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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 "누리꾼 광고 중단 운동, 불법 아니다"

"경제단체ㆍ검찰, 조중동 감싸려다 퇴보"

조선.중앙.동아의 광고 중단 운동이 불법인가? 합법인가?

김경한 법무부 장관은 기업 활동을 방해하는 '불법'으로 간주하고 23일 검찰에 특별 수사를 지시했다. 해당 언론사인 조중동이 연일 보도를 통해 '불법성'을 강조하고 있고, 경제5단체도 조중동을 지원 사격하는 성명을 발표한데 이어 정부마저 이들을 편들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24일 이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누리꾼들의 불매운동은 정당한 소비자의 권리라는 것. 민변은 이날 서울 종로구의 기독교 회관에서 '누리꾼의 불매운동과 광고중단요구, 과연 불법인가'라는 주제로 긴급 토론회를 열고 누리꾼들의 행위가 불법이 아니고 정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누리꾼 행위, 업무방해죄·명예훼손죄 성립 안 된다"

검찰이 누리꾼의 행동이 '업무방해죄'와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한명옥 민변 언론위원회 위원장은 "누리꾼들의 행위가 표현의 자유와 소비자권에 근거한 정당한 행위이므로 해당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업무방해죄'는 △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거나 △기타 '위계'를 사용하거나 △ 또는 '위력'을 사용하는 것 중 적어도 하나 이상이 해당돼야 한다. 이에 해당되지 않으면 일정한 업무방해행위가 있더라도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한명옥 위원장은 "누리꾼들이 언론보도에 대해 항의를 하는 내용 등은 언론보도 내용에 대한 비판의 내용이므로 허위사실 유포라고 보기 어렵고, '위계'는 '행위자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상대방에게 오인·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키게 하는 것'인데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케 할만한 일체의 유무형의 세력'으로 정의되는 '위력'의 여부가 가장 논점이 되고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한 위원장은 "인터넷상으로 특정단체가 주도한 것이 아닌 개인들이 자발적으로 글을 올렸고 실제 광고를 중단할 것인가 여부는 광고주 입장에서 회사 이미지를 고려해 스스로 결정한 상황임을 고려할 때 '위력'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명예훼손죄 역시 성립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한명옥 위원장은 "명예훼손죄의 요건은 '비방할 목적'으로 '공연히' 사실을 드러내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인데 이번 경우 일반적으로 공동체 구성원 다수가 관심을 가지는 공적 영역에 대한 공적 의사표시이며, '비방할 목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대법원의 판시에 의하면 △ 공적 사안으로 △ 공익성을 위한 것이고 △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는 위법성이 없다고 본다. 이번 네티즌의 행위는 이 세 가지 조항이 모두 해당돼 형법상으로도 위법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검찰이 소비자들에게 위력 행사하는 것 아니냐"

김기창(고려대) 교수는 큰 구조에서 이번 사태는 '불매운동의 정당성'의 문제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불매운동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신의 가치관을 표현하는 중요한 방법"이라며 "초기 불매운동에서 경제적 기준이 큰 비중을 차지했던 것에서 윤리적 가치관, 정치적 의사를 상품 선택에 반영하는 것으로 소비자운동이 진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번 문제는 기업의 하나인 언론이 어떻게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인가의 문제"라며 "언론이 자신의 아젠다를 이상한 방법으로 추구할 때 어떤 메카니즘으로 이를 통제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언론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확보'라는 기준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윤리적 운동(ethical movement)'과 같은 자발적인 소비운동이 인권침해를 가장 줄이면서 이를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누리꾼의 의사표현을 정부가 통제하려고 하는 데 대해서 김 교수는 "표현되는 견해의 내용과 양식을 나눠, 내용에 대해서는 어떤 통제도 하지 말고 방식이 과격할 경우에만 통제해야 한다"며 "공권력이 가지고 있는 잣대가 옳은지 아닌지 모르지 않나. 내용에 대해서는 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남근 변호사도 정부가 현대의 소비자 운동의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남근 변호사는 "만약 폭력이나 협박 등이 있었다면 그 행위 자체가 문제될 수 있는 것이지만 불매 운동 자체가 문제될 수는 없다"며 "불매운동 일반을 위법으로 보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정치적 영향력 하에 두려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광고주를 설득하고 호소하며 의견을 표명하는 수준의 것은 그것이 집단적이든 윤리적 운동이든 혹은 기업과 협력관계에 있는 광고주를 압박하는 2차적 운동이든 정당한 범위 안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임은경 YMCA 소비자팀장은 "소비자 운동은 기업을 망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정책을 바꾸게 하려는 것"이라며 "노동착취나 심각한 환경오염 등을 저지른 기업에 대해 80년대부터 불매운동을 펼쳐왔다"고 말했다. 임은경 팀장은 "이번 경우는 소비자들이 위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보수신문과 경제단체, 검찰이 소비자들에게 위력을 행사하는 것 아니냐"며 "경제단체와 검찰이 이전보다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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