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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불안하다, 불안하다,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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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불안하다, 불안하다, 불안하다"

[박상표 칼럼] 잘못을 모르는 농림부

<프레시안>의 "쇠고기 고시 심각한 오류 확인" 기사에 대한 농림부의 반박 해명 자료를 읽었을 때, 영국의 파렴치한 아편 무역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도탄에 빠졌던 19세기 중국이 떠올랐다. (☞관련 기사 : 관보 게재 쇠고기 고시 '심각한 오류' 발견)

아편과 광우병은 상품이기 이전에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조치를 통해 확산이나 전염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농림부는 4월 18일 쇠고기 졸속 협상으로 대규모 국민 저항을 초래했다. 게다가 미국의 강화된 사료조치 및 '광우병 특정 위험 물질(SRM)' 정의의 영어 해석 오류에 이어 또다시 '쇠고기 고시 심각한 오류' 문제제기에 직면했다. 관보 게재를 강행한 농림수산식품부 공무원의 행태는 청나라 말기의 무능한 관료들과 판박이로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편전쟁 후 일어난 애로(Arrow)호 사건으로 중국과 영국은 불평등조약인 텐진조약을 맺었다. 텐진조약 제50조는 "지금부터 영국의 문서는 모두 영자로 쓰되, 당분간 한문을 함께 쓴다. 중국이 학생을 선발 파견하여 영문과 영어를 배워 잘 익히게 되면 한문을 함께 쓸 필요가 없을 것이다. 지금 이후로 논란의 여지가 있는 문구에 대해, 영국은 항상 영문본을 옳은 것으로 간주할 것이다. 이번 조약문도 이 예에 따라 한자와 영자로 상세하게 대조하여 틀린 곳을 없도록 하였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아마 이때부터 동아시아에서 서양 열강과 조약을 맺을 경우 항상 영문본을 옳은 것으로 간주하는 괴상한 '관행'이 생기지 않았나 싶다.

국민 생명 벼랑 끝으로 내몬 텐진조약

텐진조약은 1856년 영국 국기를 게양한 애로호에 중국 관헌이 들이닥쳐 중국인 해적 12명을 체포한 사건을 계기로 일어난 제2차 중영전쟁 결과 맺은 조약이다. 애로호는 중국인이 소유한 선박으로 중국인 선원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그러나 영국은 자신들의 국기가 끌어내려져 명예가 훼손되었다는 생떼를 쓰며 배상금과 사과문을 요구하였다.

청나라가 이를 거부하자 광저우 시내에 불을 질렀다. 영국은 무력으로 광저우, 텐진, 베이징을 점령하였다. 결국 중국은 영국의 부당한 무력에 굴복하여 아편 무역의 허용, 기독교의 중국 내지 포교권, 양쯔강의 개방, 영국 상인의 중국 내지 여행권 등을 허용하는 조약을 맺었다.

영국은 텐진조약을 통하여 파렴치한 아편 무역을 합법화시켰다. 당연히 중국의 농민, 군인, 관료들은 아편 중독자가 되어 생명과 건강이 파괴되었고, 농촌 경제는 파탄지경에 이르렀다. 2008년 4월 18일, 대한민국에서는 제2의 텐진조약이라 불릴만한 광우병 허브를 초래할 한미 쇠고기 협상이 합의되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 1조와 17조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농림부 고시 제2008-15호)으로 불리는 합의문에는 제1조 제1항에서 "특정 위험 물질(SRM), 모든 기계적 회수육(MRM)/기계적 분리육(MSM) 및 도축 당시 30개월령 이상된 소의 머리뼈와 척주에서 생산된 선진 회수육(AMR)은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에서 제외된다"고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제17조에서는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은 FSIS(미국 식품안전검사국)의 규정에 따라 SRM 또는 30개월령 이상된 소의 머리뼈와 척주에서 생산된 기계적 회수육(MSM)에 의한 오염을 방지하는 방식으로 생산 및 취급되었다"고 명문화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제22조에서는 17조의 내용을 수출검역증에 게재해야만 수출 검역 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농림부는 26일자 보도 자료에서 "제1조의 경우 수입 금지 품목의 범위를 정한 것"이며, "제17조는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의 생산 및 취급 과정에서 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이라고 반박했다. (☞관련 기사 : 농림부, "위키피디아 보면 MRM, MSM 똑같다")

그러나 제1조는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이라는 용어를 정의한 것이며, 제17조는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에 대한 요건을 규정한 것이다. 따라서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은 FSIS(미국 식품안전검사국)의 규정에 따라 SRM 또는 30개월령 이상된 소의 머리뼈와 척주에서 생산된 선진 회수육(AMR)에 의한 오염을 방지하는 방식으로 생산 및 취급되었다"고 규정해야 옳다.

왜냐하면 SRM과 30개월 이상의 머리뼈와 척주에서 생산된 선진 회수육은 한국으로 수출할 수 있는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기계적 회수육 및 기계적 분리육은 30개월 이상뿐만 아니라 30개월 미만까지 모든 연령 및 모든 부위에서 생산된 제품이 수출이 금지되어 있다. 그러므로 수출검역증에 기계적 회수육에 대한 30개월 이상이라는 월령 제한 규정과 머리뼈와 척주라는 부위 제한 규정을 두는 것은 당연히 제1조와 충돌한다.

