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2시께부터 서울 지하철 경복궁역 입구가 전면 봉쇄됐다. 지하철은 경복궁역을 무정차 통과하고 있다. 이날 오후 예정돼 있는 시민들의 집회 때문이다.
이밖에도 이날 저녁 촛불 집회가 예정돼 있는 서울 광화문과 태평로 일대 역시 경찰 버스 등으로 봉쇄돼 있다. 아직 시민들은 모이지도 않았는데, 경찰이 집회가 열릴 장소를 미리 막고 있는 셈이다. 지나가는 시민들의 불만이 거세지만, 경찰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경복궁역 일대를 에워싸고 있는 경찰은 일부 행인을 상대로 검문을 하기도 했다. 촛불 집회 관련 유인물이나 풍선 등을 손에 든 사람이 대상이다.
경찰관직무집행법 3조에 따르면, 경찰관은 "수상한 거동 기타 주위의 사정을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어떠한 죄를 범하였거나 범하려 하고 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 또는 이미 행하여진 범죄나 행하여지려고 하는 범죄 행위에 관하여 그 사실을 안다고 인정되는 자"만 멈춰세울 수 있다. 따라서 경찰은 이날 유인물을 들고 경복궁역 주변을 지나는 시민을 '범죄자' 혹은 '범죄를 저지르려 하거나, 범죄 사실을 알고 있는 자' 쯤으로 여긴 셈이다.
같은 법에 따르면, 경찰은 행인을 상대로 검문하기 전에 경찰공무원증을 보여주고 소속과 이름을 말해야 한다. 또 경찰이 행인을 붙잡아 세운 이유에 대해서도 말해야 한다. 하지만 이날 일부 행인을 상대로 검문을 한 경찰은 소속과 이름 등을 말하지 않았다. "이름이 뭐죠"라고 묻는 행인에게 "이해해 주십시오"라고 대답할 뿐이었다.
물론, 경찰이 소속과 이름 등을 이야기해도 시민이 꼭 검문에 응할 필요는 없다. 경찰관직무집행법 3조 7항에는 "제1항 내지 제3항의 경우에 당해인은 형사소송에 관한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신체를 구속당하지 아니하며, 그 의사에 반하여 답변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범죄자가 아닌 한, 대답하기 싫으면 검문을 무시할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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