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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앞 촛불들 "'땡박 뉴스' 끔찍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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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앞 촛불들 "'땡박 뉴스' 끔찍해"

[현장] "KBS·MBC 걱정 마! 우리들이 지켜준다"

한국방송(KBS) 앞에 촛불이 환했다. 13일 오후 9시 30분께 고엽제전우회 위원이 자리를 비운 KBS 본관 앞에는 시민 1000명이 촛불을 들고 "(방송통신위원장) 최시중은 물러가라", "이명박도 물러가라", "정연주를 지켜내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11시 10분께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촛불 집회를 마치고 9시부터 여의도로 행진을 시작한 시민 약 2만 명이 2시간 만에 합류하자 분위기는 절정해 달했다. "한국방송 걱정 마라, 우리들이 지켜준다", "MBC도 걱정 마라, 우리들이 지켜준다" 구호가 여의도를 흔들었다.

"이명박보다 최시중 권력이 더 크다"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KBS) 본관에서 촛불 집회를 벌이는 1000명의 시민. 13일 오후 11시 10분께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촛불 집회를 하던 시민 약 2만 명이 합류했다. ⓒ프레시안

40대 직장인이라는 한 시민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유인촌 문화관광부 장관이 선임될 때부터 언론 무력화 시도를 하지 않을까 우려해왔다"며 "그간 광우병 쇠고기 수입을 막는 게 시급했기 때문에 문제제기를 못했는데 다음 아고라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언론 장악 문제가 부각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언론이 장악되면 이런 촛불 집회 자체가 불가능 할 것"이라며 "1985년 '땡전뉴스(오후 9시 뉴스가 시작되면 첫 뉴스로 전두환 대통령의 동정이 보도되는 것을 꼬집어 일컬은 말)'를 보면서 자랐고 대학 시절 언론의 보도 태도에 답답함을 느꼈던 나로서는 언론이 장악되는 상황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의 부인은 고엽제전우회 회원들을 가리키며 "저런 사람에게 KBS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나왔다"라고 덧붙였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사퇴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박희진 씨는 "최시중 위원장은 취임 이후 계속 상식 이하의 일만 해오고 있지 않느냐"며 "이명박 대통령도 하루 빨리 최시중 위원장을 교체해야 민심을 다스릴 수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김성준 씨는 "최시중 씨는 언론에 재갈을 물릴 수 있는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며 "그런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보다 최시중 위원장의 권력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이런만큼 KBS 노조도 시국을 바로 인식하고 정연주 사장을 지켜주려고 해야 한다"며 "1년 정도 남은 임기를 채운다는 것의 의미는 정말 크다"고 말했다.

서울시청에서 여의도까지 "공영방송 지키자"

서울시청에서 서대문, 마포대교를 넘은 시민 2만 명은 교복을 입은 10대부터 30~40대까지 다양했다. 이 행렬을 지켜보는 시민의 호응도 뜨거웠다. 인도에서 행진을 지켜보던 시민은 구호를 함께 외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지나가던 버스에 타고 있던 시민도 박수를 보냈고, 인근 건물에서는 구호 박자에 맞춰 전등을 껐다 켜는 모습도 보였다.

이들은 마포대교를 넘어 KBS 사옥이 보이기 시작하자 "공영방송 사수하자", "방송 장악 중단하라", "최시중은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치며 이명박 대통령의 방송 장악 움직임을 비판했다. 오후 11시 10분께 대열의 선두가 KBS 본관 앞에 도착하자 "이명박은 물러가라", "재협상을 실시하라"는 구호가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시청에서 KBS 본관 앞까지 2시간을 걸어 온 박찬도(37) 씨는 "대학을 다닐 때부터 한 번도 집회에 참여해 본 적이 없지만 이번에는 보름 가까이 촛불 집회에 나왔다"며 "쇠고기 문제뿐만 아니라 대운하, 민영화, 언론 장악 등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 전반이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11시 40분께 하나가 돼 한나라당사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명박은 물러가라", "한나라당 꺼져버려" 등의 구호가 한 목소리로 터져나왔다. 한 시민은 "한나라당은 여당, 그것도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정당"이라며 "지금 도대체 한나라당이 하는 일이 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KBS 이강택 PD 인터뷰 : "정말 감사하고, 정말 부끄럽다"

시민들이 KBS 앞에서 촛불을 드는 모습을 감격해서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이강택 KBS PD.

