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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날, 수의사는 다 어디에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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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날, 수의사는 다 어디에 있었나?"

[박상표 칼럼] 김종훈의 기만에 넘어가선 안 된다

동쪽에서 소리를 지르고 서쪽을 공격하는 전술을 '성동격서(聲東擊西)'라고 한다. 성동격서는 상대방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유도한 후 뒤통수를 치는 위장전술의 고전이다.

미국에서 수전 슈워브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추가 협의를 벌이고 있는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쇠고기 재협의를 요구하는 국민을 상대로 바로 이러한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김종훈 본부장의 귀국 번복 해프닝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미국 정부 차원에서 30개월 미만의 민간 자율 규제를 보증하는 방법으로 '수출 증명(EV) 프로그램'을 마련하느냐 마느냐가 쇠고기 협의의 가장 중요한 쟁점인 것처럼 깜빡 속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이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연관된 통상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걸린 위생 검역 문제로 접근했을 때 30개월 월령 제한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광우병 특정 위험 물질(SRM)과 내장, 부산물, 분쇄육, 선진회수육(AMR), 사골뼈, 꼬리뼈 등 광우병 위험 부위라는 사실을 이미 잘 알고 있다.

농림부가 작성한 '미국 쇠고기 수출 작업장 특별 점검 결과 보고'에도 30개 수출 작업장 중에서 3분의 1에 해당하는 10개 작업장에서 내장 전체를 폐기하고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해 미국인은 내장을 식용하지 않으며, 심지어는 사료용으로조차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유럽에서 광우병 특정 위험 물질(SRM)로 지정돼 있는 내장을 수입할 방침이다.

김종훈, 한미 FTA 협상 당시 "쇠고기 장애물 없어져야 한다"며 미국 편들어

김성훈 전 농림부장관은 최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쇠고기 협의 합의요록(Agreed Minutes of the Korea-United States Consultation on Beef)'은 '협정(Agreement)'이나 '협약(Convention)''이 아니라 단지 양국 간 '협의(Consultation)'일 뿐"이라며 "미국에게 '일반 국민이 반대하기 때문에 협의를 확정·공포할 수 없다'고 통보하면 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을 비롯한 외교통상부 관료들이 검역 문제를 통상 문제로 만드는 바람에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무역 보복' 등의 얘기가 나오는 등 일이 꼬였다"고 덧붙였다. 사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한미 FTA 협상 당시에도 "쇠고기 장애물 없어져야 한다"며 노골적으로 미국을 편든 바 있다.

김종훈 한미 FTA 수석대표는 2007년 2월 7일 삼성동 코엑스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전국경제인연합이 주최한 '2007년 최고경영자 신춘포럼'에서 "한미 FTA에 대한 미국 측의 보수적 태도는 의회와의 협조 필요성, 쇠고기를 둘러싼 갈등에 따른 것"이라고 전제한 뒤 "정책적으로 말해 (쇠고기 검역과 같은) 장애를 만들어서 상대가 요구하는 정책을 들어주지 않는 것은 올바른 자세가 아니"라며 농림부에 검역 기준 완화를 노골적으로 요구했다.

이 뿐만 아니라 김종훈 본부장은 일관되게 재협상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으며, 수잔 슈워브 USTR 대표와 새로운 내용이 없는 추가 협의를 진행해 4월 18일 졸속적이고 굴욕적인 쇠고기 협의를 재확인하기도 했다. 그러므로 과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걸린 광우병 위생검역에 대해 이러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쇠고기 협의 대표의 자격을 갖췄다고 봐야 할 것인지에 대해 끊임없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4월 18일 쇠고기 졸속 협의는 미국 USTR에 의해 주도
미국 쇠고기 협상단(2008년 4월)

