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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국보법 완전폐지를 원한다"

[국보법 폐지 국민문화제] 8천여시민 '국보법 장례식' 거행

정치권에서 형법보완, 대체입법 등 국가보안법 완전폐지가 불투명한 가운데,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 주최로 '국가보안법 폐지 국민문화제'가 서울 종각 일대에서 23일 오후 6시경 열렸다. 이날 문화제에 참석한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8천여명의 일반 시민들은 한 목소리로 '완전철폐 국가보안법, 쟁취 완전 민주'를 외쳤다.

***방송인 노정렬씨, 전직 대통령 성대모사해 청중 환호**

오후 5시에 계획된 국민문화제는 관할서인 종로 경찰서와 문화제 시간, 무대 설치, 장소 등의 문제로 갈등을 빚어 한 시간여 늦춰진 오후 6시를 넘어서 시작됐다. 한결 차가워진 아스팔트 위에 자리를 메운 문화제 참가자들은 손에 촛불과 평화와 인권을 상징하는 보랏빛 풍선 그리고 국가보안법 완전폐지의 열망을 가슴에 안고 참여했다.

이날 문화제는 언더그라운드에서 정치 만평으로 유명한 방송인 노정렬씨와 문화연대 강은미씨의 사회로 진행됐다. 성대모사의 달인이기도 한 노씨는 진행 사이사이 이승만 전 대통령부터 노무현 현직 대통령까지 성대모사를 통해 전현직 대통령들의 국가보안법에 대한 생각들을 성대모사로 표현해 참가자들의 환호를 받기도 했다.

노씨의 성대모사를 듣던 한 참가자는 "비록 성대모사이긴 하지만 전직 대통령들의 음성을 들으니 새삼스럽다"며 "그들이 모두 현재 대통령들이었다면, 국가보안법 폐지를 이 거리에서 외칠수 없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참가자는 "그들이 있었기 때문에 국가보안법이 여전히 존재할 수 있었고, 그만큼 민주화가 늦춰졌다"며 "그들이 과거의 사람이 된 만큼, 국가보안법도 사라질 때가 됐다"고 말했다.

***가수 정태춘, 공안문제연구소 용공 감정 받은 '황토강으로'열창**

이날 행사는 '문화제'란 이름에 걸맞게 대부분 노래, 연주 등 문화공연으로 구성됐다. 문화제를 기획·준비한 한 관계자는 "정치집회 중심의 폐지 운동은 국민들 깊숙이 들어가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며 "국가보안법의 반인권성을 보다 대중적으로 알리고, 일반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 문화공연 중심의 프로그램을 짰다"고 밝혔다.

이날 문화제에는 대중적인 집회였던 탄핵반대·민주수호 집회, 이라크파병반대 집회 등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노래패 '우리나라', 대중가수 '이안'과 함께 80년대 음반사전검열제도 폐지 운동에 앞장섰던 가수 정태춘씨, 70년대 '물좀주소'로 유명한 한대수씨 등도 함께했다.

90년대 말 영화 '간첩 리철진'을 보고 만들었다는 '리철진에게'를 부른 정태춘씨는 다음 곡을 부르기 전에 이번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폭로된 '공안문제연구소'에 관한 자신의 인연을 소개했다.

정 씨는 "공안문제연구소가 검열한 목록을 보니 (자신의) 5집 '아! 대한민국'이 용공으로 감정받은 것을 알았다"며 "연구소가 사상을 밝혀주는 것은 고맙지만 노래에 까지 칼날을 들이대는 것은 우스운 일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용공으로 감정받은 앨범에 수록된 곡이라며 '황토강으로'를 열창했다. '황토강으로'는 태풍으로 논밭이 황폐화된 농촌을 보고 느낀 감상을 노래로 형상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수 한대수, 자유 메세지 담은 '물좀주소' 열창**

이날 문화공연의 최대 절정은 '한대수 밴드'의 공연이었다. 70년대 장발을 날리며 당시 음악계에서는 이단아로 불린 한씨는 정부에 의해 추방당하면서 '자유'와 '평화'의 상징적인 음악인으로 자리매김한 인물이다.

한씨는 이렇다 할 국가보안법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발언은 하지 않았지만, 그의 노래 '희망의 나라로'와 '물 좀 주소'를 통해 국가보안법 폐지를 열망하는 문화제 참가자들과 공감을 표했다. 그의 노래는 50세를 훨씬 넘은 민주노동당 김혜경 대표, 천영세 의원과 전국민중연대 정광훈 상임의장 등을 바닥에서 일으켜 세웠고, 젊은 참가자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이들의 공연 이외에도 전국여성농민회 '청보리사랑', 전국교원노조 '해웃음'의 열창, 성남 '푸른학교' 공부방 어린이들과 한국총학생회연합 율동패의 공연도 있었다.

***국보법 장례식, "우리는 완전폐지를 원한다"**

이날 문화제 최대 압권은 국가보안법 장례식이었다. 국립창극단의 상여소리와 함께 참가자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장례 행렬에 참여했다. 사회자 노씨는 "수많은 장례식을 봤지만, 이날 국보법 장례식은 매우 기쁜 장례식이고, 밝은 미래를 열어젖힐 장례식"이라고 말했다.

풍물패를 선두로 '수구냉전 한나라 해체', '근조 국가보안법' 만장이 상여 뒤를 이었고, 국가보안법 56년사를 상징하는 노란색, 하늘색, 흰색의 56미터 길이의 소원이 담긴 천이 뒤 따랐다.

문화제 참가자들은 풍물패의 빠른 장단에 맞춰 춤을 추며 대동놀이를 벌이는 가운데 무대 앞에서는 국가보안법 상여가 불타올랐다. 여기저기서 '국가보안법 잘가라'를 외쳤고, 불타는 상여를 가운데 두고 대동굿판을 벌였다.

끝으로 행사를 주최한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는 대국민 메세지를 발표했다. 국민연대는 "수구세력들이 숭고한 민주화투쟁의 성과를 부정하고 있다"며 "역사진보의 거대한 물줄기를 형성해 반민주 역사를 끝내자"고 호소했다.

저녁 9시30분경 모두 일정이 마무리되고 문화제 참가자들은 모두 흩어졌다.

이날 집회에서는 헌재 판결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피켓을 든 극소수 노사모 회원들도 목격됐으나, 이날 집회는 국보법 완전폐지 집회로 일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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