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혈세 5조 들여놓고 매각은 밀실에서?
사실 대우일렉트로닉스의 매각 절차는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 지난 2월 모건스탠리PE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그달 말 투자양해각서(MOU)도 체결됐다. 지난 5월 말까지 모건스탠리PE는 국내 및 해외 실사까지 완료했다.
그런데 이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구체적인 내용은 당사자들에게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대우일렉트로닉스노동조합은 "지난 5월부터 MOU 체결 내용 공개를 요구했지만 모건스탠리PE는 두 달이 다 되도록 MOU 내용 공개를 꺼리고 있다"며 '밀실 협상'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지난 1999년 대우그룹 사태 이후 계열분리돼 워크아웃을 받아 오면서 무려 5조 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이다. 국민 혈세를 투자해 살려낸 기업의 매각 과정이 베일에 쌓여 있다는 것이 노조 측 주장이다.
헐값 논란에 국내투자계획 없는 곳에 파는 이유는?
게다가 헐값 매각 논란까지 일고 있다. 모건스탠리PE가 최초 제시한 인수금액 8000억 원이 매각 절차 진행 과정에서 절반 수준인 4000~5000억 원대로 낮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모건스탠리PE 측이 최근 "인수 후 현재 적자가 나고 있는 인천과 구미 공장을 폐쇄하고 광주 공장만 유지하겠다"고 밝히면서 '먹튀' 논란에 불을 끼얹었다. 업계 관계자는 "인천과 구미 공장을 폐쇄하면 그것만으로 수 천 억을 회수해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국내 투자계획도 분명하게 내놓지 않고 있어 이런 의혹은 더 짙어지고 있다. 이병균 대우일렉트로닉스노조 위원장은 "노조가 MOU 체결내용 공개와 더불어 인수 후 회사의 운영방안을 포함한 재무적 투자 규모와 계획을 제시해달라고 수 차례 요구했지만 모건스탠리PE는 지금까지도 아무 것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채권단인 우리은행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대해서도 "매각에만 여념이 없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특히 채권단이 모건스탠리PE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뒤 환불불가였던 입찰보증금 100억 원을 MOU 체결 과정에서 환불가능 조건으로 변경하는 등 "비상식적인 특혜를 줬다"는 얘기였다.
'공장 매각'에 노조 '발칵'…"파업도 불사한다"
노조는 25일 "파업도 불사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장 눈 앞에 닥친 매각 후 고용 불안이 원인이다. 모건스탠리PE가 폐쇄 의사를 밝힌 인천과 구미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1000여 명. 노조는 이들의 고용을 일정 기간 보장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병균 위원장은 "불과 9개월전인 지난해 가을에도 회사를 살리기 위해 1500여 명의 동료를 구조조정하는 아픔을 겪은 바 있고 지난 5년 동안 임금도 동결했다"며 "채권단도 매각 협상에서도 고용 보장은 지켜주겠다고 약속했었는데 인수 후 공장을 폐쇄하겠다는 얘기를 듣고 참담하기 그지 없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그동안 회사 발전을 위해 매각의 필요성을 적극 공감하고 협조해 왔지만 이제는 모건스탠리PE의 인수를 공식적으로 반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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