이강택 PD는 이미 2006년 대다수 언론이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문제에 침묵할 때 <프레시안>과 함께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자 애쓴 언론인 중 한 사람이다. 그는 2006년 10월 29일 미국산 쇠고기 문제를 다룬 프로그램을 처음으로 방송했다. (☞ 관련 기사 : 美 쇠고기 생산 현장…"나는 '지옥'을 보고 왔다")

- KBS 구성원으로서, 또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을 다룬 프로그램을 누구보다 앞서 제작했던 방송인으로서 촛불 집회를 지켜보는 심경이 어떤가?

"한 편으로는 정말 감사하고, 다른 한 편으로는 정말 부끄럽다. 18년 전 서기원 사장의 낙하산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많은 시민 여러분이 이곳 KBS 앞에서 우리를 응원해 주셨다. 18년 만에 비슷한 상황이 됐다. 그 동안 우리가 많이 전진하지 못한 것 같다. KBS를 지켜야 한다고 이렇게 모여 주신 시민을 보면서 그 동안 우리가 잘 하지 못했구나 하는 자성을 하게 된다. "이렇게 오시지 않아도 되도록 했어야 했는데" 하는 자괴감도 든다. 감동적이면서도 만감이 교차한다."

- 2006년 당시 광우병 프로그램('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을 만들 때 이 정도 상황으로 갈 것이라고 예상을 했나?

"이 정도일지는 몰랐다. 당시 제작했던 프로그램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제를 설정하는 데 기여한 것 같아서 보람을 느낀다. 단지 아쉬운 것은 현재 우리 정부의 입장처럼 30개월 이하의 쇠고기는 괜찮지 않느냐는 분위기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당시 프로그램을 통해 제기하고자 했던 것은 광우병 공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미국 축산업의 구조적 문제였다.

그리고 일각에선 쇠고기 수입에는 반대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해야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두 가지 문제를 관통하는 핵심은 초국적 자본의 이해가 우리 서민의 삶에 어떤 해악을 끼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시민사회의 집단이성은 이 점을 꿰뚫고 있다고 본다.

전반적으로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정책이 다양한 형태로 관철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시민 여러분들께서는 모두 알고 계신다고 생각한다."

- 정부와 여당에서 정연주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대목에 대해선 어떻게 보는가? 특히 KBS 노동조합에서는 '정연주 퇴진'의 요구가 높은데….

"그 질문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렇게 생각해 보자. 지금 정연주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구한말에 일본이 조선을 집어삼키려고 하는 상황에서 고종 퇴진 운동을 하는 꼴이다. 고종이 잘 했느냐, 못 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고종의 퇴진 문제는 그 자주권을 지킨 다음에 논의할 문제라고 본다.

지금 이명박 정부가 하려는 것은 누가 봐도 뻔하지 않나. 사장 교체를 통해 KBS를 장악하고, MBC를 위축시켜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이 추진하려다 좌초된 정책들을 밀어 붙이려는 것이다. 지금 민의가 무엇인지는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나? 그러나 청와대는 조금의 교훈도 얻지 못하고 있다. 반성도 물론 하지 않는다.

여전히 이런 꼼수로 미디어를 장악하려는 시도를 그치지 않는다면 이러한 행태는 결국 정권의 수명을 단축시킬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시도를 정연주 사장 퇴진을 위해서 방조하는 KBS 노조도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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