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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은 과연 '다음'을 밝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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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은 과연 '다음'을 밝혔나?

전문가들 "뉴스서비스 역전, 기업실적엔 큰 영향 없어"

촛불 민심이 인터넷 포털 지형을 바꿀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포털 다음의 토론장인 '아고라'가 새로운 여론 마당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포털업계 절대 강자의 자리를 지켜온 네이버 '제국'이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마저 나돈다.

실제 촛불 시위 기간 아고라를 찾은 누리꾼은 급증 추세를 보였다. 문화방송 <100분 토론>과 <한겨레21> 등은 다음 아고라 여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대다수 언론이 아고라에서 일어나는 일을 시시각각 기사화했다.

그러나 섣부른 진단이라는 평가도 있다. 다음 아고라가 뜨는 기간 네이버 역시 성장세를 보였다. 검색 시장은 여전히 네이버 천하다. 다음의 서비스 영역 중 하나인 아고라의 성장을 포털 다음의 성장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다음, 뉴스서비스에서는 네이버 제쳐
▲미디어다음 아고라는 촛불 시위 동안 여론 형성의 중심이 됐다. 누리꾼들은 이곳에서 집회의 방향성과 문제점을 논하고 갖가지 사안에 대처하는 방법을 공유했다. ⓒ프레시안

19일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다음의 지난 달 월간 통합검색점유율은 전달(4월)에 비해 0.71%포인트 높은 18.27%였다.

다음으로 옮겨온 0.71%포인트는 네이버에서 빠져나온 것이다. 이 기간 네이버의 통합검색점유율은 전달보다 0.71%포인트 떨어진 73.46%였다. 최근 1년간 점유율이 73%대로 떨어진 것은 처음이다.

통합검색점유율은 포털 메인 검색화면에 키워드 입력 후 '통합검색' 탭을 이용한 검색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누리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방법이다.

검색과 함께 인터넷 포털의 대표적 서비스인 뉴스서비스에서는 아예 다음과 네이버의 역전 현상이 일어났다. 지난 4월 셋째 주만 해도 8000여만 페이지뷰(PV, 단순 방문단위 건수) 차이로 네이버가 다음을 앞섰다.

그러나 광우병 정국이 심화되던 4월 다섯째 주부터 양측의 PV는 역전, 이번 달 첫째 주 현재 미디어다음은 11억4064만 PV를 넘기며 네이버뉴스를 3억 PV 넘는 차이로 역전했다. 원래 양측 뉴스서비스가 검색시장의 판도와는 달리 엎치락뒤치락했지만 이 정도의 차이는 이례적인 일이다.

네이버가 지고 다음이 뜬 이유는 촛불집회 때문이다. 촛불 정국이 이어지면서 누리꾼 사이에 "네이버는 조·중·동과 한 패"라는 주장에 대해 빠르게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많은 누리꾼이 네이버 회원탈퇴와 메인화면 바꾸기 등의 움직임을 보였다. 네이버는 이례적으로 메인페이지에 '최근의 오해에 대해 네이버가 드리는 글'이라는 공지내용까지 올려 진화에 나섰다.

반면 누리꾼들의 다음에 대한 지지는 절대적이다. 많은 누리꾼이 이번 촛불 시위의 '실질적 주도자'로 광우병국민대책회의가 아닌, 미디어다음의 아고라를 들고 있다. 여론이 다음에 집중되다보니 미디어다음 아고라가 낳은 스타들도 생기고 있다. KBS 기자와 SBS 노조위원장이 아고라의 누리꾼을 대상으로 글을 올리기도 했다.

아고라에 공개적으로 기사 제보를 요청하는 언론사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일명 '아고라 CSI' 부대는 기성 언론과 경찰을 믿지 못하는 누리꾼들이 자발적으로 이번 집회를 중계하고 그들 사이에 떠도는 의혹을 규명하는 역할을 한다.

