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나우콤 사장 구속, 정치적 고려 없다"

저작권법 위반 첫 구속…진중권 "이런 식으로 딴죽 거냐"

검찰의 웹스토리지 업체 대표 구속 수사에 "정치적 의도가 개입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누리꾼들의 촛불 집회 현장 생중계로 유명해진 아프리카TV를 서비스하는 ㈜나우콤 문용식 사장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특히 저작권법 위반으로 구속 수사가 이뤄진 전례가 없어 논란이 힘을 받고 있다.

일단 검찰은 논란 확산을 경계하고 있다. '과잉 수사'도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나 회사측 입장은 다르다.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를 정부의 언론 장악 의도의 하나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일부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있지만 대다수 누리꾼도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검찰 "촛불집회 전부터 수사"

17일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구본진 부장검사)는 "문 씨 등이 '헤비 업로더'들에게 사이트 이용자로부터 받은 돈의 10%를 수수료로 제공하며 영화 파일의 불법 유통을 부추긴 혐의로 구속 수사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들 5개 업체가 이 같은 행위를 통해 총 740억여 원을 벌어들였다고 전했다.

헤비 업로더는 영화파일 등 해외 P2P 사이트에서 다운로드한 저작권 침해물을 불특정 다수가 열람가능한 웹스토리지 사이트에 지속적으로 올려 거액의 수익을 챙긴 자를 말한다.

검찰쪽 반응은 단호하다. "정치적 고려는 전혀 없다"는 얘기다. 과잉수사 논란에 대해서도 "법원이 인정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영화계의 고소장을 접수한 날이 지난 3월 31일이고 압수수색은 4월 21일 이뤄졌다. 촛불 집회가 일어나기도 전의 일이다"며 "그 이후에도 추가 수사만 이뤄진 것으로 촛불 집회를 탄압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 아프리카TV는 수사 대상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과잉수사 논란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조사해 불법 다운로드로 인한 천문학적인 수익이 나오는 것을 확인하고 전범으로 기소한 것"이라며 "법원에서도 검찰 판단을 인정했기에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다른 관계자 역시 검찰의 최종 수사 목표는 어디까지나 헤비 업로더라고 밝혔다. 대표 이사 수사는 헤비 업로더와의 연결 고리를 찾아내 신원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라는 얘기다. 그는 그러나 "증거 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크지 않은 사람을 구속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명확한 답을 하지 않았다.

한편 이번 구속 수사로 웹스토리지 업체에 대한 검찰 수사 착수 이후 구속자는 총 10명으로 늘어났다. 이 중에는 연인원 435만 명에게 영화 파일을 공급해 1억 원대의 부당 이득을 챙긴 헤비 업로더도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문 대표는 현재 의왕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나우콤 "검찰의 '10% 보상' 주장 사실 아니다"

나우콤은 회사 차원에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회사 박은희 홍보팀장은 "검찰이 영장청구 취지문에서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밝혀 놓았는데 허위 사실이 많다. 증명자료를 첨부하는 등 반박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또 "검찰이 우리가 업로더와 수익을 9대 1로 배분했다고 주장하는데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그 동안 조사 과정에서 우리가 관련 없음이 모두 밝혀져 검찰에서도 '나우콤은 다르네'하는 분위기였는데 지난주 목요일 갑자기 '영장 청구를 할 테니 준비하라'고 통보가 왔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에서 나우콤 문 대표를 변호할 법무법인 지평의 임성택 변호사도 "검찰이 나우콤을 헤비 업로더의 저작권 침해행위를 공모했다는 논리, 즉 '공모공동정범'으로 몰아가고 있는데 이번에 구속 수사 대상에서 빠진 KTH와 나우콤의 공통점이 업로더에게 보상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오죽하면 서울중앙지법 관련 재판부 판사도 지나가는 소리로 '나우콤은 아니다'라고 했겠나"고 되물었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파란닷컴(KTH) 수익을 아이디스크(웹스토리지) 수익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아이디스크라의 수익은 외부에 알려진 것만큼 많지 않다"며 "KTH 부분에 대해서도 형평성 문제 때문에 고민을 여러 번 했다"고 전했다.

▲ <프레시안>이 입수한 나우콤의 검찰 제출용 내부자료

진중권 "이런 식으로 딴죽 걸고 나오는데 분노"

검찰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번 구속 수사를 지켜보는 누리꾼들은 의혹을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시기상 검찰의 구속 수사가 의혹을 품게 만들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한 누리꾼(아놔)은 "거대 포털이나 대형 통신사 등에서 개인정보 침해 등을 저질러도 약식으로 수사하면서 아프리카 대표는 대놓고 구속 수사를 하니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다른 누리꾼(룬97) 역시 "황당하다. 도주 우려가 높은 사람도 아닌데 왜 구속 영장을 발부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요지의 글을 포털 게시판에 올렸다.

임 변호사는 "이번 사건 이전에 대표적인 저작권 침해 사례였던 소리바다와 벅스뮤직 사건의 경우도 모두 불구속 수사를 했다"며 "형평성에서 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전날 문 대표가 구속되는 과정에 그와 전화 통화를 한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는 '칼라TV'에서 "황당한 상황이다. 영화 불법 다운로드를 빌미로 검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한 듯한데 의도가 뻔히 보인다"며 "정부가 정정당당하게 시비를 거는 게 아니라 이런 식으로 딴죽을 걸고 나오는 데 분노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