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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목욕' MB, '속도위반' 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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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목욕' MB, '속도위반' 여당

[김종배의 it] MB의 변신은 무죄?

분석이 대체로 일치한다. 여의도연구소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뼈저린 반성'을 해야 할 이명박 대통령이 갑자기 '엄정 대처'로 모드를 바꾼 데에는 여의도연구소의 '희망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있었다고 한다.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31.9%로, '촛불집회를 그만 해야 한다'가 67%로 나온 데 고무됐다고 한다.

허튼 분석은 아닌 것 같다. 여의도연구소의 여론조사 결과를 입에 올린 한나라당 의원이 한두 명이 아니다.

어떨까? 이명박 대통령을 위시한 여권 인사들의 이런 태도를 어찌 받아들여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 어이가 없다.

우선 수치에 문제가 있다. 여의도연구소의 '국정운영 지지도' 결과는 다른 여론조사 결과보다 10%P 정도 '뻥튀기' 돼 있다. 여의도연구소가 여론조사를 벌인 지 하루 뒤에 실시된 <동아일보> 여론조사에선 '국정운영 지지도'가 20.3%로 나왔다. 또 KBS의 25일 조사에선 22.6%로 나왔다. 촛불집회에 대한 입장도 마찬가지다. 이 역시 10%P 가량 '뻥튀기' 돼 있다. <동아일보> 여론조사에서 촛불집회를 '그만 해야 한다'가 58.5%였다.

수치만 놓고 보면 이명박 대통령이나 여권이 모두 '거품 목욕'을 하고 있는 셈이다.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리고 있는 것이다.
▲ ⓒ뉴시스

그래도 이건 괜찮다. 수치에 차이가 있다고는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10%대에서 20%대로 올라섰고, 촛불집회에 대한 입장이 '찬성'에서 '반대'로 많이 돌아선 건 엄연한 사실이다. 이명박 대통령이나 여권이 '10%P 차'가 아니라 '추세'에 방점을 찍고 흡족해 할 수도 있는 일이다. 이것까지 뭐라 할 생각은 없다.

반드시 짚어야 할 문제는 그게 아니다. 어이가 없다고 평하는 이유가 그것 때문만도 아니다. '추세'를 읽은 다음에 보이는 태도가 전도돼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도가 올라가고, 촛불집회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올라가는 동력을 잘못 이해해 엉뚱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게 문제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상승 추세를 보인 것이 이 대통령의 '달라진 태도' 때문이라는 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청와대 비서진을 개편하고 국민 반발이 거셌던 일부 정책을 포기 또는 변경하는 모습을 보면서 일단 '반성' 모드를 지켜보자는 쪽으로 조금씩 돌아서고 있다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국민' 상당수가 아니라 과거 '이명박 지지자' 일부가 그렇게 돌아서고 있다고 있다는 분석이다.

촛불집회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올라가는 것이 쇠고기 추가협상에 대한 전폭적 동의 때문이 아니라 재협상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낙담에 기인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선의 결과'가 아니라 '차악의 결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여론이 이렇다면 이명박 대통령이나 여권이 어떤 태도로 임해야 하는지는 자명하다. 좀 더 머리를 숙이는 태도, 좀 더 귀를 여는 자세로 임하는 게 정답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아직도 '반신반의'하는 국민 여론을 보다 확실히 다잡는 게 정석이다.

근데 거꾸로 가고 있다. 목을 뻣뻣이 세우고 직설적이고 공격적인 말을 토해낸다. 국가정체성을 운운하며 '엄정 대처'를 주문한다. 속전속결로 장관 고시를 강행하려고 한다. '속도 위반'에 '불법 유턴'을 하고 있는 것이다.

착각은 금물이다. 여권은 촛불집회장에서 시민을 일부 극소수 반미·좌파 세력과 분리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고 간주하는 것 같은데 이건 한참 엇나간 분석이다.

여권이 먼저 돌아봐야 하는 건 이명박 대통령이 아직도 '고립된 섬'에 유폐돼 있다는 사실이다. 비록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하지만 국정운영 지지도는 거북이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 초반대의 국정운영 지지도는 대선 때 얻은 지지율의 절반에 불과하다. 중립지대나 반대진영에 있는 국민은 논할 것도 없다. 이명박 지지층의 절반 가까운 사람들이 아직도 '가출' 상태로 남아있다.

이게 이명박 대통령과 여권에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지부터 자문해야 한다. 그렇게 자문하면서 작금의 '변신 모드'가 타당한 것인지를 점검해야 한다. '반성' 모드를 풀기에는 너무 이르지 않은지를 되새겨야 한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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