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 국무총리를 당황하게 하면서 일약 '고대녀'로 유명해진 고려대 김지윤 씨(문과대 사회학과 4학년)는 자신의 '가짜 대학생'이라고 주장한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대구 동 갑)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 등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주 의원은 고대 선배 자격 없다"
19일 오후 1시 30분 김지윤 씨를 포함한 고려대 재학생 9명이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서 주성영 의원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학생들은 "주성영 의원은 고려대 선배 자격이 없다.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 의원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주 의원은 고려대 법학과 78학번이다.
학생들이 한나라당사로 간 까닭은 주 의원이 전날 문화방송 <100분 토론>에서 한 실언 때문이다.
주 의원은 이 방송 말미 김지윤 씨를 지목하며 "김지윤 학생은 고려대 학생이 아니다. 고려대에서 제적을 당한 학생이고 이력을 보면 민주노동당 당원이다. (그런데) 지난번 이 프로그램에 나올 때는 고려대학교 재학생으로 나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씨는 "현재 사회학과 정치사회학(조대엽 교수) 수업을 비롯해 네 과목의 강의를 듣고 있고 기말고사도 치르고 있다. 작년 법원으로부터 가처분 판결을 받아 학생 신분을 회복했다. 민주노동당 당원임은 이전에 이미 밝힌 바 있다. 주 의원은 '대국민 사기꾼'이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기자회견 장에 재학증명서 사본까지 들고 와 기자들에게 나눠줬다.
그는 "학생이 정당 활동을 하는 것은 문제 삼을 게 못 된다. 나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자취생이며 진로 문제로 고민하는 평범한 학생이다. 주 의원은 나를 마치 이상한 사람인 양 묘사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현재 허위 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및 음해 등의 책임을 묻기 위해 임종인 전 의원의 도움으로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며 "주 의원의 잘못된 행동을 바로 잡을 것"이라고 했다.
"촛불 계속 이어갔으면"
김 씨는 촛불 집회가 계속 이어지기를 희망하기도 했다. 촛불 집회는 결국 정부 퇴진 운동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도 내비쳤다.
그는 "촛불 집회가 쇠고기 수입 재협상만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는 기자의 질문에 "재협상이 이뤄지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이명박 정부는 재협상의 의지도, 능력도 없어 보인다. 쇠고기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이명박 정부가 퇴진해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정치적'으로 변모하는 집회에는 참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일부 대학 총학생회에 대한 생각은 조심스러웠다.
그는 "비운동권 학생을 두고 보수적이라는 말도 나오지만 이번 집회에 나온 대부분 대학생이 기존 학생 운동과는 거리가 멀다. 한승수 총리와의 대화를 추진한 것도 비운동권 학생회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같은 대학생 입장에서 우리 대학생들이 너무 극심한 경쟁에 시달린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시민들이 대학생을 비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만 학생들의 지속적인 촛불 집회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촛불의 열기가 사그라들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보수 단체에 맞서기 위해 시민들이 여의도까지 시가행진을 하지 않았나. 이제 곧 방학이 되면 더 활발해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한편 주 의원 측은 이번 사태에 대해 "보좌관이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토론 자료를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누리꾼 "주 의원, '떡밥' 감사!" 전날 주성영 의원의 돌출 발언은 누리꾼 사이에서 순식간에 큰 화제로 떠올랐다. 누리꾼들은 "주성영이 누구인지 알아보니 황당할 따름이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주 의원의 과거 '기막힌' 행적이 다시 문제가 되고 있는 모양새다. 주 의원은 18대 국회의원 중 유일하게 국회 윤리위에 네 번 제소된 의원이다. 특히 지난 2004년 12월 본회의에서 주 의원은 당시 열린우리당 이철우 의원이 "북한 노동당원"이라고 주장해 큰 파문을 일으켰다. 가장 화제가 됐던 사건은 지난 2005년 국정감사 기간 중 피감기관인 대구지검 간부 3명 등과 대구 모 호텔 지하 유흥업소에서 술판을 벌였던 일이다. <100분 토론>에서 진중권 교수가 이른바 "대구의 밤 문화는 귀족 문화고 촛불을 들고 밤새 토론하는 것은 천민 문화냐"고 따진 배경이 된 일이기도 하다. 주 의원은 검사 시절에도 음주 후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질러 언론에 오르내린 인물이다. 검사 1년 만인 지난 1991년에는 음주운전 중 경찰에 적발되자 뺑소니를 쳤고 이 과정에서 당직근무 중이던 경장에게 '앉아, 일어서' 등의 가혹행위를 저질렀다. 지난 1998년에는 전주시에서 유종근 당시 전북지사 비서실장인 박영석 씨의 이마를 술병으로 내리쳐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는 주 의원의 이와 같은 과거 행적을 정리한 글이 꾸준히 게시되고 있다. 누리꾼들은 "어떻게 이런 사람이 국회의원이 될 수 있나"며 놀라는 분위기다. 주 의원의 홈페이지는 접속 장애를 보이고 있다. 주 의원의 블로그와 미니홈피에도 수많은 누리꾼이 몰려 주 의원을 비난하는 글을 올리고 있다. 많은 누리꾼이 분노를 표현하고 있지만 재치있는 대응도 나오고 있다. '주 의원식 되고 송'이 미디어다음 아고라 등에 퍼지고 있다. 디지털카메라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에는 "새 '떡밥'(낚시용 미끼를 빗댄 인터넷 신조어. 특정인의 실수로 비판할 거리가 생길 때 주로 쓰이는 용어)이 나타났다"는 식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일부 누리꾼은 주 의원을 가리켜 '주 열사'로 명명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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