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조선일보>, 경찰, 그리고 '시민 특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조선일보>, 경찰, 그리고 '시민 특검'

[현장]<조선>은 이 사건을 어떻게 보도할까?

경찰 병력이 광화문 네거리로 물밀듯 쏟아져 들어오던 27일 새벽 0시 30분께. 제보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경찰들이 시청역 앞에서 한 시민을 납치하려다 시민들에게 잡혔다"는 것이었다. 제보를 받고 시청 방향으로 달려가보니 한 남성이 시민들에게 이끌려 어디론가 끌려가고 있었다.

시민들은 그를 시청광장에 차려진 진보신당 천막 앞 의자에 앉히고 둘러싼 채 심문하기 시작했다. 끌려온 사람은 남대문 경찰서 강력반 오모 경위였다. 오 경위와 시민들의 주장을 종합해 보면 그가 끌려온 경위는 다음과 같다.

<조선일보>가 위치한 코리아나호텔 앞에서의 시위가 격해지고 일부 시민이 주변의 화분을 현관 유리창에 던지자 <조선일보> 측에서는 112에 기물파손 행위로 신고를 했다. 이에 신고를 접수한 남대문서 오 경위 팀이 현장으로 출동했다.

"조선일보 기물파손" 신고 받고 출동한 강력팀 형사들
▲ 아수라장이 된 <조선일보>가 위치한 코리아나 호텔 입구. ⓒ프레시안

오 경위 팀은 강력반으로 사복차림이었는데, 현장에 시위대가 많아 기물파손자를 현장에서 체포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오 경위 등은 1시간 가량 용의자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가 용의자가 현장을 떠나 시청 쪽으로 향하자 미행한 뒤 시청역 부근에서 그를 체포하고 쥐색 승합차에 태웠다.

그러나 이 광경을 목격한 시민들의 눈에는 '납치'로 보였다. 이에 십수명의 시민들이 승합차를 향해 달려들며 항의를 하려하자 승합차는 문도 닫지 않은 채 출발하려 했다. 하지만 시민들에 의해 승합차는 출발할 수 없었고, 시민들은 안에 있던 사람들을 끌어냈던 것이다.

문제는 경찰이 시민들로 하여금 '납치'라고 의심 받을 수 있는 행동을 했느냐 여부. 시민들은 "처음에는 사복 차림에 소속도 밝히지 않고 상황 설명을 하지 않다가 승합차에 있던 경찰 압수용 박스와 방호복을 발견한 뒤에야 신분을 밝혔다"고 주장했다.

또 시민들은 "112에 신고가 들어온 시위대에 의한 기물파손 사건이면 정복을 입은 경찰관이 순찰차를 타고 가서 체포를 하던가 해야지 사복을 입은 강력계 형사들이 출동해 현장에서 체포하지도 않고 미행한 뒤 체포하는 것은 현행범에도 해당하지 않는 것 아니냐"고 강력하게 항의했다.

이에 오 경위는 "정당한 공무집행에 해당한다"며 "한적한 곳에서 체포한 것도 준현행범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오 경위는 또한 "체포 시에도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는 등 적법 절차를 준수했다"고 해명했다.

다만 오 경위는 승합차의 문을 닫지도 않은 채 출발하려 했던 점 등 시민들로 하여금 '납치'의 오해를 받게 된 원인제공에 대해서는 "운전을 하던 동료가 당황해서 그랬다"고 시인하기도 했다.

▲ 상황 설명을 듣고 있는 남대문 경찰서장(왼쪽) 등 경찰 관계자들. ⓒ프레시안

"현행범 체포"…"시민 납치"


시민들에 의한 심문이 이어지던 중 일부 흥분한 시민들이 오 경위에게 욕설을 하고 위협하는 행동을 하려 했으나, 대부분의 시민들이 제지해 심문 과정에서 특별히 위협적인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오전 1시30분께는 오 경위를 데려가기 위해 김원준 남대문경찰서장이 직접 현장에 나와 "이 상황 역시 감금으로 보일 수 있다"며 시민들에 대한 설득에 나섰다. 하지만 시민들은 인권침해감시 변호인단의 변호사가 오 경위의 진술을 청취하고 상황을 정리하도록 하겠다며 오 경위를 넘겨주지 않았다.

결국 오전 1시45분께 변호인단의 이덕우 변호사가 현장에 도착해 오 경위로부터 진술을 들은 뒤 김 경찰서장에게 "철저하게 조사를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뒤 오전 2시5분에 오 경위의 신병을 인도했다. 시민들은 "우리가 오 경위를 납치 현행범으로 체포한 것"이라고 외쳤다. 한 편의 '시민 특검'을 방불케 하는 장면이었다.
▲ 진술을 청취하고 있는 이덕우 변호사(오른쪽) ⓒ프레시안

<조선일보> 앞 격렬한 시위

이날 저녁 내내 계속된 <조선일보> 앞 시위가 사건의 발단이 됐다. 이날 시위는 주로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 세종로 경찰버스 벽과 신문로 금강제화 앞 골목길 앞에서 벌어졌는데, <조선일보>가 입주한 코리아나 호텔 입구에서도 시위가 계속됐다. 이날 <조선일보>는 1면 톱기사 제목을 "광화문, 法은 죽었다"로 뽑고, 시위대의 폭력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시위에서 50대 남성이 경찰에게 손가락을 물어 뜯기는 등 오히려 경찰의 과잉 대응이 논란을 낳고 있다.

시민 300명 가량은 "조선일보 폐간하라" 등 구호를 외치며 줄곧 시위를 벌였는데, 일부 시민은 현관 유리문에 화분을 던져 유리를 깨는 등 과격한 행동을 해 시민들 사이의 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

특히 한때 경찰병력이 투입돼 현관을 막기도 했으나 경찰 병력이 철수하기도 했다. 시위대의 직접적 위협 시위가 없었던 <동아일보> 사옥 앞을 항시 경비하던 모습과 대조를 이뤘는데, 한 시민은 "과격한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 경찰이 철수한 것인데 그렇게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과격행동을 한 시민들에게 따지기도 했다.
▲ 동아일보를 경비하고 있는 경찰병력들. 새벽 1시 상황으로 이 당시 조선일보 앞에는 경찰 병력이 배치돼 있지 않았다. ⓒ프레시안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