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여전히 대졸자들은 "취업이 안 돼 못 살겠다"고 아우성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의 실업률을 보이는 국가에서 왜 저럴까?
엄살 부리는 게 아니다. 문제는 '통계'다. 우리 실업률은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 이미 정부도 인정한 바 있다. 그래서 현실을 반영하는 새로운 통계가 필요하다.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새사연)은 16일 새 지표를 개발해 5월 실업률을 측정했다. 정부 발표의 두 배가 나왔다. OECD 국가 중 독일, 프랑스 정도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실업자 최소화하는 '못 믿을' 지표
지난 11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현재 실업률은 3.0%. 5월 경제활동인구는 2469만2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만5000명 늘어났다. 전체 취업자는 18만1000명 늘어난 2393만9000명이었다.
실업률은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사실상 완전 고용 상태나 다름없다. 대체적으로 졸업생들이 사회에 진출하기 시작하는 계절적 요인이 반영됐다고는 하나 경기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는 수치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실업률이 이처럼 낮은 이유는 우리나라 통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 새사연은 "상당수의 국민이 아예 취업을 포기하거나 미뤄 비경제활동인구가 급증하고 있지만 실업률 지표는 여전히 '현재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실업자'만을 대상으로 한다"며 "5월 현재 우리나라 실업자 수가 78만 명에 지나지 않는 이유는 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청년 실업률 역시 못 믿을 건 마찬가지다. 청년 실업률은 지난 2004년 8.3%에서 작년에는 7.2%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는 취업준비생을 배제한 수치다. 취업준비생은 비경제활동인구이기 때문이다. 한국고용정보원 권혜자 부연구위원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청년층 취업준비생은 41만7000명으로 청년층 실업자 32만8000명을 크게 앞질렀다.
현실 반영한 실업률 보니 한숨만…
새사연은 기존 실업률에 대한 대안 지표 3가지를 제안했다. 체감 실업률과 실질 실업률, 고용창출속도가 그것이다.
체감 실업률은 취업준비자와 구직 단념자를 포함했다. 실질 실업률은 불완전 고용 상태인 저임금 노동자와 비자발적 단시간 노동자를 포함한 실업률이다. 고용창출속도는 인구 증가를 감안한 필요 일자리 수의 변동 속도를 측정한 지표다.
대안 지표로 계산한 결과는 정부 발표와는 딴 판이었다. 5월 현재 체감 실업률은 6.0%에 달했다. 통계청 발표의 두 배다. 공식 실업률에서 배제한 취업 준비자와 구직 단념자의 규모가 상당함을 입증한다.
이는 OECD 국가 중에서도 낮지 않은 수준이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OECD 국가 중 5월 현재 우리나라보다 높은 실업률에 허덕이는 나라는 독일(9.0%)과 프랑스(7.9%) 정도다. 미국(4.6%)이나 일본(3.9%), 오스트레일리아(4.4%), 스웨덴(4.6%), 대만(3.9%) 등은 모두 우리보다 안정적인 실업률을 유지하고 있다.
취업 준비생이 실업자보다 많은 청년층에서는 문제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새사연은 "취업 준비자가 몰려 있는 청년층의 체감 실업률을 계산한다면 공식 실업률과의 격차는 훨씬 클 것"으로 예상했다.
실질 실업률 또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저임금 노동자 수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사연은 "유럽연합(EU) 저임금고용연구 네트워크(LoWER)가 정한 '중위임금 2/3 미만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를 기준으로 할 경우 우리나라 저임금 노동자는 지난 2006년 397만 명에서 작년 435만 명으로 1년 사이에 30여만 명이 늘어났다"고 진단했다.
새사연은 이어 "실업자와 비자발적 비정규직 노동자를 합한 '조정된 실질 실업률'은 최근 2년간 상승 추세"라고 덧붙였다. 새사연 통계에 따르면 올해 3월 실질 실업률은 14.1%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5%포인트 늘어났다.
그 이유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증가 때문으로 풀이된다. 새사연은 "올해 3월 비자발적 비정규직은 267만 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30만 명이나 늘어났다"고 밝혔다. 고용의 질도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고용의 질뿐만 아니라 고용창출속도도 시간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지난 해 6월부터 떨어지기 시작한 고용창출속도는 올해 1월 들면서 마이너스 수준에 들어섰다. 취업자 증가율이 인구 증가율보다 뒤떨어졌음을 의미한다.
새사연은 "통계청 자료에 비해 우리가 만든 지표가 현재 경기 수준을 잘 반영한다"며 "고용 악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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