다음 주가 오르고, 네이버 주가 떨어졌지만…

기업의 미래가치를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인 주가도 촛불 민심을 반영하는 듯 보인다. 지난 달 8일 5만7100원까지 떨어졌던 다음 주가는 이후 완만한 상승 추세를 보이며 18일 현재 6만5700원까지 올랐다. 지난 한 달여간 15%가 넘는 상승률을 보인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네이버 서비스를 제공하는 코스닥 대장주 nhn 주가는 20만7000원에서 10.1% 하락해 18만6000원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촛불 민심이 양사의 미래가치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거의 없다.

미래에셋증권은 nhn이 자사주 매입을 끝낸 지난 달 19일 낸 보고서에서 "nhn은 검색이나 게임회사가 아닌, 종합인터넷업체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촛불 민심이 회사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아니라는 것이다.

기업 가치와 수익성을 재는 증권가 대부분이 이 같은 의견에 동의한다. nhn의 최근 주가 하락 요인은 촛불 민심이 아니라 한게임에 대한 규제 우려와 공정거래위원회의 불공정거래 조사에 대한 불안함 등이 반영된 결과라는 얘기다. 최근 nhn 주가는 인터넷포털 1위 업체로 가지는 위상이나 앞으로 성장세를 고려하면 과도하다는 게 주된 의견이다.
▲nhn 홈페이지. 국내 검색시장의 '절대 강자' 네이버는 nhn이 서비스하는 많은 사업 중 하나다. ⓒ프레시안

대신증권 강록희 연구위원은 "현재의 포털 지형이 바뀔 가능성에는 동의하지 못한다. 현재 상황으로 nhn의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며 "검색 쿼리를 기준으로 볼 때 지난 달 네이버의 검색점유율은 70.5%였고 다음은 17.5%에 불과했다. 다음의 검색점유율이 소폭 상승했다고는 하나 의미 있는 변화는 아니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 검색점유율에만 초점을 맞추고 뉴스 PV나 여론 형성 등에 관심을 두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여론은 당장 기업 실적과 큰 관계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강 연구위원은 "검색 쿼리는 곧 스폰서 광고 수익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포털업체 수익 지표의 잣대"라며 "사회적 이슈가 장기적으로 지속되고 미디어다음의 아고라에서 특정 수익 모델이 나온다면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순방문자(UV) 수는 기업 실적에 큰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단순히 포털을 찾는 사람이 늘었다고 해서 기업 실적이 개선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물론 포털을 찾는 사람이 늘면 배너 광고가 더 붙을 수는 있다. 그러나 배너 광고는 일정 기간 정액으로 계약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장 의미 있는 수준으로 기업 실적에 도움을 주지는 못한다.

반면 검색광고(CPC)는 검색 클릭 수가 높아짐에 따라 곧바로 매출 증가에 기여한다. 검색광고는 클릭 수에 따라 단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검색 시장에서 네이버가 부동의 1위는 지키는 이상 미디어다음이 아무리 뜬다 한들 현재의 인터넷포털 구도를 뒤흔들 요소는 아니라는 얘기다.

"촛불, 온라인 광고 시장 성장시키는 계기"

nhn도 이 점을 들면서 보도자료를 배포해 여론 진화에 나섰다. nhn은 "통합검색점유율은 '검색점유율'의 일부분일 뿐으로 대표성을 갖기 어려운 지표"라며 "검색점유율에서는 여전히 네이버가 76.6%의 점유율로 굳건한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과는 약간 다른 시각에서 촛불 정국이 NHN과 다음 모두에 수혜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창권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촛불 집회가 핫 이슈가 되면서 2분기 인터넷 이용자 수치가 크게 늘었다. 이는 결국 포털의 주력 매출원인 온라인광고 시장을 한 단계 성장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용자 수의 증가가 궁극적으로 포털을 주류 언론의 자리에 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의견까지 보였다. 광고주의 관심이 더욱 포털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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