엘렌 텝스트라(Ellen Terpstra) : 미국 농무부 해외농업서비스 담당 차관보
척 램버트(Chuck D. Lambert) : 미국 농무부 마케팅 및 규제담당 차관보
레슬리 오코너(Leslie O'Conner) : 미국 무역대표부(USTR) 농업담당과장
짐 켈러허(Jim Kelleher) : 미국 무역대표부(USTR) 총법률고문보
릭 해리스(Rick Harries) : 미국 농무부 식품안전청 선임정책고문(수의사)
클레이 해밀턴(Clay Hamilton) : 미국 농무부 해외농업국 차장
앤 도슨(Anne Dawson) : 미국 농무부 해외농업국 국제경제학자 및 통상전문가
크리스틴 슈미츠(Kristin Schmitz) : 미국 농무부 동식물검역청 수석수의사
비온데트 포페즈(Viondette Popez) : 미국 농무부 동식물검역청 아·태지역 위생검역정책담당 과장

미국은 일관되게 한미 FTA 협상의 틀 속에서 쇠고기 문제를 다루어왔다. 이것은 지난 4월 쇠고기 협상단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미국 협상단에서 미 무역대표부(USTR) 소속이 레슬리 오코너 과장, 짐 켈러허 고문보 등 2명이나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눈에 띈다. 특히 짐 켈러허 USTR 총법률고문보는 미국 측 수석변호사로 한미 FTA 협상에 참여했다.

협상대표를 맡은 엘렌 텝스트라 차관보는 4월 15일 오전 협상까지만 참석한 뒤 귀국했다. 그는 회전문 인사 시스템에 의해 미국 농무부의 고위 공무원이 된 대표적인 인물이다. 엘렌 텝스트라 차관보는 미 농무부에 입성하기 전 전미 쌀 연합 회장 및 전미 사과 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척 램버트 차관보도 미축산육우협회(NCBA)에서 15년간 근무한 경력의 소유자로 회전문 인사로 미 농무부에 입성했다.

검역원 수의사 3명, 마지막날 협상에서 배제됐다는 의혹 규명해야
한국 쇠고기 협상단(2008년 4월)

민동석 : 농림수산식품부 농업통상정책관
이상길 : 농림수산식품부 축산정책단장
김창섭 : 농림수산식품부 축산정책단 동물방역팀장(수의사)
조신희 : 농림수산식품부 국제농업국 통상협력과장
위성환 : 국립수의과학검역원 검역검사과장(수의사)
권창희 : 국립수의과학검역원 해외전염병과장(수의사)
김효룡 :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수입위험평가과(수의사)
홍영기 :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북미통상과장

한국의 협상단에도 한미 FTA를 주도한 통상교섭본부의 홍영기 북미통상과장, 농림부에서 한미 FTA 업무를 다루는 조신희 통상협력과장, 한미 FTA 협상 개시 직전에 외교통상부에서 농림부 차관보급으로 영전한 민동석 농업통상정책관 등이 USTR의 카운터 파트너로 참여했다.

USTR과 통상교섭본부의 공통된 특징은 광우병이나 위생 검역에 대한 전문성이 전혀 없으며, 오로지 한미 FTA와 통상 문제로 쇠고기 문제를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농림부 일각에서는 이번 쇠고기 협상이 졸속으로 체결된 배경에는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소속 공무원 3명이 모두 4월 17일과 4월 18일 이틀 동안의 막바지 협상에서 배제되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마지막 날 협상에는 수의사를 제외한 민동석 차관보를 비롯한 4명만 협상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창섭 동물방역팀장도 조류독감 방역업무를 이유로 협상기간 동안 자리를 비운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또한 국회 청문회 당시 농림부는 날짜별 협상단 명단을 제출하라는 요구를 무시하고 협상에 참여했던 전체 협상단 명단만을 제출한 바 있다.

이러한 주장의 진실 유무를 밝히기 위해서 이명박 정부는 날짜별 협상단 명단을 즉각 공개할 것을 촉구한다. 아울러 '30개월 월령 제한', 'SRM 제거 범위' 등 2가지 주요 쟁점 사항과 '내장 전체 수입금지', '사골뼈 및 골반뼈 제거', '미국 측의 사료 조치 강화 이행 시점에서 월령 제한 해제' 등 3가지 세부 쟁점 사항을 누가 최종 결정했는지도 모든 국민들에게 소상히 공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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