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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프렌들리'와 이주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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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프렌들리'와 이주노동자

석원정의 '우리 안의 아시아' <65> 무조건 내쫓고 보자는 정부

작년 말 대통령 선거운동이 한창일 때 토니라는 나이지리아 남자가 사무실을 찾아왔다. 그는 마흔을 갓 넘긴 사람으로 한국에서 13년째 살며 한국어를 아주 유창하게 구사했다. 그는 1년에 두 번 정도 우리 사무실을 찾아온다. 민간단체들이 불법체류자들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만든 의료공제회비를 내기 위해서다. 그는 몇 년째 꼬박꼬박 의료공제회비를 내고 있는 얼마 안 되는 회원 중 한 사람인데, 그렇다고 현재 몸이 어디 불편하거나 지병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날도 6개월치 정도의 회비를 미리 내기 위해서 사무실을 찾아온 그와 이런저런 잡담들을 나누었다. 그러다 문득 토니가 당시 한참 화제가 되던 대통령선거 얘기를 꺼내며 "누가 될 것 같아요?"라고 물었다. "글쎄요"라고 얼버무리면서 "토니씨는 누가 되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되물었다. 그랬더니 그는 "한나라당이요. 한나라당 되면 불법체류자 비자 내준다고 해요'라고 말했다. 때만 되면 떠도는 비자 루머가 또다시 떠도는구나 싶어서 내가 픽 웃으면서 "누가 그런 말을 해요? 한나라당 되면 불법체류자 비자준다고?" 물었더니 "사람들이 그래요"라고 답했다.

짐작컨대,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기업친화적 정책을 편다고 하니 외국인들을 고용하고 있는 기업들이 불법체류자들을 합법화시켜 저임금 노동력을 안심하고 쓸 수 있게 해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번져나갔던 것 같다.

그날, 토니 씨에게는 딱 잘라서 "그럴 리는 없어요.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기대하지 마세요"라고 말하며 부질없는 희망을 싹뚝 잘라버렸다.

그런데 토니 씨에게는 그렇게 매정하게 현실을 깨우쳐주었으면서도 정작 나는 새 정부가 들어서고 얼마 동안, 이 정부의 특징인 앞뒤모순 어법과 정책을 확실히 알게 되기 전까지는 약간의 궁금증을 갖고 있었다. 대통령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외칠 때, 노사가 윈윈하여 결과적으로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만드는 게 아니라는 건 분명해졌다. 그렇다면 외국인노동자 영역과 관련해서도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할 것인지 그러려면 몇 가지 정책변화가 필요한데 정말 이 정부가 그렇게 할 것인지 궁금증이 생겼던 것이다.

만약 정부가 외국인력과 관련하여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하려면,

첫째, 오래된 숙련노동자로서, 한국어와 한국물정에 능통한 장기체류 이주노동자, 즉 불법체류자들을 합법화시켜야 한다.
둘째, (합법불법을 막론하고) 외국인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법 적용제외, 퇴직금 적용제외를 해준다.
셋째, 현행 3년이 1차 기한인 이주노동자 채용기간을 연장한다.
넷째, 고용허가제로 취업중인 이주노동자들에게 노동법 적용을 배제한다.
다섯째, 갓 입국한 이주노동자들에게는 1년(최소한 6개월 정도)의 수습기간을 주어서 임금도 낮추고 근로조건도 낮춘다.
여섯째, 가뜩이나 노예계약이니 뭐니 하면서 인권침해 소지가 다분한 '외국인노동자 사업장 변경금지'(고용허가제로 취업중인 이주노동자들은 몇몇의 예외적 상황 외에는 사업장을 옮기지 못한다) 조항이 더 강화될 것이고,
일곱째, 노동환경을 개선해서 한국인 젊은이들이 제조업으로 유입될 수 있는 조건을 만들기보다 당장 저임금으로 부려먹을 수 있는 인력으로서 외국인노동자 도입을 확대할 것이다.

이런 정책들이 만들어질 것 같은데, 정말 이 정부가 이 나라의 노동법의 근간을 뒤흔들 정책들을 만들어서 시행할 것인지 궁금해진 것이다.

집권 후 지금까지 드러난 이 정부의 몇몇 정책들을 보면 어쩌면 정말 이런 정책들을 시행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단, 한 가지만 빼고.

이 정부의 구호인 '실용주의'를 감안하면, '기업의 인력난해소에 도움이 된다면, 더구나 그 인력이 저임금에 숙련노동자라면 불법체류자인들 어떠랴' 라고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인데 아니었다. 불법체류자들에 대해서는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고, 이주노동자 관련 예산들은 팍팍 삭감시키고 있다. 지금이 정권 초기이니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이 바뀔지 모르겠는데, 그 바뀌거나 새로 생기는 정책들이 이주노동자들에게 그리 호의적이지는 않을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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