경복 후보님이 전교조가 대필해준 듯한 현재의 공약으로 촛불 민심을 하이재킹하려 한다면, 주경복 후보님이 당선되는 날부터 또다시 이 나라 교육을 걱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인규 후보-주경복 후보 정책 토론을 공식 제안
주경복 후보님과 저희 이인규 후보의 정책은 그 '지향'에 있어서는 상당한 차이를 보입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가혹하고 시대착오적인 교육정책에 맞서 쐐기를 박고자 한다는 공통된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 또한 엄연한 사실입니다. 어디를 향하고자 하는지는 다르지만, 극복하고자 하는 대상은 똑같은 것이지요.
그러므로 저는 앞에서 밝힌 몇가지 문제들(교원평가 거부, 학교선택권 박탈, 획일적 교육 옹호, 외고 폐지, 두발자율화의 방법)에 관한 공개 토론을 요구합니다. 지난번 대선때 저는 정동영 후보의 TV 지지유세에 출연하여, 이명박 후보의 교육정책 담당자에게 공개 토론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물론 '소통'과 담쌓은 이명박 진영이 이런 제안을 받아들일 리 없었습니다. 주경복 후보님은 설마 이명박 대통령처럼 소통을 거부하는 분은 아니겠지요? 교육자이며 우리 아이들의 운명을 책임질 공직자로서의 자질을 갖춘 분이라면, 저의 토론 제안을 두려워하지 말고 받아들여 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부디 빠른 답변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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