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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웬수!

석원정의 '우리 안의 아시아' <64> 외국인 며느리에게 보험금 안주려는 시어머니

30대 초반의 필리핀 여성 마리아는 모 종교기관의 주선으로 한국인 남성과 결혼했다. 마리아의 남편은 비닐하우스를 만드는 일을 했었는데 결혼한 지 3개월 만에 사고로 사망했다. 그 간의 결혼생활은 간간이 남편이 폭력을 휘두른 것 외엔 괜찮았다고 한다.
  
  남편이 사망하자 마리아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했고 미래를 준비할 수도 없었다. 더구나 마리아는 한국어도 거의 하지 못했다. 그런데 남편 사망 이후, 동네사람들이 오가면서 주고받는 얘기들 속에서, 또 동네사람들이 한두 마디 마리아에게 건네는 말 속에서 마리아는 남편이 보험이라는 것을 들어두었고 그것을 자신이 받게 되었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런데 시어머니와 시누이는 그와 관련하여 마리아에게 아무 설명도 해주지 않았다.
  
  어느 날. 시어머니가 마리아에게 어떤 서류를 내밀면서 사인할 것을 요구했다. 시어머니는 그것이 이혼서류라고 말했는데 마리아는 사인을 거절했다. 시어머니가 왜 이혼서류에 사인하라고 하는지 이상했고 함부로 사인해선 안되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시어머니는 계속해서 마리아에게 요구했고, 큰 소리로 소리쳤고, 나중에는 욕도 하고, 머리채를 잡고 흔들어대기도 하고, 한 대 쥐어박기도 했다. 나중에는 시누이까지 가세했다. 그렇게 며칠이 계속됐다.
  
  마리아는 집을 나왔다. 달리 아는 사람도 없고 해서 가끔 다니던 성당을 찾아가 도와달라고 했고, 성당에서도 도와주려고 해보았지만 여의치 않았다. 그런 상태에서 시간이 좀 흐른 뒤에 마리아가 어찌어찌 우리 단체를 찾아왔다.
  
  마리아가 알고 있는 내용은 남편이 보험을 들어둔 것 같다는 것, 보험금을 타게 되었다는 것, 시어머니가 이유는 모르겠는데 이혼서류에 사인하라고 하였다는 것뿐이었다.
  
  사무실의 직원이 남편의 주민등록번호를 대면서 보험회사 몇 군데에 연락하여 이것저것 알아봤다. 또 제대로 상대해주지도 않는 시어머니와 시누이에게 여러 차례 연락도 해서 파악해본 결과, 마리아의 사안은 사망보험금을 둘러싸고 발생한 일이었다.
  
  마리아의 추측대로, 남편은 마리아와 결혼하기 1년 6개월전부터 보험을 들어놓았었다. 그리고 남편 사망 후 상속인에게 보험금을 지급하게 되었는데, 그 보험은 사망보험금으로 일시 지급금이 있었고 연금도 있었다. 다만 연금의 경우 55세 이후부터 매달 일정액을 지급하는 것이었는데 배우자가 수령할 경우 재혼하지 않는 것이 조건이었다. 그리고 아직 그 보험금은 하나도 지급되지 않은 상태였다. 즉, 청구하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시어머니가 이미 사망한 아들과 며느리를 굳이 이혼시키려 했던 이유는 보험금 때문이었던 것이다. 그쪽의 말은 '일시금은 시어머니가 갖고 연금은 마리아가 수령할 수 있게 하려던 서류'였다고 하지만 이혼서류에 사인할 것을 강요한 시어머니의 계산은 뻔한 것이었다. 마리아와 죽은 아들이 이혼한 것으로 되면 보험금의 상속인은 시어머니가 되는 것이었다. 모든 정황이 파악되면서 마리아는 절차대로 배우자로서 보험회사에 가서 남편의 사망보험금을 수령하였다.
  
  주로 이주노동자 상담에 주력하지만 간간이 결혼이주여성들의 상담을 할 때가 있는데, 가만 보면 이건 이주노동자 상담보다 더 어이없을 때가 있다. 특히나 남편이 사고를 당하거나 산재를 당했거나 해서 보험금 혹은 보상금이 나오면 그것을 시집에서 가로채려고 하는 사안이 은근히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심지어는 어떤 결혼이주여성은 아이도 있었는데 남편의 산재보상금을 시어머니가 가로채고 며느리를 내쫓으려고 하는 경우도 발견할 수 있었다.
  
  짐작컨대, 아들(혹은 형제) 사망 후 외국인며느리는 귀국하거나 재혼해서 가족의 인연이 끊어질 것이 뻔하고, 내 아들이나 내 형제가 고생고생하면서 들었던 보험금이 영 가족으로 여기기도 힘든 외국여자에게 간다는 생각에 왠지 억울해 하는 것 같다. 나이 들고 생계 곤란한 시부모나 챙기자는 생각이 배경에 깔려있나 본데, 살기 힘들어 그랬을 것이라고 억지로 이해하려고 해봐도 이해가 잘 안된다.
  
  아들 (혹은 형제) 살아 생전에는 며느리로서, 아내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면서 한국의 젊은 여성들이라면 결코 하지 않을 갖은 부양과 내조의 의무를 지우고 인내를 요구했던 이들이다. 그러다가 손바닥 뒤집듯이 '너는 네 나라로 돌아가라. 내 아들(혹은 형제)의 재산은 한 푼도 나눠 줄 수 없다'는 것은 너무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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