'MSM'을 '기계적 회수육'이라 번역한 것은 명백한 번역 오류

기계적 회수육(MRM)은 뼈가 바스러질 정도의 기계적 힘을 가해서 뼈에 붙어 있는 고기조각을 뜯어낸 것이다. 2001년 8월 9일자 BBC 방송은 "기계적 회수육이 (인간광우병에) 감염되게 한 대부분의 위험을 전달한 것으로 믿어진다"며 "기계적 회수육(MRM)은 다른 고기보다 10배나 값이 싸다"고 밝혔다.

기계적으로 고기를 뜯어내는 과정에서 광우병 특정 위험 물질인 뇌와 척수 조직이 섞여 들어간다. 축산업계와 식품업계는 단지 값이 싸다는 이유로 기계적 회수육을 햄버거, 소시지, 핫도그 등에 많이 사용함으로써 인간광우병 감염을 유발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기계적 분리육(MSM)은 뼈에 기계적 힘을 가해서 뼈에 붙어 있는 고기 조각을 분리해낸 밀가루 반죽이나 걸쭉한 배터(batter) 반죽 같은 고기 제품이다. 미국 식품안전검사국(FSIS)은 광우병에 대한 우려 때문에 2004년부터 인간의 식용으로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핫도그나 그 밖의 제품에 넣은 것조차 금지하고 있다. 심지어 돼지고기로 만든 핫도그에서도 기계적 분리육이 20% 이상 함유되어서는 안 되며, 반드시 "기계적 분리육(MSM)"이라는 라벨을 붙이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계적 회수육과 기계적 분리육은 거의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기계적 분리육과 기계적 회수육은 법적인 의미에서는 서로 차이가 난다. 기계적 회수육(MRM)이라 하더라도 법적인 의미로는 성분 기준에 따라 기계적 분리육(MSM)이 아닌 것으로 판정될 수 있다.

이것은 회수육 분류 방식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회수육을 분류할 때 '작업방식에 따라' 수작업 회수육과 기계적 회수육(MRM)으로 분류하며, '성분에 따른 법적 분류'로 기계적 분리육(MSM)과 선진회수육(AMR)으로 분류한다.

따라서 1조에서 기계적 회수육(MRM)과 기계적 분리육(MSM)의 영문 및 영문약자까지 명시하는 등 자세한 용어 정의를 했기 때문에 17조에서 'MSM'을 '기계적 회수육'이라고 번역한 것은 명백한 오류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선진 회수육(AMR)은 뼈가 바스러지지 않을 정도의 압력을 가하거나 긁어내거나 깎아내는 방식으로 뼈에 붙어 있는 고기 조각을 뜯어낸 것을 말한다. 선진 회수육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100g의 쇠고기 제품 당 150㎎ 이하의 칼슘을 함유하고 있어야만 한다. 하지만 비판적인 전문가들은 선진 회수육에도 뇌, 척수 등의 광우병 특정 위험 물질이 혼입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런 방식의 위험한 산업을 금지시켜야 마땅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무능한 정부, 광우병 쇠고기 대재앙 자초하려는가?
The beef or beef products were produced and handled in a manner as to prevent contamination from SRMs or from MSM from the skull and vertebral column of cattle 30 months of age and over, in accordance with FSIS regulations. (쇠고기 또는 쇠고기 제품은 미 농무부 식품안전검사국의 규정에 따라 SRM 또는 30개월령 이상된 소의 머리뼈와 척주에서 생산된 기계적 분리육(MSM)에 의한 오염을 방지하는 방식으로 생산 및 취급되었다.)

제17조의 영문 원문에는 'MSM'으로 표기되어 있다. 따라서 MSM(mechanically separated meat)은 '기계적 분리육'으로 번역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앞서 지적했듯이 이들 기계적 회수육과 기계적 분리육은 모든 연령에서 수입이 금지되어 있다. 30개월 이상의 머리뼈와 척주에서 생산된 선진 회수육(AMR)은 2006년에 전면 수입 금지였으나, 2008년에 전면 수입 허용으로 바뀌었다.

제17조의 치명적 오류는 4월 18일 한미 쇠고기 협상 결과 발표된 입안 예고안에서부터 나타났으며, 5월 29일 최종 고시안에도 역시 오류가 정정되지 않았으며, 6월 26일 관보 게재 시에도 똑같은 오류가 그대로 되풀이 되었다. 지금이라도 농림부는 번역의 오류와 내용의 치명적 오류를 인정하고 스스로의 무능에 대해 반성하길 바란다.

이명박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 위험으로부터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수많은 전문가들과 절대 다수 국민들의 무수한 경고를 무시하고 고시 관보 게재를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였다. 그리고 관보 게재 강행에 급급하다보니 기계적 회수육, 기계적 분리육, 선진 회수육을 구분하지 못하는 무능을 드러냈다.

과연 정부의 무능의 끝은 어디일까? 아마도 그 끝은 광우병 대재앙이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2008년 여름, 우리 사회에는 19세기 말 청나라의 자욱한 아편 연기처럼 광우병 대재앙이 우리 삶을 엄습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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