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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쇼는 그만! 우리가 '소통' 가르쳐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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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쇼는 그만! 우리가 '소통' 가르쳐 줄게"

[현장] '국민토성' 쌓는 시민들…"이건 정당 방어"

"내일 조·중·동 난리 나겠네."
"공권력에 대한 도전이니 폭력 시위니…웃겨 정말."


촛불을 든 두 여대생이 나눈 짧은 대화에는 냉소와 비웃음이 섞여 있었다. 그들의 눈은 그리스를 덕지덕지 발라놓은 경찰 버스 앞에 만들고 있는 '국민토성'에 향해 있었다. 모래주머니를 쌓아 만든 '토성'은 어느덧 청와대 방향 광화문 사거리를 빈틈없이 차단한 경찰 버스의 높이만큼 높아져 있었다. 21일 오후 11시, 서울 광화문 사거리의 풍경이었다.

지난 20일부터 시작된 '48시간 국민 비상 행동'과 더불어 이날은 '제2차 촛불 대행진'이 열렸다. 정부가 미국에서 가지고 돌아온 추가 협상 결과가 발표된 이날 모인 연인원 약 10만 명(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추산)의 시민은 "어차피 기대도 안 했다"며 코웃음을 쳤다. 시민들의 예상대로 흘러가는 정부, 경찰, 조·중·동의 행태는 말 그대로 국민의 손바닥 안에서 놀고 있는 셈이었다. 반면, 시민들의 분노는 이들의 '바람'과는 달리 좀 더 커졌다.
▲ 이날 광화문 사거리에는 정부의 '추가 협상' 발표에도 불구하고 10만 여명의 시민이 모였다. ⓒ프레시안

'절실한' 경찰의 공허한 경고…시민들 "이순신을 석방하라!"

"여러분은 불법 집회를 하고 있습니다. 이러면 강제 해산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경찰은 여러분을 다 지켜보고 있습니다."
"왜 비폭력을 주장하면서 폭력 시위를 하고 있습니까?"
"OO단체, XX씨, 사람들을 선동하지 마십시오."


경찰의 목소리는 격앙돼 있었고 한편으로는 절절했다. 특정 단체의 특정 이름을 거명하며 '반드시 사법 처리 할 것'이라는 말을 수십 차례 하기도 했다.

그러나 집회 참가자들이 한 귀로 듣고 흘려 버리는 '경고'는 공허할 뿐이었다. 대신 야유, 비난, 농담으로 대응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차나 빼", "트럭은 죄가 없다. 트럭을 풀어줘라.", "이순신을 석방하라. 전경을 석방하라."

경찰이 이날 유독 긴장한 이유는 '국민토성' 때문이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이미 예고한 토성은 오후 9시경부터 쌓아 올려지기 시작했다. 앞에서는 차곡차곡 모래 주머니를 쌓아올렸고, 뒤에서는 싹싹 쓸어담아 주머니에 모래를 채워넣었다. 지난 20일 경찰이 '불법'이라며 탈취했던 모래 트럭을 서울역 인근에서 '발견'했다는 소식을 접한 수백 명의 집회 참가자들은 트럭에 몰려가 모래 주머니를 짊어지고 광화문 사거리로 행진해 환호를 받았다.
▲ 모래주머니로 쌓아올린 토성으로 경찰버스에 올라간 시민들의 모습. ⓒ프레시안

▲ 오후 11시경, 토성을 딛고 올라간 시민들은 깃발을 휘날렸다. ⓒ프레시안

"소통 모르는 정부…이건 최소한의 정당 방위"

2시간 넘게 진행되던 토성 쌓기에 대부분의 시민들은 도로에 앉아 자리를 지키며 응원했다. 지난 10일 '100만 촛불 대행진' 당시 거센 논란이 일었던 '스티로폼 쌓기'에 비해 이날은 '비폭력'을 외치며 토성 쌓기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그만큼 높아진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반증하는 듯 했다.

촛불을 들고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양삼건(45) 씨는 "저희는 MB한테 좀 더 가까이 가서 소통을 가르쳐줘야 한다"며 "당연히 주인인 국민이 그 길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위험하지 않겠냐'는 질문에 "앞으로 5~10년 후를 생각해보면 이 토성은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 비하면 덜 위험하고, 시민들에게 사소한 불편을 미치는 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네 살배기 아이를 안고 있던 마정윤 씨는 "집에서 모래를 갖고 왔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 쪽에서 먼저 공격 하지 않는 한 위험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우리가 먼저 했나. 이건 최소한의 정당 방위라고 본다"고 말했다.

경기도 성남에서 온 정태준(40) 씨는 "어쨌든 빨리 길이나 뚫었으면 좋겠다. 담화문 발표 때 일말의 기대를 갖긴 했는데 변한 게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모래 쌓기'를 폭력이라고 지적하는 경찰의 경고에 "저게 폭력이면 차벽은 더 큰 폭력 아니냐. 우리가 청와대에 가는 건 누구 멱살을 잡기 위한 것도 아니고, 제대로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서이다"라고 말했다.
▲ '조·중·동은 독극물' ⓒ프레시안

"추가 협상? 예상대로였을뿐"

한편, 이날 발표된 정부의 추가 협상 내용에는 대부분의 시민들이 코웃음을 쳤다. '추가 협상으로 인해 촛불 집회에 참가하는 시민의 숫자가 줄어들까'라는 질문에 '그럴 것'이라고 말하는 참가자는 한 명도 없었다.

이모(36) 씨는 "국민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이 정도로 소통하기 거부하는 정권의 무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 권리를 주장하는 국민을 폭력 집단으로 만드는 무능한 정부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고 말했다. 그는 "기대도 안 했지만 그걸 추가 협상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또 한 번 무능한 모습"이라며 "이대로 정부가 반성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촛불 집회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모(29) 씨는 "추가 협상? 바뀐 게 없다.예상대로 똑같은 말만 반복하더라. 기대하지도 않았다. 민간 인증? 대통령도 못 믿는데 바다 건너 장사치들을 어떻게 믿나. 말만 바꾸면서 겉으로만 설득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고 일갈했다. 그는 "추가 협상을 하러 갈 때부터 재협상이라는 단어 자체를 못 쓰게 하면서, 보여주기 위한 쇼밖에 안 됐다"며 "문제는 우리가 원하는 소리, 재협상 요구를 들어줘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삼건 씨도 "오늘 발표는 너무 웃기는 얘기"라며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품질 시스템 평가(QSA·Quality System Assessment)는 모든 기업에서 제품을 생산할 때 기본으로 하는 과정"이라며 "국민을 눈속임하는 것뿐인데 너무 우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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