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의 전국 미군기지 현장조사 결과 지난 2002년 미국과 국방부가 LPP 협정안에 따라 3천9백만여평의 훈련장이 반환될 것이라는 발표가 상당부분 부풀려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녹색연합 현장조사 결과, "주한미군기지 반환규모 대폭 부풀려져"**
이같은 주장은 녹색연합, 미군기지반환운동연대가 12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이들 단체가 2003년 11월부터 2004년 9월까지 10개월간 전국 미군기지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제기됐다.
2002년 국회에서 비준을 받은 LPP(연합토지관리계획)에 따라 국방부는 그동안 전국 3천9백23만6천평의 훈련장이 반환될 예정이라고 밝혔었다. 이 규모는 한국에 주둔한 미군의 기지와 훈련장을 모두 합친 5천1백67만평의 75%에 해당하는 것으로, 국방부 등 정부의 협상 노력에 의해 미군 기지가 대대적으로 반환되는 것으로 알려져왔다.
하지만 녹색연합과 미군기지반환운동연대의 현장 조사 결과 이같은 정부측 주장은 상당부분 부풀려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조사에 따르면, 일단 2천3백45만6천평 정도의 훈련장이 반환될 예정인 파주의 경우 이 중 2천2백9만평이 전용 공여지가 아닌 임시 공여지였다. 임시공여지는 미군이 사용권을 전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전용 공여지와 달리 훈련을 목적으로 1년 단위로 제공되는 공여지를 의미한다.
서재철 녹색연합 자연생태국 국장은 이와 관련 "임시공여지는 미국이 법적인 공여를 받은 것이 아니라 훈련시 이동하거나 잠시 머무르는 용도로 사용하는 부지이기 때문에 미군이 법적 소유권이나 형사상 관할권을 주장할 수 없는 부지"라며 "임시 공여지에 해당하는 토지의 소유권은 한국인에게 있고, 매매 등과 같은 권리도 보장되며 미군 훈련장임을 표시하는 울타리도 없다"고 설명했다.
서 국장은 뿐만아니라 공여지 형태가 밝혀지지 않은 다른 구역, 예컨대 양주, 동두천, 춘천, 포천에도 임시 공유지가 있을 수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 국방부는 지난 2002년 반환된 67만평 의정부 임시 훈련장의 경우 전용 공여지가 아니기 때문에 반환 부지 현황에 포함시키지 않았으며, 임시 공여지는 반환이 아닌 단순한 공여지 해제라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은 2002년 정부잣대를 기준으로 할 경우 LPP 협정에 따른 미군 기지 및 훈련지 토지 반한 규모는 정부의 발표와 달리 대폭 줄어들게 된다.
***"평택 등 3백62만평 신규 공여에 대한 국민저항 무마책 아닌가"**
이들은 정부가 토지 반환규모를 부풀린 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정치적 의도'가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김제남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정부가 반환되는 훈련장에 임시 공여지 면적을 포함시킨 것은 3백62만평을 새로 미군에 제공하는 것에 대한 국내 거센 반대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현재 미군기지 재배치는 2002년 국회 비준을 받은 LPP협정과 미래한미동맹정책구상회의(FOTA)에서의 한미간 합의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데, 용산 미군기지·미2사단 평택 이전 등은 모두 이에 따르고 있다.
한미 양국은 제11차 FOTA 협의(2004년 8월 개최)에서 LPP협정을 대폭 손질, 용산 대체부지로 평택에 52만평, 미2사단 대체부지로 평택에 2백23만평, LPP사업 대체부지로 평택에 74만평, 포항·대구권에 13만평 등 총 3백62만평을 미군측에 신규 공여하기로 합의했다.
이처럼 주한미군 재배치에 따라 총 3백62만평을 미군에 신규 공여키로 한 정부가 이를 국민들과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납득시키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미군에게 반환받는 토지 규모를 대폭 부풀려 선전했다는 것이 이들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국내자료 천차만별, 미국 자료와 5백만평 차이**
이밖에 정부가 주한미군기지의 규모에 대해 가지고 있는 자료들도 천차만별로, 정확한 통계가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들에 따르면, 정부 자료 사이에도 약1백20만평의 차이가 나고, 미 국방부 자료와는 많게는 1백만평, 작게는 20만평의 공여면적의 차이가 존재했다.
더구나 LPP에 따른 반환 후 주한미군이 사용할 훈련장 면적에 대해서도 미 국방부가 1천7백38만평을 계속 사용한다고 밝히고 있는 것과 다르게, 국방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는 1천2백67만평의 훈련장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혀 최대 5백만평이나 차이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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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이에 대해 "한미안보협의회 회의, FOTA 회의 등을 진행하면서 한국 정부가 정확한 자료를 가지고 미국과 협상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국방부는 군사기밀이란 이유로 정보 접근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면서, 실제로는 스스로도 정확한 자료를 갖고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군기지 중 6만여평, 기능상실하고도 그대로 방치**
한편 기능을 상실하고도 반환되지 않은 미군기지도 다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조사에 따르면 부산의 장산(3만1천8백29평), 대구 달성의 다트보드(1만2천2백여평), 충북 천안의 하이포인트(1만3천3백47평), 경북 구미의 살렘사이트(7천4백2평)는 축소된 기능에 비해 넓은 면적이 공여되어 있고, 괸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주변 경관이 심각히 훼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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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철 국장은 이에 대해 "주둔 병력이 철수하고, 시설만 남아있음에도 많게는 6만여평이나 그대로 전용공여지 형태로 남아있었다"며 "SOFA 협정에 의해서도 기능을 상실한 미군기지는 반환되야 하지만 정부의 무관심으로 그대로 남아있다"고 주장했다.
SOFA 협정 제2조 ‘시설과 구역' 3항은 "더 필요가 없게되는 때에는 언제든지 합동위원회를 통하여 합의되는 조건에 따라 대한민국에 반환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들 단체의 현장조사 결과, 정부가 주한미군의 규모 등 기초적인 정보도 방만하게 처리하고 있으며, 아울러 주한미군과의 협상에 있어서도 주먹구구로 진행되고 있음이 여실히 드러난 것으로 보여 큰 파장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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